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중국 쑤저우의 랜드마크인 졸정원의 풍경이다.
▲중국 쑤저우의 랜드마크인 졸정원의 풍경이다.

지난해 8월, 7년 만에 쑤저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중국 강소성에 위치한 쑤저우는 ‘동양의 베니스’ ‘땅 위의 천당’이란 수식어를 가진 도시다. 중학교 2학년 때 홈스테이 교환학생으로 쑤저우를 처음 방문했다. 운이 좋게도 너무 좋은 친구와 가족을 만났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 실력이었지만 우정을 나누기엔 충분했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날, 펑펑 우는 서로를 안아주며 작별 인사를 했다. 필자는 친구에게 “꼭 다시 만나러 올게. 그땐 너랑 중국어로 대화할 거야”라고 약속했다. 쑤저우에서의 기억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귀국 후 본교 중어중문학부 학생이 됐고 지난 한 해 동안 상하이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친구를 만나러 쑤저우로 향했다. 7년 만에 기차역에서 다시 만난 우린 서로를 껴안았다. 필자의 2번째 쑤저우 여행과 홈스테이의 시작이었다.

7년 전 교환 활동은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일주일이었다. 중국어 전공자가 돼 다시 방문한 쑤저우의 명소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첫 번째로 쑤저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졸정원’에 갔다. 졸정원은 정원 문화의 진수라는 평을 받는 쑤저우 최대의 정원이다. 방향이 여러 번 꺾인 길인 곡랑을 따라 걷다 주변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보라색 유리를 발견했다. 필자가 신기하게 바라보자 친구는 “이 유리로는 흰색을 볼 수 없다”며 눈이 오는 날 이 유리를 통해 바깥을 보면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타국의 명소를 아는 데엔 한계가 있지만 친구 덕에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었다. 다음엔 쑤저우시 중심에 있는 호수인 ‘금계호’에 갔다. 금계호는 두 번째 방문이라 더 뜻깊었다. 7년 전 쑤저우에 도착한 첫날 저녁, 친구와 친구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갔던 곳이기 때문이다. 금계호에선 호수의 야경뿐 아니라 ‘청바지 건물’이라 불리는 쑤저우의 또 다른 랜드마크 ‘동방지문’의 야경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호수 바람을 맞으며 교환학생 당시 서로를 짝으로 만난 게 행운이라며 친구와 7년 전을 추억했다.

2명의 중학생 소녀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우리는 핸드폰에 의지해 우정을 이어왔다. 그렇게 22살의 필자는 15살 당시 친구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냈다. 두 번째 쑤저우 여행은 친구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과 다소 무모하게 세웠던 어린 시절 목표를 이뤄냈단 뿌듯함이 공존했다. 필자 자신에 대한 믿음까지 생긴 뜻깊은 여행이었다. 

중어중문 21 김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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