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 촬영지인 한벽터널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 촬영지인 한벽터널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방학엔 반드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평소엔 지하철을 이용해 맛있는 식사와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으며 친구들과 만났다. 정말 좋았지만, 여유가 있는 방학엔 다른 교통수단으로 다른 지역에 가보고 싶었다.

대망의 겨울방학이 되었고 여러 지역이 후보로 나왔다. “다 좋아”였던 우리의 대답은 점점 구체화됐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옛날 느낌의 숙소에 머물고 싶다”란 통일된 의견으로 전주를 여행지로 결정했다. 버스표와 한옥 숙소를 예약한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너무 순탄해서 찜찜하다”란 필자의 말에 친구는 “그냥 잘하고 있는 거야. 즐겨!”라고 말했다.

첫날 전주 한옥마을에서 각자 좋아하는 색의 한복을 입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한복을 입고 다녔다. 여자 한복을 입은 남자와 남자 한복을 입은 여자도 있었다. 그 시간과 장소에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평소 입지 않던 옷과 하지 않는 땋은 머리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이튿날엔 레트로 분위기인 전주난장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 하늘이 다소 어두웠으나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만 우산을 챙기지 못해 친구들과 가까이 붙어 다녔지만, 오히려 좋았다. 여행에서 친구들과 ‘오히려 좋아’란 말을 많이 사용했다. 억지로 좋게 생각하고자 되뇌던 평소와는 달랐다. 그 시간 자체가 좋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곳에선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야외에서 추워하는 우리를 보신 할아버지께서 따뜻한 둥굴레차를 권하셨다. 군고구마를 파는 분이셨는데 군고구마도 나눠주셨다. 비를 피해 처마 밑에서 먹은 작고 따뜻한 고구마였다. 감사함에 핫팩을 권했으나 한사코 사양하셨다. 곧이어 고맙다고, 기가 막히게 찍어주시겠다며 우리를 사진 속에 기록해 주셨다. 1분 전만 해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분이 친절을 베풀고, 사진까지 찍어주는 사람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지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 날,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촬영지로 유명한 한벽터널에 갔다. 자전거를 대여해 하천을 세 바퀴 돌았다. 필자는 오랜만에 자유와 행복을 느꼈다. 스물하나를 기록하며 터널을 배경 삼아 셋의 모습을 담고, 스물다섯에 같은 장소에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이것이 필자가 여유와 청춘을 좋아하는 이유다.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다. 평소라면 불행하다고 느꼈을 법한 일화를 추억과 경험으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숙소에서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 일어날 수 있는 겨울 여행을 사랑한다. 일상생활이 무료하거나 따분할 때 다음 여행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을 듯하다.

법 24 이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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