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노을 진 한옥의 모습이다.
▲노을 진 한옥의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혼자 국내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 없는 여행을 가고 싶었다. 모든 일이 얼추 마무리된 지난해 12월 말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2박 3일간의 전주 여행 일정을 짰다.

평소 지역에 상관없이 가보고 싶은 장소를 기록해 둔 덕에 전주를 목적지로 결정한 후엔 일사천리였다. 다행히도 가고 싶은 장소는 전부 짧은 시간 내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표를 예매한 뒤 작은 캐리어를 끌고 여행길에 올랐다.

첫날엔 먼저 숙소에 들렀다. ‘혼자 여행하는 여성을 위한 숙소’란 소개를 보자마자 예약한 곳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문지방을 넘어가니 주인분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다. 여행에서 편히 쉬는 시간을 좋아하는 필자는 숙소 선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옥 숙소인 그곳은 방이 따뜻하고 고요해서 필자만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홀로 3일을 보내야 한단 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좋은 방을 만났으니 돌아올 장소를 걱정할 일은 없었다.

하루는 숙소 주인분께 드릴 장미 한 송이를 샀다. 숙소가 마음에 들어 뭐라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여행하는 동안 온전히 필자의 선택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있기도 했다. 주인분께 장미를 드리니 향을 맡으시고 ‘꽃을 다 받아본다’며 좋아하셨다.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작은 인연이지만 용기 내 마음을 쓴다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단 걸 깨달았다. 일상으로 돌아가도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싶었다.

3일동안 많은 장소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 귀여운 귀가 달린 비니를 파는 소품 가게, 고즈넉한 분위기의 찻집까지. 끼니마다 맛있는 음식도 찾아다녔다. 그렇게 하루를 꽉 채우고 나서 숙소에 돌아오면 따뜻한 물로 씻고 데워진 바닥에 누워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매 순간 필자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아서 행복했다. 고민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양해를 구해야 할 사람이 없으니 편했다. 여행은 삶과 닮아있다.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내리는 선택에 대해 다른 사람의 눈치볼 필요 없다. 필자의 모든 순간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필자 자신뿐이다. 순간마다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은지 알아주는 것도 필자 자신의 몫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끼는 날엔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겠다. 자신이 선택지를 새롭게 만들어낼 능력도,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진 사람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사회심리 21 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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