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잡지가 사라지고 있다. 미용실에서 손님이 차례를 기다리며 잡지를 읽는 모습도 옛 풍경이 됐다. 디지털 매체가 빠르게 발달하며 종이 매체인 잡지의 영향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표한 ‘2020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잡지산업 매출액은 총 7775억 원이었다. 지난 2017년과 2012년의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 각각 24.9%p(약 6421억), 58.3%p(약 1조 850억)씩 감소했다. 종이 매체의 몰락이 시간문제라는 회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독립잡지의 발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독립잡지란 개인 또는 단체가 제작하고 유통하는 소규모 출판물을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2019년 발간된 잡지 1264부의 10.8%(약 190부)가 독립출판잡지라고 발표했다. 이는 언론사에서 발행된 잡지 부수(7.8%)보다 높은 비중이다. 출판 업계의 명맥을 이어나갈 매체로 주목받고 있는 독립잡지에 다가가 보자.

 

종이 매체 개성시대

독립잡지는 대중을 겨냥하는 기성 잡지와 달리 소수의 취향을 다룬다. 넓은 독자층을 확보해야 하는 기성잡지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내용을 담는다. 반면 독립잡지는 소수의 흥미와 관심사에 더 주목한다. 독립잡지 「잠시만요」의 박민하 편집장은 “다양성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여러 주제의 잡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며 “보편적인 삶의 형태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독립잡지의 출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독립잡지는 비주류 감성의 공론장이 됐다. 「계간홀로」는 비연애에 관해 다루는 독립잡지다. 해당 잡지는 이성 연애를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계간홀로」의 이진송 편집장은 “기존 미디어에서 연애는 주로 시스젠더(Cisgender) 비장애인 두 사람 사이의 이성애 형태로만 비춰져왔다”며 “삶과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계간홀로」를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독립잡지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도 담긴다. 여성문화독립잡지 「우먼카인드(womankind)」는 사회 각양각색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을 소개하고, 국내 여성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 여성 간 연대를 도모한다. 「쓸SSSSL」은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을 공유하는 독립잡지로,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담는다.

흔한 소재를 독립잡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잡지도 있다. 「프리즘오브(PRISMOf)」는 얼핏 평범한 영화잡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호마다 하나의 영화에 대한 내용만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잡지들과 차별화된다. 영화 해설 잡지 「프리즘오브」는 독자들이 영화와 관련된 사회·문화적 맥락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잠시만요」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완벽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박 편집장은 “독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공감과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잠시만요」를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독립잡지로 읽는 ‘나만의 취향’

독립잡지의 독자는 잡지를 구독 할 뿐만 아니라 출간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일부 독립잡지사가 ‘텀블벅(Tumblbug)’ ‘와디즈(Wadiz)’ 같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로부터 잡지 출간 비용을 미리 후원받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독립잡지의 배송이 완료될 때까지 잡지사와 후원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한다. 박민하 편집장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제작 이유와 창작자를 소개하고 후원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 독립잡지의 비용을 부담한다. 독립잡지는 일반적으로 광고를 많이 싣지 않고 소량 생산 방식으로 출판되기 때문에 한 권당 가격이 높은 편이다. 독립잡지의 평균 가격대는 약 1만 3000원에서 1만 5000원 사이다. 부록을 포함하고도 권당 8000원대의 가격을 유지했던 기성 잡지에 비해 높은 금액대다. 「우먼카인드」의 나희영 편집장은 “잡지는 역사적으로 **미닝아웃(Meaning Out)의 대상이 돼 왔다”며 “대중은 잡지의 구매를 통해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실린 독립 잡지는 독자들이 타인과 생각이나 관점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책이나 영화의 감상평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뉴스를 보고 댓글 창을 읽으며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글과 사진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 독립잡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소통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점에 서다

독립잡지는 기존 잡지에 비해 광고 의존성이 낮아 자율성이 높다. 광고 의존성이 높은 기성 잡지와 달리 독립잡지엔 취재와 편집 과정에서 광고주의 요구에 맞춰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 없다. 「보스토크」의 박지수 편집장은 “기성 잡지는 발간 일정이나 잡지구성이 광고 계약에 맞춰 진행되곤 한다”며 “독립잡지는 편집 차례나 내용구성의 자유로움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독 수익에만 의존하는 독립 잡지의 재정구조엔 한계가 있다. 이진송 편집장은 “인건비와 운영비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아 폐간하는 독립잡지도 많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독립잡지의 재정적 어려움에 있어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박민하 편집장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잡지를 판매할 땐 후원금액으로 포장과 배송에 드는 비용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적 부담이 크다”며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순수익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늘날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진 독자들을 만족시키기에도 종이 잡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독립잡지는 종이 잡지 형태로 출간된다. 이은용(한국어문 21졸) 동문은 “종이로 된 잡지를 소장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열람에 있어선 디지털 잡지가 더 편리하다”며 “다른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종이 잡지가 경쟁력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종이 잡지사들이 잡지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디지털 매체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한국언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1264곳의 잡지사 중 45.2%(약 571곳)의 잡지사가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 중이라고 응답했다. ‘현재는 실시하지 않지만 향후 온라인 서비스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잡지사는 20.7%(약 262곳)였다. 미국 출판정보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온라인 환경에 발맞춰 변화하며 소비자를 확보한 대표 사례다. 해당 잡지사의 종이 잡지 발행 부수는 6만 8000부에 불과한 반면 잡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홈페이지엔 연간 천만 명이 방문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의 공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계정은 97만 명 이상이 팔로우하고 있다.

독립잡지의 디지털 전환은 전문성을 가진 광고매체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교 홍보광고학과 한규훈 교수는 “독립잡지가 매체의 변화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면 광고매체로서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한다. 일부 독립잡지는 잡지의 편집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상업 광고를 배제하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글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경영난에 빠진 잡지사와 새로운 광고매체를 찾는 광고사의 요구가 맞물릴 기회다”고 독립잡지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평가했다.

 

한 분야를 파고드는 독립잡지는 독자와 소통한다. 이러한 독립잡지의 전문성은 사회구성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러 독립잡지는 주류문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한다. 「우먼카인드」의 나희영 편집장은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독립잡지는 개인의 관점이 모이는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독립잡지의 내용이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독립잡지는 대중에게 외면받았던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독립잡지라는 창을 통해 몰랐던 세계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말함.
**미닝아웃(Meaning Out) : 소비행위를 통해 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현하는 운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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