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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 한국식 기본소득을 살펴보다
김지선 기자  |  smpkjs9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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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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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인한 생계 곤란으로부터 도민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조하기 위해 전 도민에게 각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유사하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긴급 경제 부양책은 한국뿐 아니라 스페인,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지난 1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활절 기념 연설을 전했다.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어려운 시기를 일정한 수입 없이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경제적 봉쇄조치로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며 “지금이야말로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wage) 도입을 고려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은 무엇이고, 기본소득 논의는 왜 확산되고 있을까?
*Grace Panetta. (2020년 4월 13일). Pope Francis says it might be ‘time to consider a unicersal basic wage’ in Easter letter. Business Insider. 검색일 5월 12일, 2020년, 출처 https://www.businessinsider.com/pope-francis-it-might-be-time-to-consider-universal-basic-wage-2020-4

다섯 개념으로 정의하는 기본소득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BIEK)는 기본소득을 국가와 같은 정치공동체가 그 구성원인 개인 모두에게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정의는 기본소득을 다른 복지책들과 구별 짓는 다섯 가지 특성을 포함하고 있다. **기본소득의 고유한 성격으로 여겨지는 정기성, 현금성, 보편성, 개별성, 무조건성 다음과 같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본소득 설명이다.

정기성
기본소득은 매달, 매 분기와 같이 일정한 기간을 두고 꾸준히 지급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정기성’으로부터 국가공동체는 구성원의 경제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의 인간다운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현금성
기본소득은 거래에 적합한 수단이어야 한다. 이는 사용처와 시기, 방식을 수령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쌀, 책 등 현물이나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이용권처럼 용도가 정해져 있어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의 한 가지 형태로 ‘현금’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이처럼 거래에 적합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속성을 ‘현금성’이라고 부른다.

보편성
기본소득은 이를 지급하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 자격을 가진 모두에게 주어진다. 이러한 특성이 주식의 배당금과 유사해 기본소득을 ‘국가로부터의 배당’, ‘시민배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주식에서 배당금은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각 회사마다의 배당기준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에게 나누어 주는 돈이다. 다시 말해, 단지 일정 기간까지 주주 지위를 유지했다는 것만으로 마땅하게 주어지는 수익이 배당금이다. 기본소득도 이와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주민, 시민 또는 국민 등 국가공동체가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지위를 갖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국가의 이익을 나누어 받을 수 있다. 이를 기본소득의 ‘보편성’이라고 한다.

개별성
기본소득은 국가공동체가 구성원 개개인에게 지원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별성’은 기본소득이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지위 그 자체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부조와 같은 한국의 일반적인 사회보장제도가 개인이 아닌 집단, 그중에서도 주거와 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의 집단인 가구 단위로 운영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공공부조가 가구 단위로 운영되는 것은 소득을 산정하여 지급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성
기본소득은 노동이나 소득에 대한 요구 없이 주어진다. 즉 현재 일하고 있지 않더라도, 열띤 근로 의욕을 보이지 않아도, 심지어는 경제적으로 위태롭지 않은 상황이어도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있고, 따라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두에게 그 수익을 나눠 받을 당연한 자격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 정의는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열린 기본소득총회에서 합의된 것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본소득의 지향점이나 기본소득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맥락 없이 다소 기술적인 정의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을 재임하고 있는 백승호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 정의는 기본소득의 궁극적인 목표를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근엔 활동가 사이에서 기본소득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구성하는 개념과 그 해석에 관해선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일각에선 지난 2016년 기본소득총회에서 정의한 다섯 가지 특성 외에 충분성을 포함하기도 한다. 충분성은 기본소득으로 지급되는 현금이 인간적인 생활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또 특히 보편성에 관해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기도 한다. 백 교수는 “굉장히 논쟁적인 주제다”며 “현재는 시민권을 가진 사람으로 되어 있지만, 한 발짝 나아가는 경우에는 거주권 정도가 확대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기본 소득을 들여다보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표방한 정책은 주로 경기도에서 실행되고 있다. 한국의 첫 번째 기본소득 정책으로 꼽히는 ‘청년배당’은 지난 2016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청년배당은 경기도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성남시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청년배당 수혜자 2,86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96.3%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생활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95%를 넘었다. 당시 만족도 조사에서 수혜자의 97%가 만족했다, 95%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등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청년배당은 지난 2019년부터 경기도 전역에서 ‘청년기본소득’으로 확대됐다. 이는 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계속 거주하거나 거주 기간이 총합 10년 이상인 만 24세 청년을 대상으로 분기당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박 주무관은 “지난 2019년 4분기까지 총 50만명이 넘는 경기도 거주 청년들이 청년기본소득을 신청했다”며 “이 중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명 중 8명 이상이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본소득 논의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폭증하면서 활발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rope Union, EU)의 소식을 전달하는 독립매체 ‘뉴유럽(Neweurope)’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의 장관들이 지난 8일(금) 성명서를 발표해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유럽식 기본소득(European Minimun Income)’ 체계를 마련하자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논의중인 기본소득 내용을 정리한 도표이다. (글·그래픽 강보연 기자 smpkby96@sm.ac.kr)

지난 3월, 한국에서도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을 추진한 바 있다. 경기도에서 시행한 재난기본소득은 도의회에서「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이 의결된 지난 3월 23일 24시 이전부터 신청일까지 도내에 주민등록 되어있는 모든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을 지역화폐로 1회 지급하는 정책이다. 지난 14일(목), 경기도는 지난 6일(수)부터 8일(금)까지 경기지역화폐 가맹점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월 매출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56%였고 가맹점포의 89%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본소득으로 이름 붙여진 정책들이 정말로 기본소득의 본질에 부합하는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성인에게 100만 원씩, 18세 이하의 아동과 청소년에게 50만 원씩 현금을 지역화폐나 상품권 등으로 지급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재난사회수당이고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와는 본질적 의미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의 다섯 가지 특성을 적용해 재난기본소득을 살펴보면 보편성, 개별성, 무조건성은 충족하지만 정기성은 결여돼 있으며 현금성도 다소 모호하다. 지역화폐로 일회성 지급에 그치기 때문이다.

청년기본소득 또한 기본소득의 다섯 가지 특성 모두를 충족하지는 못한다. 별도의 소득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청년 개인에게 분기마다 주어진다는 점에서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은 충족하지만 정책 대상을 청년으로 한정하고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편성과 현금성은 결여된다. 그러나 현금성의 경우 마찬가지로 재고의 여지가 있다. 지급 형태가 반드시 현금이어야 한다기보다는 사용처와 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새 시대의 복지가 되려면
앞으로는 기본소득의 정의에 부합하는 ‘진짜 기본소득’ 정책이 나올까?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 마련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복지정책으로서 기본소득의 효율성이다.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이 교수는 “한국의 경우 5천만이 넘는 국민 모두에게 매달 약 70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보편성, 개별성, 정기성, 충분성, 무조건성의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본소득제도가 되는데 이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며 “기존의 복지제도를 운영하면서 추가로 기본소득제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기존 복지제도와 기본소득제도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입장에서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랩2050(LAB2050)’ 연구진은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법을 연구해 ‘국민기본소득제 :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장 오는 2021년부터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수 있는 재정적으로 가능한 방안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외에도 다섯 가지 방안이 더 있다. 이 여섯 가지 방안에 필요한 재원은 ▶단순하고 누진적인 소득세제 ▶공정한 세금 제도 ▶기본소득과 효과가 중첩되는 복지 일부 대체 ▶재정 구조조정 ▶유휴 및 신규 재원 활용으로 마련될 수 있다.

기존 세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공통부에 대한 조세 제도를 신설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공통부는 태양, 토지 등과 같이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자원을 말한다. 가령 누군가가 토지를 일시적으로 점유해 수익을 만들었더라도, 그 수익은 원래 모두의 것이었던 토지 자원에 기반했으므로 모두에게 나누어질 수 있다. 백 교수는 “토지로부터 얻은 이익에는 땅을 개간하고 볍씨를 뿌리는 것 같은 개인의 노력도 들어가지만, 볕이 드는 정도나 토양이 비옥한 정도 등 토지 그 자체의 가치에 따르는 부분도 있다”며 “이처럼 소득 일부는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원래 모두의 것이었던 토지를 활용해 번 것이므로 그 일부를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나누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공통부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롭게 등장한 공통부로는 인터넷, 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토지 같은 기존 공통부와 구분하기 위해 인공적 공통부라고 부른다.

재원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기본소득이 효과적인 복지 정책인지에 관한 의심은 아직 남아있다. 기본소득은 소득 심사와 같은 절차로 대상자를 선별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풍족한 이들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부유한 계층에게까지 지급한다면 부익부 빈익빈과 같은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백 교수는 기본소득세와 같은 세금 제도를 대안으로 언급한다. 백 교수는 “기존에 연구된 설계들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주고 10%의 기본소득세를 걷는다고 해도 인구의 70%는 기본소득을 주는 편이 그들 삶에 1원이라도 더 보탬이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기본적으로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되 기본소득이 생계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일부 부유층에게서 세금으로 환수하는 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세금 제도는 지급한 기본소득을 추후 회수하기는 해도 기본소득 자체가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정과도 같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백 교수는 “기본소득 지급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인 수혜자는 존재 자체로 국가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며 “이러한 방식의 세금 제도는 기본소득을 받을 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는 동시에 생활에 큰 타격이 없는 수준의 세금으로 이를 돌려줄 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두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본소득 도입 논의는 아직 진행형이다. 한국에서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으나, 기본소득의 지향점을 완전히 실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급속한 변화가 예견되는 현재, 근로 여부에 상관없이 생활에 필요한 기본 요건을 충족하는 기본소득이 주목받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에 기본소득 담론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입장을 정립하기를 권한다. 분배, 정의, 그리고 복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계는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기본소득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개인 및 집단 간을 연결하고 기본소득 논의를 세계적 범위에 걸쳐 촉진하는 국제 네트워크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31개의 국가 또는 지역 단체가 가입해있음.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가 정리하였음. 참고 : About Basic Income. (n.d). 검색일 5월 15일, 2020년, 출처 https://basicincome.org/basic-income/
***Zoi Didili. (2020년 5월 11일). Italy, Spain, Portugal, call for European minimum income. Neweurope. 검색일 5월 15일, 2020년, 출처 https://www.neweurope.eu/article/italy-spain-portugal-call-for-european-minimum-in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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