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자취방 요리사, 현실은 편의점과 절친-밥 먹기 힘든 자취생 이야기

학창시절, 누구나 대학생이 된 후 홀로 집을 떠나와 대학 주변에 나만의 공간을 갖는 상상을 해 봤 을 것이다. 창에 예쁜 커튼을 달고 벽에 사진도 걸어 자신만의 취향대로 집을 꾸밀 수 있다. 가끔씩 친구들을 초대해 근사한 요리도 선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학창시절에는 항상 부모님이 해주던 방청소도, 벗어 놓으면 그만이었던 빨래도 세탁기에 스스로 돌려야 한다. 무엇보다 ‘밥’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차려진 밥상, 먹기만 하면 됐던 가장쉬웠던 일이 가장 난감한 일로 등장한다.

◆ 외식비 지출 부담돼 집에서 먹는 자취생

 ‘자취’(自炊)는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활함’이라는 뜻이다. 이화림(행정 11) 학우는 ‘요리 하는 것을 좋아’해 ‘손수’ 밥을 지어먹는 자취생이다. 부모님이 반찬을 보내주면 '자취'생이 되기 훨씬 쉽다. 김명진(미디어 12) 학우는 “부모님께서 반찬을 자주 가져다주셔서 밥 먹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리가 즐겁고 부모님의 맛깔스러운 반찬이 항상 냉장고에 자리하고 있는 자취생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집에서 밥을 해 먹는 학우들은 비싼 외식비용을 그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학교 주변 음식점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면 6,000원 이상은 지불할 각오를 해야한다. 한 두끼 먹지 않는다고 해도 한달 식비만 30만원 이상이 되는 건 쉬운 일이다. “세끼를 다 밖에서 먹으면 식비지출 만 해도 만만치 않죠.” 자취를 하는 이연숙(법학 11) 학우의 말이다. 조서영(경영13) 학우 또한 “외식비 지출이 부담돼 집에서 해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주머니 가벼운 자취생들에게 참치, 계란, 그리고 김은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빠져서는 안 될 것들이다. 다른 식재료보다 유통기한도 길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각자를 반찬으로 먹어도 되고, 섞어 요리를 해 먹기 간편하다는 점도 자취생들의 장바구니에 이들이 항상 담겨있는 이유다.
 

◆ 남는 재료 처리 못해 외식하는 자취생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자취생들도 많다. 집에서 손수 밥을 차려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귀찮아서’다. 자취 2년 차인 본교의 한 학우는 “취사도구가 모두 갖춰져 있는 곳에서 살고 있지만 가스레인지는 거의 전시용”이라며 “가끔 라면을 끓여먹을 때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리를 하고 난 후 남은재료와 잔반처리도 문제다.“집에서 뭘 해 먹으려면 마트 가서 장을 보잖아요. 그런데 마음 먹고 사와 요리를 하면 대부분 재료들이 너무 많이 남아요. 그러니까 재료를 남겨 버리는 경우가 허다 하고... 결국 사 먹게 되죠.” 김지인(경영 10) 학우의 말이다. 이수영(공예 13) 학우는 남는 반찬 때문에 밖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혼자 먹어서 많이 먹지도 않는데, 반찬을 만들고 나면 다 먹기도 전에 상해서 버리니까요.”

◆ 밖에서 먹기는 하지만 위생도 걱정, 건강도 걱정

그러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은 걱정이 많다. 최근 식약청에서 아무런 해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용하지 않는 식당이 없다는 MSG도 걱정되고, 식당의 위생상태도 걱정거리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음식점 위상상태를 보여주는 한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음식조리 과정이나 환경이 청결하지 못한 음식점이 많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밖에서 사먹는 걸 조심해야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밖에서 먹다보면 인스턴트 음식과 ‘긴밀한’관계가 되는 자취생들도 많다. 여기서의 인스턴트는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나 피자가 아니다. 이들의 가격은 꽤 비싸기 때문이다. 자취생 대부분은 편의점의 컵라면이나 삼각형모양의 김밥, 1,500원짜리 햄버거로 끼니를 때운다. 24시간 언제든 먹고 싶을 때 가서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편의점 음식들과 친해진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점심은 그래도 사람들과 약속을 해서 만나서 먹기라도 하죠.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저녁에는 어쩔 수가 없어요. 오후 11시에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배가 고프죠. 그 시간에 함께 저녁을 먹을 사람도 없으니 편의점으로 향하는 거죠.”

건강은 당연히 뒷전이다. 영양소 균형을 생각하는 건 사치다. 집에서 비타민 섭취를 위해 식사를 마친 후 먹던 과일을 포크로 찍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지현(영어영문 12) 학우는 “아무래도 학창시절 집에 있을 때 보다는 과일, 채소를 먹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집에서 밥을 해먹는 이연숙 학우는 “채소와 과일은 사 먹을 수밖에 없는데 소량으로 판매하는 곳이 없어 잘 먹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스턴트에 비해 비싼 채소와 과일의 가격 또한 자취생들의 과일,채소섭취를 막는다.

 ◆ 그 어떤 이유보다 혼자이기 때문에...

자취생들은 귀찮아서, 비용이 부담돼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취생들이 밥을 잘 챙겨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취 3년 차인 본교 한 학우는 최근 하숙집에서 원룸으로 거취를 옮겼다. 하숙집에서 다른 사람들 과 부딪히는 게 부담스러웠다. 원룸으로 옮기면 생활이 더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고, 하숙집에서도 밥을 잘 챙겨먹지 않았기때문에 식사면에서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집에 혼자기 때문에 해먹기도 귀찮고, 나가서 먹기도 망설여지죠. 점점 어떻게 빨리 한 끼 때우자 라는 생각만 들고요. 하숙집은 그래도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았던 것 같아요.”

한 케이블 방송사 드라마는 ‘1인 가구를 위한 본격 먹방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드라마 속 1인 가구들은 서로 만나 음식을 나누며 외로움을 달랜다. 주위를 둘러보자. 자취생 몇 명이 떠오를 것이다. 함께 자취생 집으로 가도 좋고 밖에서 먹어도 좋다. 개강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자취생 친구에게 이 질문만은 꼭 건네보자. “밥 먹었어?”

*관련기사 링크

(1) 숙명인 건강상태 빨간불
http://news.sookmyung.ac.kr/news/articleView.html?idxno=2901

(2) '밥'먹을 곳 없는 숙명인, 가까워지는 영양 불균형
http://news.sookmyung.ac.kr/news/articleView.html?idxno=2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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