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등교가 중지된 탓에 동기와의 만남조차 불투명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태원 클럽 사태’로 ‘계절학기마저 사이버 강의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도는 지금, 야속하게도 날씨는 놀러 다니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화창하다.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8년, 학교에서 다녀왔던 제주도 ‘자전거’ 테마 여행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이 여행의 테마는 ‘극기’였다. 봉사나 친목을 테마로 삼는 대부분의 여행과는 달랐다. 체력이 저하된 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거의 한 바퀴 돈다고 생각해보면, 이 여행의 테마가 왜 극기인지 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자전거로  통학을 했는데도 여행 중간에 너무 지쳐 쉬고 싶었을 정도였다. 결국 여행의 이틀째엔 남학생 일부와 여학생 불과 2명만 남았다.

3일 모두 힘들었던 우리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날, 자전거 업체에서 각자의 자전거를 선정해 적응 연습을 했다. 인솔 선생님 중 세 분은 휴식이 필요한 친구를 차에 태우셨고 과자와 음료 등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주셨다. 일정 내내 동행해 주신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했다. 첫날엔 많은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둘째 날,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제일 힘든 날이었다. 약 80%가 오르막길인 5.5km 주행거리엔 맞바람이 거셌다. 그나마 존재했던 평지인 바닷길에서 휴식을 취한 이후 필자의 자전거 기어는 고장이 났다. 단체 휴식 기간에 친구들의 자전거와 함께 수리를 맡기고 버스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휴식 이후 여학생이 2명만 남게 돼 선두가 남학생으로 바뀌었다. 필자의 자전거는 다시 고장이 났으며 설상가상으로 한 여학생의 추돌사고까지 발생했다. 모두 피곤했던 탓에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던 와중 같은 방을 썼던 친구들은 모두 뻗어버렸고, 필자는 몸이 부어 다음날 잊고 싶은 과거까지 생성했다. 그래도, 필자에겐 가장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악에 받쳐서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망의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은 모두가 완주에 성공한 날이다. 전날 휴식을 충분히 취한 덕에 필자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이틀 동안 아파서 버스 안에서만 지낸 한 친구도 이날만큼은 건강을 회복해 일정에 합류했다. 저녁에 예약된 바비큐는 모두를 즐겁게 달리게 한 원동력이 됐다. 오르막길이 많았던 첫째 날과 달리 내리막길도 많아 더 신나게 달렸던 것 같다. 숙소 근처 해안까지 종주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우리의 140km 여정은 끝이 났다.

사실 이 여행을 가기까지 탈이 정말 많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갔던 예비훈련을 힘들어했던 대부분의 여학생이 다른 여행 테마를 선택했으며, 여행 도중엔 한 친구가 자전거에서 넘어져 심하게 구르는 사고, 필자와 다른 학생 두 명의 자전거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고, 2년이 흐른 지금 여행을 떠올리면 정작 우리가 느낀 건 ‘극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를 걱정할 만큼 흐린 날씨에도 그저 달리면서 제주도를 즐겼던 경험으로 기억에 남는다. 사고가 난 친구를 도와주고, 선두에 서신 선생님의 장애물에 대한 제스처를 마치 파도타기처럼 마지막 친구에게까지 전달하기 위해  목청껏 알려주며 우리가 모두 하나 되는 것. 굳이 단어 하나로 표현하자면 유대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도 분명 많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저 추억에 젖어 행복할 뿐이다.

비록 직접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을 읽는 학우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답답함과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으면 좋겠다.
 

통계 20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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