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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컴퍼니, 무직에 색을 입히다
김연수·이새롬 기자  |  smpkys98@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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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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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일하기 어려운 시대다. 일자리의 양적인 부족은 많은 취업준비생들을 압박하지만, 이미 고용된 사회인에게도 질 좋은 직장이 없음은 큰 어려움이다. 다닐 직장이 없어서, 혹은 다니는 직장이 별로여서 자발적, 강제적으로 무직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있다.

‘니트족’이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고용환경이 악화돼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니트족도 증가했고 사회는 이들을 사회불안을 유발하는 사회병리현상으로 바라본다. 때문에 수많은 '니트'들은 사회의 압박에 의해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하지만 니트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무직 상태 청년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연대하고 자기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니트생활자가 그 주인공이다. 본지 기자단은 지난 20일(수)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니트컴퍼니의 공동대표 강영심, 박은미 씨를 만나봤다.


청년, 가시밭길을 헤메다
직장 생활은 강영심 대표로 하여금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깨닫게 했다. 대학 시절 강 대표의 꿈은 ‘자본주의의 정점에 오르는 것’이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원하던 금융 회사에 취업했지만, 현실은 꿈꿔왔던 이상과 달랐다. 자본주의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강 대표에게 조 단위 금액을 다루는 직업 활동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일깨워줬다. 강 대표는 “경제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회의를 느끼게 됐죠”라며 “행복의 기준을 제로섬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공직과 같이 좋은 일을 하는 사회 공헌으로 전환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사회는 시행착오를 고려해주지 않았다. 대학 시절 명확한 꿈을 찾지 못한 박은미 대표는 단순히 그를 ‘뽑아준’ 직장에 취업했다. 그는 “직장에서 칭찬을 들으며 자신의 장점을 깨닫게 됐고 점차 성장을 위한 욕심이 생겼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진 규모가 크고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었던 박 대표는 경력이 쌓이자 30대 중반의 ‘가임기 여성’이라는 제약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박 대표는 “유리천장과 더불어 나이가 어린 여성들을 선호하는 등의 사회적 제약으로 백수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죠”라며 “무직 기간이 불안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회사가 아닌 나를 원하는 회사로 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어요”라고 말했다.

니트족이 퇴사를 결정하는 이유는 각자 다양하다. 여섯 번의 퇴사 경험이 있는 박 대표는 “첫 번째 퇴사는 더 좋은 곳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두 번째는 몸이 망가져서, 세 번째는 계약이 끝나서 등 자발적이거나 강제적인 이유였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퇴사의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조직 문화, 맞지 않는 상사와 같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성장을 원해서일 수도 있죠”라며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니트컴퍼니에 오신 한 분은 자신의 미래였던 직장 선배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 그만뒀다고 해요”라고 다양한 이유를 설명했다.


“퇴사해도 괜찮아요”, 니트생활자와 함께하는 성장
니트생활자는 다소 비관적인 의미인 니트족을 새롭게 정의했다. 니트생활자는 학생, 직장인도 아니며 직업훈련도 받지 않지만 새로운 ‘lifestyle’로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고민하는 생활자들을 일컫는다. 박 대표는 “니트족은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라며 “퇴사 동기 존재 자체의 안정과 위로가 컸던 경험을 무업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우리의 존재를 니트생활자라는 명명을 통해 알렸어요”라고 말했다.

니트생활자는 지난해 12월, 전 직장 동료인 두 대표가 함께 퇴사하며 퇴사동기로서 백수생활을 즐겁게 보내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두 대표는 “외롭고 힘든 무직 기간을 ‘혼자’ 지내야 했던 과거와 달리 퇴사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달성하며 서로에게 힘이 됐죠”라며 “다른 백수들도 집이 아닌 야외 활동을 하며 재충전을 하기를 바랐어요”라고 말했다. 블로그(blog)와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공지를 통해 120여 명의 니트족을 모았다. 두 공동대표는 이들과 함께 한양도성을 걷고 등산을 하거나 전시를 관람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함께 모인 니트생활자들은 이후에도 ‘카카오톡(Kakao Talk) 오픈 채팅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한다.

니트생활자는 넓은 ‘니트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먼저 블로그를 통한 일회성 만남의 제약을 극복하고 꾸준한 연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니트컴퍼니를 설립했다. 니트컴퍼니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진행된 백수들을 위한 회사놀이 서비스다. 12명의 사원이 주 1회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평일엔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출근하는 방식이다. 니트컴퍼니는 각자 직책을 정하고 본인이 정한 개인 업무와 ‘내 직업 설명서’ 전시회를 기획하는 조직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일지를 작성 후 퇴근하는 회사다. 건물, 사업자, 사장, 월급도 없는 가짜회사였지만 종무식에서 사원들은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출퇴근을 하는 회사생활을 통해 생활의 리듬감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과 협업해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 시도해 봤어요”라며 “사원들이 대표에게 질문하는 역면접에서 눈을 잘 못 마주치던 분들께서 종무식 때 밝아지셔서 뿌듯했죠”라고 소감을 전했다. 니트생활자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니트컴퍼니에 참여했던 사원들과 백수의 삶을 알리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책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무직 기간을 보낸 이야기로 구성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정부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현존하는 실여급여와 청년수당에 수많은 제약으로 인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백수들이 사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어요”라며 “책을 통해 백수를 만든 사회가 그들을 ‘비경제활동인구는 사회의 악’으로 낙인찍는 현상에 관한 인식 전환과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두 대표는 니트생활자의 플랫폼 구축 이후 사고의 전환을 경험했다. 박 대표는 “월급이 없어 통장이 발급되지 않았던 시절,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은행 직원이 부러워 자괴감에 빠졌죠”라며 “근데 지금은 무직 기간이 내 평생 일을 조금 더 일찍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돼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직업에 대한 높낮이가 수평이 됐죠”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예전엔 백수가 되면 당장 취직을 해야 한다는 선택지밖에 없었지만 니트생활자를 시작한 후엔 꼭 취직이 아니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모여 자아실현하는 무직 기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라며 “니트생활자에서 모인 무직 기간 동지들이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을 보며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차가운 눈길(雪路)에 따스한 눈길을
두 대표는 취업을 앞둔 준비생과 다시 무직상태로 돌아와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자 한다. 강 대표는 “대학생들이 경쟁 속에서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평생직장이 없는 만큼 무조건 대기업에만 집착하기보단 직업에 대한 다양성에 마음을 열길 바라요”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더 빠른 길일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현대인이 조금의 쉼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라며 “의미 없는 시간이란 없기에 여유를 다그치지 않는 무직 기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기에 무직 기간을 갖게 됐을 때 적어도 혼자 외롭게 지내진 않게 우리가 여기 있을 테니 찾아오세요”라고 덧붙였다.

두 대표의 목표는 니트컴퍼니를 안정된 자립 단체로 세우는 것이다. 박 대표는 “퇴사해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게 꿈이죠”라며 “무직 기간에 불안함과 괴로움을 겪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아닌, 자신을 개발하는 기회라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변화를 위해 니트생활자의 역할이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해 취업 대신 이 단체를 키워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죠”라며 “당장은 비영리 단체인 만큼 파트너 기관을 만나 다양한 실험을 통해 많은 목소리를 담아 성장에 주력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론 사회 인식을 변화하는 선두 주자로서 백수인 청년들의 쉼터 같은 역할을 대표하는 것이 목표예요”라고 말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베짱이는 일만 하는 개미를, 개미는 노래를 부르며 놀기만 하는 베짱이의 게으름을 비난한다. 시대와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관점이 존재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베짱이와 같은 인간형은 재평가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백수는 더 이상 사회의 낙오자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이다.

‘어떻게 살지?’ ‘나답게 사는 게 뭐지?’ ‘행복하게 사는 게 뭐지?’ 우리는 이와 같은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잘하고 흥미 있는 것을 찾기 위한 길을 꿋꿋이 걸으면 된다. 퇴사하든, 취업 경쟁에서 패하든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 휴식은 미래의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비로 도약하기 위한 번데기 시절은 충분히 숭고하고 가치 있다. ‘너 다운 게 뭔데?’란 질문에 당당히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어떨까.
   
▲ 니트컴퍼니 공동대표가 지난 14일(목) ‘2019 비영리스타트업’ 행사에 참여한 모습이다. 좌측부터 박은미, 강영심 씨다.
   
▲ 지난 10개월간 10번의 니트생활자 커뮤니티 활동을 정리한 사진이다.
   
▲ 니트컴퍼니 입사지원자가 공동대표에 역으로 질문하는 ‘거꾸로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 지난 20일(수) 서울시 NPO(Non Profit Organization) 지원센터에서 니트컴퍼니 공동대표가 본지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좌측부터 강영심, 박은미 씨다.
   
▲ 니트컴퍼니 사원들이 각자 정한 직책으로 온라인 출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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