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필자가 묵었던 튀르키예의 눈 덮인 산장과 설산이다.

지난해 12월 열기구를 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튀르키예에 갔다. 카파도키아의 날씨는 따뜻한 봄처럼 느껴졌지만 아쉽게도 바람이 세서 열기구를 타지는 못했다. 대신 예상치 못한 추억을 안고 돌아왔다.

여러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숙소를 예약했다. 필자는 여행에서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숙소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12월 31일(일) 카파도키아에서 셀리메 수도원을 구경한 후 오후가 돼서야 숙소를 정하기 시작했다. 눈 덮인 모습이 담긴 사진과 소수의 사람이 남긴 리뷰가 전부였지만 모험을 즐겼던 필자는 시내에서 먼 숙소를 선택했다. 차를 몰고 숙소로 가던 중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설산이 저 멀리 보였다. 그곳에 필자가 묵을 숙소가 자리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비게이션은 이런 곳에 숙소가 존재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산속 깊은 곳을 안내했다. 도착한 산장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전화를 걸자 직원분이 오셨고 친절하게 방을 안내해 주셨다. 그곳에서 우리는 난로 하나에만 의지해 추위를 버텨야 했다.

산장 옆엔 작은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가게 안에 놓인 화로 덕분에 따뜻하게 몸을 녹이며 식사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휴대전화 불빛과 달빛 없이는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만큼 주변이 어두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때 조금의 오싹함을 느끼던 필자를 든든하게 지켜준 산장의 강아지가 기억에서 맴돈다. 숙소로 돌아와 쉬던 도중 정전이 일어났다. 얼음장 같은 산장의 유일한 희망인 난로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필자는 롱패딩과 이불을 온몸에 꽁꽁 싸맸다. 차가운 공기 때문에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다음날 새해를 맞이하는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모습이 2024년의 아름다운 시작을 알렸다. 전날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선 숙소 손님을 위한 조식이 준비돼 있었다. 빵, 채소, 올리브, 치즈와 함께 튀르키예의 전통차인 차이를 마시며 밤새 차가웠던 몸을 녹였다. 난로도 없는 추운 산장이었지만 주변 풍경, 산장의 분위기, 친절한 직원, 든든한 강아지 덕분에 마음 한편에 따스한 기억으로 남았다. 필자는 여전히 그때를 돌아보며 행복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낀다.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생애 처음으로 구글 리뷰를 작성했다. 당시 작성된 리뷰들 가운데 한국인의 후기는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확인해 보니 전체적인 수는 다섯 배 이상 늘어났지만 여전히 한국인이 남긴 글은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필자의 후기를 보고 누군가가 이 숙소를 예약해 값진 추억을 쌓을 수 있길 바란다. 그만큼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기계시스템 23 조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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