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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만 남은 세상, 「우먼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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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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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남자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똑똑한 남자가 연구하다 아주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남자가 멸종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 남자라는 성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아민더 달리왈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우먼 월드(Woman World)」는 유전적 이상에 의해 남성이 멸종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전제로 시작한다. 여성만 남은 세계에서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의 여성들은 여성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군다.

「우먼 월드」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고 오랫동안 지속해온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를 비튼다. 「우먼 월드」 속 여성 대부분은 양성애자다. 따라서 여성과 여성 간 사랑이 매우 자연스럽다. 이성애가 정상 범주로 취급되는 현실과는 이질적이다. 또 마을의 시장인 가이아는 항상 대중 앞에 나체로 등장한다. 남성이 사라진 사회에서 여성의 나체는 더는 성적 대상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신체를 향한 폭력적인 시선이 소멸하고, 비로소 여성의 신체는 성적인 유희로부터 탈피한다.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엔 페미니즘(Feminism)이 없다. 페미니즘이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추구하는 사상이기 때문에 남성이 멸종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대신 페미니즘은 여성의 삶 자체가 됐다. 여성을 향한 폭력이 사라지자 기존의 가부장 질서가 만든 성차별적 양상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린 소녀 ‘에미코’는 할머니에게 “자궁(子宮)이 무슨 말인지는 알아요. 아들이 자라는 곳이죠? 그러면 딸은 어디서 커요?”라고 묻는다. 이처럼 가부장 사회에서 의례적으로 사용됐던 언어는 남성-여성의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에선 무척 이상하게 들린다.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에선 사회의 주입으로 의해 여성들이 추구했던 정형적인 아름다움도 부질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나오미’는 하이힐을 발견하고 신어보지만, 과거의 여성들이 왜 굽이 높은 불편한 신발을 신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하이힐이 작은 구멍을 내는 데 쓰는 건설 작업용 신발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에미코는 과거의 잡지에서 과하게 화장을 한 여성 모델의 미백 광고를 보며 옛날이 무시무시해 보인다고 말한다. 에미코의 말을 통해 독자는 여성의 기본 요건으로 여겨지는 외모 가꾸기가 실제로는 의무가 아닌 허상임을 알 수 있다.

「우먼 월드」는 현대 여성이 주체적인 여성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20세기 여성 운동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은 자신의 본질적인 욕구가 무엇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사회가 요구하는 선하고 아름다운 여성상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과거 중국에선 작은 발이 미의 기준이었다.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어린 여자아이들은 발이 뒤틀리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전족을 신었다. 이제 현대 여성은 전족을 신지 않는다. 최근 부흥하는 여성주의 흐름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여성이 여성의 삶을 구속하던 과거의 유산들을 하나둘씩 벗어던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성이 온전한 주체로서 본인의 욕망에 화답하고 있다고 볼 순 없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막 뗀 발걸음일 뿐이다. 언젠가는 여성을 정상으로 간주하며 여성을 속박했던 제도와 문화가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때가 올 것이다.

「우먼 월드」는 여성이 주체적인 모습으로 여자답게 살아가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먼 월드」와 다르게 현실은 디스토피아다.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가 난무한다. 세상에 여자만 남는다는 「우먼 월드」의 가정은 현재로선 성립이 불가한 환상과도 같다. 우리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을 포기하고 여성 혐오가 부재한 사회를 상상으로만 남겨놓아야 할까? 여성이 디스토피아에 머물 것이냐, 아니면 평화로운 우먼 월드를 개척할 것이냐. 선택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경영 19 권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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