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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 페미니즘, 여대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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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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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젠가 이들의 흔적을 마주했을지 모른다. 학술세미나, 강사 초청 강연 등 ‘여대 페미니즘’을 가시화하려는 움직임에 이들의 노력이 녹아있다. 여대언론연합은 여대 페미니즘의 중심에 있는 각 학교의 페미니즘 동아리 및 소모임을 초청해 지난 17일(화) 좌담회를 열었다. 덕성여대 여성학 소모임 FinD(Feminists in Duksung, 이하 FinD), 동덕여대 중앙여성학 동아리 WTF(What The Feminism, 이하 WTF), 서울여대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 성신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Dear.Sisters, 본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Sookmyung Feminists Association, 이하 SFA)와 함께한 좌담회의 열기를 느껴보자.


Q. 여대 입학 후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는 무엇인가.
무소의 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게 수월해졌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Dear.Sisters: 외적으로는 탈코르셋을 하게 됐다. 내적으로는 ‘내가 뭘 원하지?’라고 생각하며 의견을 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
SFA: 가장 큰 변화는 온전한 주체로 뭔가를 한 경험이다. 여대는 ‘남성의 시선’에서 벗어나 여성들의 사회를 일굴 수 있는 동시에 남성 중심 사회의 여성혐오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WTF: 개인적으로 여대가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사이비 취급을 받았다. 안전함은 페미니즘 흐름의 탑승자끼리 느낄 수 있으며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FinD: 동의한다. 지난 2014년만 해도 페미니즘 담론이 전혀 없었다. 지난 2017년쯤 페미니즘 이슈가 폭발적으로 대두했다. 나의 변화에는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여대는 그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Q. 교·강사의 여성혐오 발언에 많은 학생들이 대자보 게시나 수강신청 보이콧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대응 이후 교·강사가 수업 중 여성혐오 발언을 지양하는 것을 체감하는가.
FinD: 전에는 여성혐오 발언 후 유야무야 넘어 갔다면 요즘엔 발언 후 뒤늦게 의식하는 정도다.
무소의 뿔: ‘너희들이 무서워서 내가 이렇게 조심한다’고 티낼 때가 있다. 정말 무서우면 그냥 더 조심할 텐데 그렇지 않은 거다. 


Q. 페미니즘, 나아가 사회에서 ‘여자대학’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SFA: 여대에서 우리는 ‘여대생’이 아니라 대학생으로 존재한다. 여대에서는 사람으로서 학업과 자아실현에 몰두할 기회를 갖는다. 여대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Dear.Sisters: 여대는 페미니즘을 가장 적극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곳이다.


Q. 여대 내 페미니즘 동아리 및 소모임을 만드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Dear.Sisters: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페미니즘을 시작할 계기가, 혼자 페미니즘을 하는 사람에게는 의지가 될 수 있다. 동아리 내에서는 동질감이나 연대 의식을 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무소의 뿔: 여대 페미니즘 동아리는 흩어져 있던 페미니스트들이 모이는 공론장이다. 교내 페미니즘을 가시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활동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SFA: 정기 학술세미나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원래 독서세미나 위주로 진행했다. 그런데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페미니즘의 현 이슈를 다룰 수 있도록 ‘4B, 탈코르셋, 미디어와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로 발제했다.
WTF: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세미나 활동이다.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교수님에게 도움도 얻으며 진행했다.
Dear.Sisters: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토론이다. 페미니즘의 필요성은 알지만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해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
FinD: 교내에서의 파급력, 즉 페미니즘을 더 많이 접하게 하는 것과 지속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소의 뿔: 래디컬 페미니즘과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가시화가 가장 중요하다.


Q. 페미니즘 활동은 때로 힘겨울 때도 있다. 서로에게 힘이 돼줄 수 있는 ‘대학 페미니즘 동아리 간의 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Dear.Sisters: 공학대는 여대에 비해 페미니즘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대학 내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할 수 있는 카르텔이 필요하다.
WTF: 동의한다. 여대 밖의 페미니스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SFA: SFA는 타 여대 페미니즘 동아리와 연합 학술제를 한 적이 있다. 타 학교 페미니스트들을 만날 수 있어 참여한 사람들이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무소의 뿔: 예전에 참여한 래디컬 페미니스트 행사에서 타 여대 페미니스트들을 만나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 행사를 여는 것은 힘들지만 연대에 도움이 많이 된다.


Q. 공학대엔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시각도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좋은가.
WTF: 남학생의 혐오는 낯선 것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여학생에겐 공포의 대상이 페미니즘에 화살을 던지는 남학생 무리로 보인다.
SFA: 2030 남성들은 ‘내가 차별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Dear.Sisters: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공학대 내 페미니즘 가시화의 반증이 아닐까.
FinD: 공학대에선 남학생들이 주류이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낙인 찍히기 두려워 위축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페미니스트가 많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무소의 뿔: 가장 하기 쉽고, 가장 해야 할 것은 연대다. 공학대에서 연대 요청을 했을 때 이를 받아들여 모든 방식으로 적극적인 연대를 해야 한다.


Q. 여대에서도 간접적인 페미니즘 혐오를 마주한다. 현명한 대응은 무엇인가.
Dear.Sisters: 누군가에게 깨달음의 계기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WTF: 인권 운동은 무임승차를 동반한다. 우리는 전 세대 여성들에게 무임승차했고, 다음 세대가 무임승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들을 미워하지 말고, 언젠가는 함께 할 거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넓게 갖자. 어차피 우리는 같이 가야 한다.
SFA: 페미니즘 담론을 입문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본 동아리는 매 학년 초 입문자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Q. 여대 공학화 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소의 뿔: 총여학생회마저 폐지되는 현 시점에 여성혐오적 논란이다.
FinD: 전 총장의 공약이었다. 여자의 파이를 다 뺏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Dear.Sisters: 성신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 직접 뽑은 총장이 공학화를 추진하겠다니 화가 났다. 학생들이 공청회도 열고 반대 성명을 붙여가며 막았다.
SFA: 이런 주장의 주체는 항상 남성이다. 기득권자의 폭력에 불과하다. 여성차별이 없는 사회가 오면 여대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대의 숙명은 소멸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Q. 여대에 대한 사회의 혐오가 존재한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가, 무시해야 하는가.
Dear.Sisters: ‘무해한 음모’로 맞서되, 혐오를 피하려다 백래시(Backlash)에 가까워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백래시를 피하기 위한 노력과 여대에 대한 혐오를 무시하는 것 모두 필요하다.
무소의 뿔: 동의한다. 동시에 여성 카르텔을 구축해 동지를 만들어야 한다.
WTF: 여대뿐만 아니라 모든 여초에 해당하는 문제다. 여성혐오와 맞서 싸우다 보면 오해나 왜곡된 시선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SFA: 이제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스쿨미투(School MeToo) 세대다. 이들은 이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나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입학이 여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Q. 조선 말 여성 근대교육은 대부분 ‘여학교’에서 이뤄졌다. 이 여학교의 후손인 현재의 여대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FinD: 반대로 묻고 싶다. 공학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답을 찾기에 더 수월할 것 같다.
SFA: 여대는 여성이 능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역으로 여성도 성별과 관계없이 똑같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학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Dear.Sisters: 여대가 의대, 공대 같은 남초과에 지원을 늘려서 남초의 벽을 허물었으면 좋겠다.
WTF: 금녀의 벽을 부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여성 전체의 임금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여초 직종이 가치 없는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의 일이기 때문에 임금이 낮게 책정된 것이다. 남초가 여초로 전복되면 임금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악순환을 개선해야 한다.
SFA: 직업적 성 고정을 허무는 것과 여초 직종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을 동시에 해야 한다.
무소의 뿔: 그 일환으로 여대에서라도 현재보다 남성을 배제하길 바란다. 여대에서도 남교수 비중이 높거나 최소 절반이다. 교수부터 교직원까지 최대한 여성으로 채워야 여성 카르텔 형성에 도움이 된다.
WTF: 여성쿼터제가 필요하다. 제도가 있어야 억지로라도 여성을 채용하니까.


Q. 페미니즘이 여대에서 공학대로, 나아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울 방법은 무엇인가.
FinD: 결국은 쪽수 싸움이다.
Dear.Sisters: 카르텔 만드는 게 그 방법이다. 어딜 가든 꼭 여자만 있는 채팅방을 만드는 선배가 있다. 무언가를 공유하는 행위가 카르텔을 계속 만드는 거다.
무소의 뿔: 여성이라는 정체성 아래 뭉쳐야 한다.
WTF: 달마다 모여 업계 최신 소식을 전하며 친목을 다지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클럽’이 있다. 같은 업계의 여성들끼리 모이는 게 필요하다.
SFA: 같이 모여 이야기할 오프라인 광장의 기반 만들기가 여기, 여대에서 시작되길 바란다.

   
▲ 지난 17일(화) 서울여대학보 편집실에서 페미니즘 동아리 및 소모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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