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배달음식을 먹을 땐 주로 월요일이나 목요일에 먹는다. 재활용 쓰레기를 쌓아놓지 않기 위해 일부러 분리수거 하는 날에 배달음식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금요일과 주말에 연달아 배달음식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월요일이 되자 필자의 무릎 높이의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의 비율이 높았다. 1인분의 식사에서만 14개의 플라스틱이 나왔다. 하루 한 끼를 배달음식으로 처리할 때, 사흘만 지나도 50개의 자잘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플라스틱 배출량에 코로나19는 비극적인 촉진제였다. 일회용 마스크와 비닐장갑, 손 소독제 용기도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만 해도 숨쉬듯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세상이 됐다. 미국화학학회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은 전 세계에서 매달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가 1290억 개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릴 곳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천시의 생활폐기물은 벌써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할 수 있는 할당량을 초과했다. 이는 예견된 미래였다. 지난 8월, 이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인천 지자체의 상반기 생활폐기물 반입량이 올 한 해 반입 총량 9만6199t의 89.5%(8만6058t)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또한 안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해당 수도권매립지는 오는 2025년 운영을 종료하므로, 각 지자체의 쓰레기 매립지 대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플라스틱 배출량 감소는 정부와 기업, 소비자의 움직임이 모두 요구되는 영역이다. 기업은 포장 용기를 축소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현재 ‘6개월 안에 90% 이상 분해 가능할 때’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낮춰 기업의 생분해성 소재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물건의 사용 분야마다 생분해가 필요한 조건이 다양하므로, 반드시 높은 생분해 기준을 달성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을 덜 쓰고, 더 재활용하는 습관이 생활화돼야 한다. 우리의 작고 큰 노력이 방아쇠가 돼 플라스틱 대란을 막아줄 날갯짓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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