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약 5개월간의 투쟁 끝에 민주화를 향한 첫발을 뗐다. 지난 4일(수), 캐리 람(Carrie Lam)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조례(이하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송환법은 타국의 송환 요청이 있을 때 범죄인을 인도하는 일종의 협정이다. 관련 협정의 부재로 대만에서 살인을 저지른 홍콩인을 송환하지 못하게 되자 홍콩은 중국 본토와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범죄인 인도 조례를 제정했다. 홍콩 시민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법안이 홍콩 내 반중(反中)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으로 압송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홍콩 정부에서 종교와 정치 사범은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최종 인도 여부는 홍콩 대법원에서 결정한다고 해명했으나 반발의 열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반중 언론인이 잇따라 사라지고, 중국 본토에서 금서로 지정된 책을 출판하고 판매한 서점의 직원 5명이 중국 당국에 납치돼 감금 조사를 받으며 허위자백을 강요당하는 등 일련 의 사건이 홍콩 시민들에겐 큰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홍콩의 현 상황은 1980년 광주의 모습과 일면 유사하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던 지난 6월 12일엔 경찰은 입법회 건물 주변을 봉쇄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발포했고, 지난 7월 21일엔 홍콩 시민들을 향한 백색테러가 자행됐다. 현지 언론에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실명한 여성이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가진 것이 없다. 이것이 그들이 우리를 향해 발포한 이유인가” 해당 사건을 마주한 홍콩 시위대의 분노 어린 외침은 보는 이로 하여금 40여 년 전 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송환법 공식 철회엔 성공했으나 홍콩의 민주주의는 이제 시작이다. 홍콩 시위대는 이번 철회를 ‘썩은 고기에 반창고 붙이는 격’이라 평가하며, 홍콩당국에서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원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 등 나머지 요구 조건을 모두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람 장관이 4일 송환법 철회를 발표하면서 해당 요구는 이행할 뜻이 없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홍콩에 부는 민주주의의 바람이 계속되기 위해선 세계인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1980년 광주가 외신의 취재를 간절히 바랐듯, 아직 끝나지 않은 홍콩의 투쟁에도 세계인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홍콩 시내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Youtube)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노랫말처럼 ‘앞서 간’ 선열들을 ‘산 자’ 된 우리는 따라야만 한다. 1980년 뜨거웠던 민주화 열기가 홍콩에서도 재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 또한 산 자 된 우리의 의무다. ‘가진 것 없는’ 시민들을 짓이기던 군홧발이 홍콩에서 되살아나지 않도록, 우리는 여전히 홍콩 시민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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