두 발은 자유로운데 이상하게 갇힌 듯한,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듯 사는 기분. 불현듯 찾아온 불쾌한 느낌에 사로잡혀 일상을 보내던 중 친구의 제안으로 프랑스, 영국 여행을 떠났다. 정형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세상을 느끼고 싶었다.12박 13일의 여정은 파리부터 시작됐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오후 하늘을 상상하며 지하철 입구를 나섰건만 필자를 반기는 것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삭막한 도시 풍경이었다. 어둡고 한산한 거리에 괜히 캐리어와 가방끈을 쥔 손에 힘을 실으며 숙소로 향했다. ‘Welcome to Paris!
살다 보면 굳이 싶은 순간들이 있다. 이번 여정도 그 '굳이' 중 하나다. 필자는 고등학교 친구의 졸업 기념 여행으로 세 명이 대만으로 여행을 갔다. 타이베이를 거쳐 가오슝까지 8박 9일의 여정에서 1박을 했던 소류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계획을 짜던 중 친구 한 명이 바다거북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소류구는 가오슝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탄 후 페리로 들어가야 하는 대만 남부 핑둥에 있는 산호섬이다. 스쿠터로 1시간이면 섬 전체를 돌 수 있는 작은 곳이며 빨리 어두워지기에 이른 시간에 이동이 제한됐다. 오직 바다거북만을
알게 된 지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사람들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필자와 동아리 동기에겐 어렵지 않았다. “방학에 해외여행 다녀오자”란 말에 비행기 예약부터 숙소, 여행 계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긴 방학의 끝자락인 8월 말 우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비행기에서 내려 낯선 공기에 첫발을 디딘 순간 오랜만의 해외여행이자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란 생각에 기대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시작은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여행 일정이 베트남 특유의 더운 기후와 뚜렷한 우기가 겹친 것이다.변수는 우리
1학년 때 조별 과제로 만난 우리 셋은 과제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여름방학을 맞아 바다를 보러 가잔 말에 목적지는 강릉으로 정해졌고, 여행은 갑작스럽지만 빠르게 추진됐다.KTX 예매부터 시작된 여행 준비는 다소 즉흥적이었다. 추진력 좋은 친구 덕분에 순식간에 표를 예약했다. 계획이라고 정한 건 도착하자마자 갈 음식점 하나와 몇 개의 명소뿐인 상황에서 출발했다. 완벽한 일정보단 순간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이 더 컸다.여행 당일 비 소식이 있어 걱정도 됐지만 셋 중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낭만 있는
새내기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동기들과의 여행을 꿈꾼다. 로망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됐다. 수업 시간에 즉흥으로 결제한 비행기는 우리를 종강 후 후쿠오카로 데려다줬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정말 가는 거야?”라며 서로 확인하던 순간은 아직도 선명하다. 대학 생활의 첫 여름을 함께한 특별한 서막이었다.후쿠오카는 일본의 다른 대도시보다 소박하고 친근하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다. 대형 쇼핑몰과 오래된 신사가 나란히 자리해 활기와 여유로운 정취가 함께한다. 2박 3일의 일정 동안 전통 음식과 고즈넉한 길거리에 집중했다.특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라를 소개하는 발표 수업이 있었다. 필자의 조는 튀르키예를 발표했다. 조사 과정에서 만난 모든 모습이 필자를 매혹했다. 동서양이 섞여 탄생한 아름다운 문화, 웅장한 자연, 길고양이와 들개들의 천국, 한국과 형제의 나라로 불렸던 곳. 발표 조사를 마칠 때쯤엔 튀르키예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첫 배낭여행은 이곳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성인이 되고 보니 튀르키예는 갓 스물이 된 여자 혼자 떠나기에 부담스러운 나라였다. 공습, 쿠데타, 소매치기, 여성에게 엄격한 이슬람교, 적은 아시아인 관광객으로 여행을 주저했다. 한
지난 1월, 필자는 이탈리아로 떠났다. 지난해 12월31일에 출발한 오랜 친구와의 해외여행은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한국 시각으로 1월1일이 되던 순간 기장님께서 새해를 맞이하는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처음으로 하늘에서 맞이한 새해는 정말 특별했다. 이탈리아에 도착해 현지 시각으로 또 한 번 1월1일을 맞이했다. 1월1일을 두 번 경험한 순간은 색다르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다.이번 여행은 8박 9일 동안의 일정이었다. 피렌체, 베네치아, 시르미오네, 피사, 폼페이, 카프리섬, 로마 등 여러 도시를 다녔다. 베네치아와 시르미
방학엔 반드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평소엔 지하철을 이용해 맛있는 식사와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으며 친구들과 만났다. 정말 좋았지만, 여유가 있는 방학엔 다른 교통수단으로 다른 지역에 가보고 싶었다.대망의 겨울방학이 되었고 여러 지역이 후보로 나왔다. “다 좋아”였던 우리의 대답은 점점 구체화됐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옛날 느낌의 숙소에 머물고 싶다”란 통일된 의견으로 전주를 여행지로 결정했다. 버스표와 한옥 숙소를 예약한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너무 순탄해서 찜찜하다”란 필자의 말에 친구는 “그냥 잘하고 있는 거야. 즐겨!”
해가 바뀌고 며칠 지나지 않아 떠난 여행은 조주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마음먹은 계기였다. 술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시간이기도 했다.궁금해서 마시기 시작한 와인과 위스키에 깊은 관심을 두던 중, 홋카이도에 2주 간 머물게 됐다. 이전 여행과 달리 술을 목적으로, 술을 위한 여행을 계획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이후 처음 간 여행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홋카이도의 요이치였다. 삿포로역에서 JR 홋카이도 라인을 타고 갈 수 있는 삿포로 근교 작은 마을로, 닛카 위스키 증류소로 유명
여름이면 자꾸만 멀리 떠나고 싶어진다. 마치 어딘가로 떠나야만 이 계절을 온전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여름 반복적이고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조금은 새로운 풍경 속에서 필자를 발견하고 싶어졌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후쿠오카 여행 계획의 운을 띄웠을 때도, 비행기 표를 끊었을 때도 필자의 마음은 이미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스물한 번째 여름을 후쿠오카에서 맞이했다.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고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한여름의 후쿠오카는 습기가 많았다. 공기 속엔 여행자의 설렘과 현
지난해 12월 열기구를 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튀르키예에 갔다. 카파도키아의 날씨는 따뜻한 봄처럼 느껴졌지만 아쉽게도 바람이 세서 열기구를 타지는 못했다. 대신 예상치 못한 추억을 안고 돌아왔다.여러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숙소를 예약했다. 필자는 여행에서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숙소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12월 31일(일) 카파도키아에서 셀리메 수도원을 구경한 후 오후가 돼서야 숙소를 정하기 시작했다. 눈 덮인 모습이 담긴 사진과 소수의 사람이 남긴 리뷰가 전부였지만 모험을 즐겼던 필자는 시내에서 먼 숙소를 선택했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는 부모님의 지론 아래 자주 가족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께서는 해외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믿으셨다. 어린 오빠와 필자를 데리고 명소를 다니며 여행의 설렘과 기쁨을 가르쳐 주셨다. 덕분에 필자는 자연스럽게 여행을 사랑하게 됐다.네 살 터울의 오빠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여행은 점차 줄어들었다. 오빠와 필자는 대학 입시로 시간적 여유는커녕 정신적 여유조차 없었다. 필자가 입시를 마친 2022년 겨울이 돼서야 여행을 떠날 기회를 다시 맞이했다. 부모님께서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제
뉴욕 여행은 꽤 즉흥적이었다. 사실 생각했던 여행지 후보에 뉴욕은 없었다. 필자 자신이 도시보단 자연에 더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 친구에게 여름에 미국을 같이 여행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필자는 영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다. 이 친구와의 여행이 아니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안을 수락해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엔 필자 스스로를 직접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았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를 알아봐야 했다. 주변 지리와 랜드마크를 검색해 동선을 짜고
지난해 8월, 7년 만에 쑤저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중국 강소성에 위치한 쑤저우는 ‘동양의 베니스’ ‘땅 위의 천당’이란 수식어를 가진 도시다. 중학교 2학년 때 홈스테이 교환학생으로 쑤저우를 처음 방문했다. 운이 좋게도 너무 좋은 친구와 가족을 만났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 실력이었지만 우정을 나누기엔 충분했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날, 펑펑 우는 서로를 안아주며 작별 인사를 했다. 필자는 친구에게 “꼭 다시 만나러 올게. 그땐 너랑 중국어로 대화할 거야”라고 약속했다. 쑤저우에서의 기억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문득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단 열망에 무작정 스페인으로 향한 것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목적지는 고야의 대표작인 ‘검은 그림’ 연작이 있는 마드리드였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 급하게 비행기표를 사고 마드리드에서 묵을 숙소만 예약한 채 여행을 떠났다.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것은 의외였다. 아버지는 마주칠 때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위험성을 말씀하셨고, 동생도 결사반대를 외쳤다. 하지만 이미 항공권을 결제한 덕에 두 사람의 반대는 기각됐다.그렇게 떠난 비행기는 터키를 거쳐 19시간 만에 마드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혼자 국내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 없는 여행을 가고 싶었다. 모든 일이 얼추 마무리된 지난해 12월 말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2박 3일간의 전주 여행 일정을 짰다.평소 지역에 상관없이 가보고 싶은 장소를 기록해 둔 덕에 전주를 목적지로 결정한 후엔 일사천리였다. 다행히도 가고 싶은 장소는 전부 짧은 시간 내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표를 예매한 뒤 작은 캐리어를 끌고 여행길에 올랐다.첫날엔 먼저 숙소에 들렀다. ‘혼자 여행하는 여성을 위한 숙소’란 소개를
지난해 필자는 17년 지기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 남들 다 간다는 유럽 여행을 가보고 싶었다. 지갑이 얇은 대학생은 유럽 전역을 돌지 못한다. 대신 거리만 걸어도 유럽을 느낄 수 있는 프랑스와 런던에서 2주를 보내기로 했다. 출발 전부터 기대가 가득했다. ‘음식이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보단 낭만의 도시, 파리가 있는 프랑스가 더 멋지지 않을까?’ ‘해리포터 팬인 나에게 걸맞은 나라는 영국이 아닐까?’ ‘어차피 두 나라 모두 멋질 텐데!’하는 행복한 고민 속을 헤엄치며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파리는 낭만의 도시다웠다. 전철역 출구로
“어릴 때 다닌 여행은 견문을 넓힌다.” 많이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21살의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재수를 마친 뒤 주변에서 쏟아지는 말에 한 달짜리 유럽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여행에 특별한 마음이 없었던 필자는 여행 계획에 쏟을 시간이 없었다. 결국 비행기 표 두 장과 가고 싶은 도시만 정한 뒤 언니와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때까지 가고 싶은 곳은 단 하나, 파리 디즈니월드(Walt Disney World)가 전부였다. 2주 정도 묵을 수 있는 호텔만 예약해 둔 채 이동 수단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정보 하나 없이 독일 프
지난해 7월 꿈꿔왔던 5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늘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일상에 쫓겨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난여름엔 큰 용기를 내어 친구와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에선 총 8개국, 12개 도시를 찾았다. 여행 시작은 영국 런던, 끝맺음은 그리스 아테네였다. 여행을 위해 많은 관광지와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문득 불안감이 드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준비 기간 동안 두근거리는 감정이 제일 컸다. 다시 돌아보니 이번 여행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빛나는 순간이었다.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를 여행한 뒤 마지
여행의 시작은 마일리지였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항공사와의 서류 싸움 끝에 환불은커녕 마일리지만을 겨우 받아냈다. 마일리지를 보면 필자의 자산 같아 뿌듯하면서도 2년 안에 써야 한단 생각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갈까?” 그렇게 토요일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목요일부터 찾아봤다.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동행자와 필자의 일정에 모두 맞아야 하며 필자가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의 항공편이 존재해야 했다. 또한 출발과 도착 시간이 여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싼 티켓. 그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