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발행 예정인 5만 원 권 화폐 도안 인물로 신사임당이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 측은 “신사임당을 화폐 인물로 선정함으로써 여성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사회에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며 선정 의의를 밝혔다. 이에 여성 문화 단체 이프를 비롯한 여성계는 “신사임당이 상징하는 현모양처 이미지가 가부장적 가치를 대표하기 때문에 21세기에 어울리는 여성상이 아니다.”며 한국은행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신사임당이 화폐 인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수많은 누리꾼들이 의견을 개진하며 갑론을박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계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서일까, ‘신사임당이라는 인물이 화폐에 그려질 인물로 적당한가’를 가리던 이 논쟁은 점차 ‘여성 대 남성의 성대결’이라는 샛길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요즘 들어 어떤 이슈가 불거지면 그것의 본질을 보고 논쟁하기보다는 남녀가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내년부터 지하철 전 구간에서 여성 전용칸제를 시행한다는 발표를 하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봇물 터지듯 남성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이 또한 남녀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이성적인 시각에서라면 ‘이 제도가 근본적인 성범죄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며 비판하거나 ‘최근 급증하는 성범죄를 예방하고 당장의 성범죄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옹호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어야 했다.
화폐 도안 인물 선정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신사임당이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가 예술ㆍ문학적으로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를 살피고, 그에 따라 화폐 도안 인물로서의 적합성을 따져야 한다.

왜 우리는 ‘남녀의 성’이 관련된 문제라면 문제를 냉정하게 비판하기보다는 이성을 잃고 서로를 물고, 뜯고, 할퀴는 데 몰두하는 걸까. 이제 남녀 성대결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때다. 상호간의 충돌보다는 이해를 찾고, 나아가 문제의 본질에서 해답을 찾는 것. 그것이 지금의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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