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유학 가요?”
“음악학원 차리면 돈 많이 벌죠?”
“유학 갔다 오면 이제 끝이려나…….”


피아노, 아니 음악전공생들이면 귀에 박히게 들었을 말들이다. 철없던 학부생일 땐 내가 좋아해서 시작하고 전공한 음악이 현실적인 기준에 평가되는 게 싫어 대답을 피했다. 하지만 대학원생으로서, 졸업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이 말들은 쉽게 흘려들을 수 없게 됐다. ‘좋아한다’거나 ‘만족한다’는 등의 주관적인 감정만으로 음악가의 삶을 향하고 유지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바로 보게돼서이다.


며칠 전 졸업식진행으로 학교 가던 길, 택시기사아저씨의 쓴 웃음과 염려가 생각난다. “이건 졸업식이라서 기쁜 게 아니라 슬픈 거야. 해마다 최고급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기뻐서 꽃을 사고 웃을 여력이 어디 있어.”


과정보다는 결과를, 세부전공의 특성보다는 취업이라는 보편적인 결과로 평가받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은 설령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전공일지라도 취업이 안 된다면 그때부터 또 다른 길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런 면에서 사회에서의 완전한 취업과 거리가 있지만 자기분야를 살려 취업경험을 할 수 있는 점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음악전공생들이 갖는 이점이다. 음악학원 또는 개인레슨을 통해 자신만의 교수법을 만들며 학생들의 학습반응을 통해 음악의 끈을 이어가게 된다. 또 작곡과 학생의 곡을 연주하거나, 다른 악기의 반주 등 음악전공 내에서의 교류를 통한 취업의 경로도 있다. 취업을 향한 이 같은 사전경험은 학생들이 음악학원 원장, 학원 전임강사, 반주자와 같은 길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현실에 부합하는 취업활동의 길과 달리 음악이라는 전공특성에 맞는 순수음악가의 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본 글의 제목을 ‘이상과 현실, 두 갈림길에 서다.’라고 한 이유이며 음악전공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느끼는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현실의 장(場)보다 이상의 장(場)이 더 협소한 음악계에서 음악가로의 삶은 쉽지 않다. 보통 대학에서 음악과의 한 학년은 작곡, 기악(피아노, 관현악), 성악을 포함해 140여 명이다. 해마다 이 많은 학생들이 졸업해서 전문음악가로 무대에 설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각종 국내 ․ 외 콩쿠르와 음악회 등의 기회가 있지만 이런 기회들은 예 ․ 본선, 오디션이라는 과정을 통해 검증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각종 콩쿠르 입상과 음악회를 통한 무대 활동을 하고도 유학의 길을 밟는 게 음악가가 되는 길의 정도(正道) 아닌 정도(定道)로 여겨지는 현실 안에서 유학을 마친 후의 진로 역시 뚜렷하지 않다.


현실에 맞는 음악활동을 하느냐, 아님 순수예술의 목적에 맞게 이상에 맞는 음악을 하느냐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옳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주체인 학생이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구체적이고 뚜렷한 의식이 없다면 대학 졸업, 그리고 대학원 졸업을 앞둘 때마다 주변의 염려와 사회적인 판단에 좌우될 것이다.


현실이 없다면 추구할 이상이 없고 현실에 속한 문화를 성숙하게 하는 이상이 없다면 현실은 무료할 것이다. 어느 하나 치우침 없이 평등한,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인 이상과 현실의 갈림길 앞에서 음악전공생들은 확실한 주관과 학교와 사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확한 지도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결과가 아닌, 스스로가 그 기준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말이다.


기악학과 피아노전공 이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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