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I법정책연구회에서 발표한 한국 LGBTI(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Intersex)인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무지개 지수는 8.08%로 매우 낮다. 이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성적 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소수자에 대한 인권 증진이 필요한 한국 사회에 지난 6월 29일(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소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대두됐다.

*무지개 지수: SOGI법정책연구회가 「ILGA-Europe Rainbow Map (Index) May 2019」의 틀과 「ILGA-Europe Rainbow Map(http://rainbow-europe.org)」에 설명된 기준에 따라 한국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관련 제도의 유무를 표로 정리한 뒤 계산한 지수

하나의 법안으로 차별 피해자 구제 가능할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에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수단을 마련하도록 하나의 법으로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 등에서 차별금지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규정된 법률 외의 영역에선 차별이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를 구제할 수단이 미비하다. 이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모든 영역의 차별을 구체화해 제시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법무부의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처음 알려졌다. 입법예고란 법률 제정 또는 개정 사전에 법안의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처음 입법예고된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성별·장애·병력·나이·인종 등을 이유로 취업이나 교육 과정 등에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이후 지난 2013년까지 7차례에 걸쳐 발의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가 올해 7년 만에 다시 발의됐다. 또한, 지난 2007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UN)로부터 지속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 보장이 확대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 2007년 차별금지법이 정부에 의해 입법됐을 때는 차별의 범위를 약 13개로 규정했다. 13개의 차별 범위에는 성별, 연령, 인종, 피부색, 출신 민족, 출신 지역, 장애, 신체조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의견, 혼인, 임신, 사회적 신분 등이 포함됐다. 이후 지난 2008년 입법에서 약 22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22개의 차별 범위에는 병력, 나이, 언어, 고용 형태 등이 추가로 포함됐다. 이번 2020년 입법에선 국적이 추가돼 약 23개의 차별 범위를 규정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모든 영역에서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요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상의 내용을 기본으로 23가지 차별금지사유를 구체화해 차별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선 기본적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통해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차별금지법’은 이에서 더 나아가 기본적 인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를 목적으로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적용 범위는 4가지로 나뉜다. 이는 법안 제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다. 가목인 고용은 모집, 채용, 해고 등 고용의 전 과정을 포함한다. 나목은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 또는 이용을, 다목은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에서의 차별을 규제한다. 라목은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제한한다.

가치와 법을 저울에 달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미래통합당 기독인회 의원 대부분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범위까지 적용된다는 점에서 동성애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반대하는 의견을 탄압하는 법안이 아니라 성적 지향에 기반한 차별 행위를 제한하는 법안이다”며 “차별적인 의견이 아니라 구체적인 차별 행위가 있을 경우에만 제재가 가해진다”고 반박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상이한 가치의 23개의 차별 금지 사유에 모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특정 차별 금지 사유가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보호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용 의원은 “타인의 권리가 더 보장되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약자만을 위하는 법안이 아니라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소수자에 대한 주의 깊은 배려는 다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역차별이 아니다”며 “개인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에서 거리낌 없는 혐오와 차별이 이뤄지는 것을 막는 일일 뿐이다”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선 피해자 위주의 입증책임이 가해자에게로 일부 옮겨 갔다. 차별금지법안 제52조에 의하면 피해자는 해당 법률과 관련된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차별 행위의 존재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반해 차별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은 차별 행위가 없었거나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가해자에게 입증 책임이 전환된 유사한 사례엔 지난 2017년 8월의 대법원 판례(2015두3867)가 있다. 해당 판례는 삼성전자 엘시디(LCD) 공장 노동자에게 발생한 희귀질환을 산업재해라고 판단했다. 이는 업무와 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입증이 어려움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준 결과로 볼 수 있는데, 사실상 일부 입증책임을 회사에게로 돌린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선 복합차별을 명백한 차별 행위로 규정한다. 복합차별은 하나의 차별 행위가 둘 이상의 차별 금지 사유에 동시에 해당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되기 때문에 차별 역시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에게는 고용형태에 대한 차별과 출신 국가에 대한 차별이 동시에 발생한다. 따라서 한 개인이 겪은 차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차별이 발생하는 맥락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복합차별이 인정될 경우 차별 행위자는 모든 차별 금지 사유를 위반한 각각의 정당한 이유가 존재함을 입증해야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현재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특정한 차별 사유만을 법으로 보호한다.

청년들이 말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일부 청년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청년 단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이하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은 지난 6월 21일(일)부터 7월 16일(목)까지 각 대학 총학생회와 연대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 청년 서명운동을 벌였다. 서명 운동을 통해 확보된 1545명의 개인 연서명, 113개의 단체 연서명은 지난 7월 16일(목)에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에 전달됐다.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서 성명문을 발표를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소수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청년들도 움직임도 있었다. 차별금지법 반대 청년연대 강소영 사무국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에 단체를 결성해 활동하게 됐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청년연대는 현재 법안 제정을 막기 위해 1인 피켓 시위, 언론사 칼럼 게시, 관련 교육을 위한 연구 진행,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통한 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실시한다. 기독교 윤리를 기반으로 하는 청년 단체 더 스위티스트(The Sweetest)는 법안 상정 저지를 위해 지난 7월 13일(월)부터 국회 앞에서 1인 릴레이 피켓 시위를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중이다.

본교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본교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는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본교 제52대 총학생회와 중앙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 국제인권동아리 ‘숙명앰네스티’, 숙명여자대학교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명의 눈송이: 만년설, 퀴어(Queer) 모임 ‘큐훗’은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의 연대서명에 단체 연서명으로 뜻을 같이하기도 했다. 반면 본교 래디컬 페미니스트 동아리 ‘BUG’는 지난 7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에 게시해 많은 학우의 연대를 이끌어 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모두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결과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측면에서 평등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약자를 돌아볼 수 있도록 평등에 관한 끊임없는 논의를 개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참고자료
음선필 (2020).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헌법적 평가. 홍익법학, 21(3), 125-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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