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 리얼돌을 앉혀 논란이 된 FC서울이 결국 제재금 1억 원을 부담하게 됐다. 여성을 단순한 성욕 해소의 대상으로 묘사해 성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신체의 특정 부위를 왜곡해 인간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한다는 문제를 안은 리얼돌을 국내 대표 구단에서 관중으로 ‘모신’ 것이다. FC서울 측은 “세세하게 확인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 없는 불찰이다”며 사과했으나 여론은 이미 돌아선 듯 보인다.
 
응원 문화에서 여성은 언제나 대상화됐다. 스포츠계는 프로야구 경기에서 치어리더에게 ‘아동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꽉 끼는 옷을 입혔고, 격투기 경기에선 여성에게 겨우 속옷만 입혀 링 위로 올렸다. “글래머러스한 모습이 낫지 않겠나” 설치업체 관계자는 관중석에 배치한 리얼돌 중 일부는 성인용이 맞다고 인정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남성 중심적인 스포츠계에서 그간 여성을 어떤 존재로 바라봤는지를 단 한 줄로 설명했다. FC서울의 관중석에 앉은 리얼돌은 한국 응원 문화의 극단적인 단면에 불과하다. 세간의 빈축을 사면서도 당당한 그의 태도가 놀랍지 않은 이유다.

지난 2018년 한 미성년자 치어리더는 SNS를 통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폭력적인 응원 문화 속에서 치어리더가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은 희미해졌다. ‘치어리더’를 검색창에 입력해 보자. 의도적으로 아래에서 찍은 사진, 신체의 특정 부위만 강조한 사진, 심지어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가슴과 엉덩이만 겨우 가리는 치어리딩 복장을 입힌 채 경기장에 내보낸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가뭄에 콩 나듯 하나씩 나오는 남성 치어리더의 모습은 어떨까. 선수들이 입는 복장과 유사한 편한 야구복, 성적으로 왜곡한 복장을 한 남성 치어리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치어리더뿐이 아니다. 이는 국내 응원 문화가 여성만을 성적으로 소비하고 왜곡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성희롱 등 실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응원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한때 ‘모든 모델의 꿈’으로 불리던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쇼가 지난해 폐지됐다. 여성은 화려하기만 하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속옷 따위를 입고 쇼에 서서 남성들의 환상을 채워주는 존재가 아니다. 응원 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라운드걸이 링 위에 오를 때 걸치는 튜브톱도, 치어리더가 입는 지나치게 작고 짧은 옷도 이제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와 함께 부끄러운 역사로 남아야 한다. 여성의 성적인 요소만을 부각해 남성들의 사기를 북돋운다는 ‘이상한’ 응원 문화, 지금도 때가 아니라면 언제가 돼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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