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부터 대형 극장까지, 로봇 연기부터 할머니 연기까지. 최수진(중어중문 09졸) 동문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채로운 장르를 오가는 뮤지컬 배우다. 지난 2009년부터 뮤지컬에 열정을 쏟으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최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마음속 울림을 따르다
노래부터 연기와 춤을 아우르는 뮤지컬의 특징은 최수진(중어중문 09졸) 동문의 마음을 흔들었다. 최 동문은 “유년 시절엔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라며 “중국어 전공이 전망이 좋단 아버지 추천대로 본교 중어중문학부에 진학했죠”라고 얘기했다. 본교 2학년 재학 당시 우연히 본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는 그에게 뮤지컬 배우의 꿈을 심어줬다. 최 동문은 “2층 객석에서 ‘내가 왜 객석에 앉아있지? 저 무대에서 같이 춤춰야 할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그 이후로 뮤지컬 배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동문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힘을 가졌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단 결심을 부모님께 말씀드린 후엔 바로 데뷔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학교 수업만 마치면 매일 노래와 연기 수업을 받았어요”라며 “간절한 마음에 연습실에 살다시피 했죠”라고 얘기했다. 최 동문은 노래에 애정을 가지고 연습에 몰두했다. 그는 “집과 연습실에서 ‘오늘은 이 노래를 불러봐야지’하고 다짐하며 다양한 노래에 끊임없이 도전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노래를 사랑하는 그의 진심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최 동문은 “늦게 시작한 만큼 불안하기도 했지만 뮤지컬 배우가 되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라며 “희망찬 미래를 떠올리며 긍정적으로 연습에 임했죠”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으며 2년 동안 학부 생활과 데뷔 준비를 병행했다.

그는 꾸준한 노력을 발판으로 데뷔 이후에도 계속 성장했다. 최 동문은 오디션에 합격해 지난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 글로리아(Gloria) 역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그는 코러스(Chorus)와 군무를 맡는 ‘앙상블 오디션’인 줄 알고 참석한 자리에서 주연에 발탁됐다. 최 동문은 “현장에서 주연 오디션임을 알게 돼 더 긴장했어요”라며 “유능한 선배님들과 함께 큰 역할을 맡게 돼 합격 소식이 믿기지 않았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2016년에 참여한 뮤지컬 <뉴시즈(Newsies)>를 꼽는다. 최 동문은 뮤지컬 <뉴시즈>의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자 ‘캐서린 플러머(Katherine Plummer)’를 맡으며 배우 활동의 전환점을 맞았다. 작품을 대하는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는 “그 전엔 ‘작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생각했어요”라며 “공연을 위해서라면 제 모든 열정을 쏟으면서 즐길 수 있음을 깨달았죠”라고 말했다.

반짝이는 눈빛의 원천
공연에 대한 애정은 최 동문의 원동력이다. 최 동문은 데뷔 이후 14년간 32개가 넘는 작품에 참여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그는 데뷔 후 현재까지 긴 휴식기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최 동문은 “공연을 마치면 온몸이 에너지로 꽉 채워지는 기분이 들어요”라며 “뮤지컬을 좋아하는 마음이 꾸준한 활동의 이유죠”라고 얘기했다.

최 동문은 사람들과의 교감으로 활력을 얻는다. 그는 관객과의 교감을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강한 에너지’라고 표현한다. 최 동문은 “무대 위에서 관객과 교감하는 순간 힘들었던 준비 과정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보람만 남아요”라며 “수백 개의 눈동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단 것만으로 큰 에너지를 느끼죠”라고 설명했다. 함께 공연을 만드는 동료와의 교감 역시 최 동문에겐 큰 힘이 된다. 그는 “최근 종료된 뮤지컬 <22년 2개월>에선 많은 배우와 같은 분장실을 사용했어요”라며 “함께 웃고 의지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종연이 아쉽기도 했죠”라고 얘기했다.

뛰어난 공감 능력은 최 동문의 강점이다. 타인의 상황을 헤아려 보는 그의 진심은 그를 바라보는 관객에게까지 닿는다. 최 동문은 논리적 근거에 입각해 캐릭터의 감정과 특성을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는 “인물의 감정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해요”라며 “감정만으로 관객을 설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객관적 해석으로 보완하죠”라고 설명했다.

도전이 만든 결실
최 동문의 연기 철학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그는 노래와 연기로 세상에 감동을 전할 수 있길 소망한다. 최 동문은 “뮤지컬로 감동과 위로, 재미 그 이상을 전하고 싶어요”라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죠”라고 활동 목표를 설명했다. 뮤지컬은 최 동문이 자신의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창구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도 관객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배역이 무엇인지 생각해요”라며 “공연이 전하는 메시지와 제 마음이 일치할 때 가장 보람되죠”라고 말했다.

‘배우 최수진’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불리길 꿈꾼다. 그는 새로운 대상을 향한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다. 최 동문은 “경험할 수 있는 역할은 다 맡아본 것 같아요”라면서도 “아직 겪어보지 못한 배역이 있다면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라고 얘기했다. 그는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부터 젠더 프리(Gender-Free) 캐릭터까지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 왔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Jekyll and Hyde)>에선 ‘엠마(Emma)’ 역을 맡아 사랑하는 이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는 여성을, 연극 <오펀스>에선 ‘필립(Philip)’ 역을 연기하며 형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소년을 표현했다. 9월부터 시작해 다음 달 종연을 앞둔 뮤지컬 <렛미플라이(Let Me Fly)>에선 70대 할머니 ‘선희’ 역을 소화하기도 했다. 최 동문은 “제가 맡을 배역에 한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라며 “어려운 배역도 어떻게든 해내겠단 마음가짐으로 임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든 원하는 일에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최 동문 역시 새로운 분야로 걸음 하며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고 노력한 결과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최 동문은 “전공에 상관없이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면 좋겠어요”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그는 숙명인의 꿈을 응원하며 뮤지컬 <렛미플라이>를 추천했다. 최 동문은 “이 작품은 자신의 지난 꿈을 돌아보고 행복을 탐색하는 뮤지컬이에요”라며 “공연에서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하며 각자의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최수진(중어중문 09졸) 동문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펼쳐나가는 개척자다. ‘내 운명은 내가 만들어’ 뮤지컬 <사의 찬미>에서 윤심덕을 연기한 최 동문의 대사다. 그는 “길은 찾는 자에게 열릴 테니 꼭 자신의 길을 찾길 바라요”라고 말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라고 전한다. 원하던 길에 당당히 도전한 최 동문처럼 꿈을 향해 강단 있게 나아가보자. 진정한 ‘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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