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투덕대는 이야기를 누가 좋아하겠어?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지난 2월 12일(수)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의 대사다. 작가 지망생 ‘조’는 동생 ‘에이미’의 말에 용기를 얻어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고, 결국 출간까지 하게 된다.

<작은 아씨들>의 조는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속담이 보여주듯 그동안 여성의 이야기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성 간의 대화는 시시콜콜한 수다 따위로 폄하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기록은 살아남아 후대 여성에게 전해진다. 그렇게 전해진 여성의 기록은 시대의 여성혐오를 고발하고 후대 여성의 공감과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여성의 권리를 천명한 올랭프 드 구주(Olympe de Gouges)의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a femme et de la citoyenne)’이 그러했고, 남성의 노리개로 살기를 거부한 나혜석의 ‘이혼고백서’가 그러했다.

사회는 여성의 목소리를 곧장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시 프랑스는 올랭프 드 구주를 부정한 행동을 하고 왕정을 복구하려 했다는 명목으로 처형했다. 한국 역시 나혜석의 업적을 축소하고 그를 사회에서 배제했다. 현대 사회도 다를 바 없다. 모 게임 업체의 페미니즘 사상 검열이 공론화된 것은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올랭프 드 구주의 말대로 여성은 깨어나 자신의 권리를 발견했으며, 나혜석의 말대로 여성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발견하고 선대 여성의 뒤를 따르기로 한 여성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8일(일) 여성의 날엔 ‘여성위키’가 임시 개설했다. 여성위키는 여성의 언어, 역사와 철학을 담는 여성 기록공동체다. 여성위키의 대문엔 ‘당신의 경험과 삶은 그 자체로 연대가 됩니다’라는 문구와 ‘전문적이지 않거나 자격이 부족한 여성은 없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여성주의에 입각한 여성위키의 출범은 시공간을 넘어 기록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성의 목소리엔 가부장제를 깨뜨릴 힘이 있다. 그렇기에 가부장제는 여성이 스스로가 가진 힘을 깨닫지 못하도록 그의 목소리를 끝없이 묵살한다.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는 이들은 그가 가져올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이여, 말하고 행동하기를 두려워 말자. 당신의 기록은 곧 여성에 대한 연대이며, 여성이 전진하는 발판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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