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서의 자취, 비합리적이에요”

김영지(한국어문 13) 학우는 본교 중앙도서관으로부터 3분 거리에 위치한 원룸에서 3년 째 자취 중이다. 원룸 입구에는 CCTV와 잠금 장치가 외부인을 경계하며 건물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김 학우는 방에 이중으로 방범 창이 달려 있어 혼자 사는 공간이지만 안심할 수 있다. 번듯한 외관과 달리 방 내부에는 최소한의 가구와 함께 이불을 여러 겹 깔아 만든 침대, 입주하던 날 급하게 산 고정식 행거, 조그마한 앉은뱅이 상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이에요” 통상 자취방의 가격이 보증금 1,000만 원과 월세 50만 원 안팎인 것을 감안했을 때, 김 학우의 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온 김 학우는 “딸을 멀리 보내느라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부모님과 함께 방을 찾아 여러 군데 돌아다녀본 결과 저렴한 곳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반지하라거나, 후미진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거나, 곰팡이가 많이 피어있다거나” 이 집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여성전용원룸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여성전용원룸이라던 집주인의 말과 달리 현재 그녀의 옆방에는 외국인 남성이, 위층에는 한 가족이 살고 있다. 처음과 달라진 말에 집주인에 대한 신뢰를 잃은 건 두말 할 것 없다. “하루는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친구들과 술에 취해 복도에서 소란을 피웠어요. 바로 밑 층에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어 제재를 바랐지만 밤새도록 소란스러웠죠” 이러한 불편함을 겪다보니 김 학우는 자취 방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과연 집주인이 올바르게 해결해 줄지도 의문이 든다.

심지어 김 학우는 집주인에게 2년 장기계약을 강요당했다. 1년 계약을 원했지만 집주인은 2년이 아니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가 법률적인 부분에 무지했던 탓도 있지만 집주인이 부당하게 장기계약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신뢰가 더 떨어졌죠” 김 학우는 월세 외에 관리비로 5만 원을 추가로 납부하고 있다. ‘계단 청소’ 비용 외에는 관리비에 어떤 항목이 포함돼 있는지 알지 못한다. 통상적으로 관리비에는 인터넷 회선 비용과 수도세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김 학우는 수도세를 공과금으로 따로 납부하고 있다. 의문을 가진 김 학우는 집주인에게 관리비 쓰임에 대해 물어볼까 고민했지만 집주인과 사이가 틀어질까 걱정돼 묻지 못했다.

계약 당시와 다른 집주인의 말, 바닥까지 떨어진 집주인에 대한 신뢰, 법률적인 무지로 인한 무지로 인한 손해까지. 처음 서울에 상경해 이 모든 걸 겪은 김 학우는 학교 주변에서 사는 건 학교 다닐 때 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우리 학교 주변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비싼 것 같아요. 같은 가격이라도 저보다 훨씬 좋은 방에 사는 다른 학교 친구들을 보면 말이죠” 김 학우는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는 것이 다른 지역에서보다 비합리적임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러나 동기들 사이에서 김 학우는 오히려 좋은 여건에서 지내는 편에 속한다. “장거리를 통학하는 친구나 여건이 좋지 않은 방에서 사는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비교적 좋은 환경에 있다고 생각해요. 졸업 전까지는 학교 주변을 떠날 수 없으니 만족하고 살아야죠” 결국, 타 지역에 비해 비합리적인 자취 비용에, 만족도도 낮지만 학교에 다니는 동안엔 어쩔 수 없이 학교 주변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숙,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 ▲ 짐 때문에 문이 다 열리지도 않는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예원(의류 14) 학우

본교 정문에서부터 3분 거리에 위치한 하숙촌. 정문을 나와 프레즐 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니 하숙 팻말이 즐비했다. 골목 가장 깊숙한 곳의 하숙집에 거주하는 김예원(의류 14) 학우는 “좁지만 나름대로 아늑한 공간이에요”라며 그녀의 방 104호를 소개했다. 3평 남짓한 방에는 책상과 침대, 고정식 행거가 넉넉지 않은 공간을 증명하듯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옷장을 넣을 공간조차 없었다. 고정식 헹거는 침대 끝네, 겨울 외투는 박스 속에 보관돼 있었다.

김 학우가 살고 있는 하숙집 1층에는 4개의 방이 있다. 4명이서 함께 화장실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지켜야 할 수칙도 많다. “특히 정해진 식사시간을 꼭 지켜야 해요” 김 학우의 하숙집은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아침식사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아침잠이 많은 김 학우는 부엌이 있는 2층까지 올라가서 아침식사를 챙겨먹기 보다는 잠을 더 자는 것을 선택하는 날이 많다. 점심 느지막이 일어나 식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 학우는 “정해진 시간 외에 식사를 하면 부엌과 가까운 방에서 지내는 하숙생들이 불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혹여나 옆방에 피해가 갈까 염려해 소곤소곤 대화를 나눴다.

김 학우가 하숙을 결심하게 된 건 7개월 전이다. “1년간 본가인 경기도 하남시에서 통학을 해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피곤했어요. 통학 시간 때문에 집과 학교만을 오가다보니 개인 시간도 없었죠. 본격적으로 전공 과제가 시작되는 2학년부터는 통학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하숙을 결심하게 됐어요” 월세 40만 원이 부담스러웠지만 김 학우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기숙사에도 지원해봤지만 입사할 수 없었다. 경기도 거주자는 기존의 기숙사생이 나가 방이 빌 경우에만 추가적으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학을 하던 1학년 때보다 현저히 늘어난 주거비용 때문에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김 학우. 그녀는 학기 중에도 주 10시간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월세만 부모님께 지원받고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서 사용해요. 넉넉히 생활하기엔 빠듯한 금액이지만 부모님께 생활비까지 받기에는 죄송해서요”

법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법률적인 부분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다달이 정해진 월세를 내는 것으로 구두계약을 했기 때문에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녀는 이내 생각에 빠졌다. “다행히 주인 아주머니께서 잘해주셔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여태 한 번도 분쟁이 일어난 적은 없지만 혹시라도 다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침대와 책상이 겨우 들어가는 작은 방. 김학우는 시설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솔직히 40만 원은 비싸죠. 시설이나 집 상태만 본다면요” 그러나 학교 앞 하숙집들의 사정은 비슷하다. 김 학우는 “그래도 이 작은 방이 집을 떠나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온전한 저의 공간이잖아요. 소중한 곳이에요”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기숙사 입사가 불가능하니 하숙이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학교를 졸업하면 이 작은 방에서 벗어나겠지만, 언젠간 한번쯤은 그립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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