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던 2018년. 유난히도 뜨거웠던 그 해 여름 약 2주동안 크로아티아에 다녀왔다. 사실 아직도 왜 크로아티아를 가게 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살면서 몇 번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인데 한 친구가 크로아티아에 가보고 싶다고 가볍게 던진 말이 은연중에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설렘과 긴장을 안고 도착한 자그레브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길에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나와 친구들은 정류장에 내려 캐리어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다. 
그때 내리던 비는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암시해주는 복선이었던 걸까? 첫 날 우리는 숙소 반대 방향으로 트램을 탔고, 식당에서 인종차별을 당했고, 숙소 카드키를 잃어버렸고, 한밤중에 숙소 문이 열려 낯선 남자가 들어오기도 했었다. 
크로아티아에 도착한 지 7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져서 당황스러웠다. 휴학을 하고 계획한 일들은 좀처럼 쉽지 않고, 개인적인 일들로 복잡해진 마음을 다잡으며 기다리던 여행이었는데. 앞으로 남은 여행기간이 막막했다. 내일은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 걱정들은 모두 무의미했다. 크로아티아에 있었던 모든 날이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트래킹을 하려고 계획했던 날은 비가 예정돼 있었으나 예정과 달리 비는 내리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가 좋아져 멋있는 폭포를 눈에 담았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마카르스카에서 내 인생 최고의 일몰을 보기도 했고, 맥주와 과자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광장에서 근사한 음악회를 만나기도 했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어 월드컵은 생각도 못했는데 여행 기간 내내 월드컵으로 크로아티아가 들썩들썩 하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지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크로아티아의 이름을 달고 연장전까지 꽉 채워가며 끝까지 뛰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 하던 크로아티아 사람들. 
크로아티아 여행을 통해 확실하게 배운 한 가지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그리고 그 일들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흐발라(Hvala)는 크로아티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정치외교 15 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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