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 모래에 발을 파묻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던 강문해변의 모습이다. 
▲ 모래에 발을 파묻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던 강문해변의 모습이다. 

1학년 때 조별 과제로 만난 우리 셋은 과제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여름방학을 맞아 바다를 보러 가잔 말에 목적지는 강릉으로 정해졌고, 여행은 갑작스럽지만 빠르게 추진됐다.

KTX 예매부터 시작된 여행 준비는 다소 즉흥적이었다. 추진력 좋은 친구 덕분에 순식간에 표를 예약했다. 계획이라고 정한 건 도착하자마자 갈 음식점 하나와 몇 개의 명소뿐인 상황에서 출발했다. 완벽한 일정보단 순간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이 더 컸다.

여행 당일 비 소식이 있어 걱정도 됐지만 셋 중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낭만 있는 여행이 되겠군”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강릉역에 도착하자마자 간 식당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짬뽕 순두부’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메뉴판을 보자 짬뽕 순두부 ‘칼국수’가 정말 먹고 싶어졌다. 문제는 그 메뉴가 오전 11시부터 주문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시계를 보니 10시 40분이었고 우리는 사장님께 “다른 거 먼저 시키고 11시에 이거 시키면 안 될까요?”라고 여쭸다.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시간 간격을 두고 음식을 시켜 마치 오마카세를 먹는 느낌이었다. 괜히 웃겼던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강문해변 바닷가에선 또 다른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발을 담그고 놀고 있었는데 요트가 묶인 트랙터를 운전하시던 한 할아버지께서 “이거 타고 싶어?”라며 말을 거셨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주고받는 짧은 말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라는 걸 느꼈다. 여벌의 옷만 있었다면 정말 요트를 태워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었다. 각자 알바와 일정이 있어 숙박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당일치기로 끝내기엔 아쉽지 않아?”라는 말이 나왔고 “내일 알바 좀 늦게 시작해.” “그럼 그냥 1박 할까?” “근데 우리 이미 돌아오는 표 샀잖아” “서울역 근처에서 자자!”로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바로 숙소를 예약했고 여행 경로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무계획적 흐름이 필자에겐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음 여행에선 각자의 어릴 적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맞춰 입기로 했다. 사진과 추억이 하나씩 쌓여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언젠간 우리의 여행을 기록해 둔 영상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밝게 웃고 있길 바란다.

법 24 이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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