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클럽 버닝썬(Burning Sun) 직원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건을 시작으로 클럽 내 약물 성범죄, 경찰과의 유착관계, 성접대 의혹 등이 등장하며 클럽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클럽 여성혐오 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

 

여성을 유혹하는 클럽의 민낯

클럽의 어떤 모습이 여성혐오일까? 대부분의 클럽에선 여성의 클럽 입장이 무료이거나 저렴하다. 무료입장이 불가한 남성과 달리 여성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여성의 무료입장은 클럽 내 성추행, 강간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여겨질 수 있다”며 “여성을 하나의 인형으로 취급하는 곳이 클럽이다”고 말했다. 클럽 입장은 보안요원에 의해 결정되며 입장이 허용된 여성만 입장할 수 있다. 대부분의 클럽에서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입지 않거나 화려한 화장을 하지 않은 여성은 입장이 거부된다.

클럽에서 사용되는 은어의 존재도 클럽 내 여성혐오를 드러낸다. 일명 물 좋은 여자 게스트(guest)를 뜻하는 ‘물게’와 만취한 여성을 뜻하는 ‘골뱅이’, 여성과의 성관계를 뜻하는 ‘홈런’ 등의 단어는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은어다.

클럽 내부에선 이른바 ‘인형뽑기’와 성추행이 빈번히 발생한다. 남성들이 여성의 손목을 낚아채 테이블 위로 올리는 행위를 인형뽑기라 한다. 조은영(여‧22) 씨는 “인형뽑기는 클럽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선택받는 행위다”며 “그 상하 관계 속에서 여성은 자기 자신을 인형으로 생각하며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학우는 “클럽 내에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일삼는 등의 성추행이 난무하다”며 “대부분의 남성은 이러한 클럽 내 성추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불법강간약물을 이용한 약물 성범죄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지난 2월 13일(수) MBC 뉴스데스크 취재 보도에 따르면 클럽 버닝썬 직원들은 약물에 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의 나체 사진을 클럽의 VIP 고객에게 전송하고 불법강간약물을 구비하며 약물 성범죄를 유도해왔다고 밝혀졌다.

클럽 약물 성범죄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감마하이드로시낙산(Gamma-Hydroxybutyrate, 이하 GHB)다. GHB는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약물로 고농도의 약물을 복용하면 의식과 기억이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약물 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실제 피해자에 비해 많지 않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기억을 잃은 피해자는 약물복용 여부와 자신의 기억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확신하고 호소하기 어렵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경찰 신고로 이어지지 않아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무색, 무미, 무취를 가진 GHB는 술과 잘 섞이고 외관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아 피해자가 약물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본교 송윤선 약학부 교수는 “이러한 GHB의 성질로 인해 국내 클럽 등에서 오락적 용도로 오남용되고 있다”며 “해당 약물 복용은 무기력함, 기억상실, 호흡 억제를 유발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클럽 폐쇄하라” 규탄의 목소리 이어지다

클럽, VVIP, 남성 고객, 경찰이라는 남성연대는 거대한 클럽 카르텔을 형성해왔다. 윤지선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한 클럽의 불법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그동안 묵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클럽 카르텔이다”며 “클럽 카르텔의 형성으로 인해 여성을 불법적으로 포획하는 교환물로 공공연히 취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고 클럽 카르텔을 지적했다.

본교 여성주의 소모임 페미파워프로젝트(FEMI-POWER PROJECT)는 지난달 22일(금) 클럽 문화의 강간 카르텔을 알리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페미파워프로젝트 측은 “클럽 카르텔의 기저를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작성했다”며 “대자보의 의도대로 클럽 카르텔을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학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클럽 카르텔은 약물 성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클럽’이란 특수한 장소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현 상황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 2일(토) 혜화에선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이하 D-OUT)가 열렸다. 시위명인 D-OUT은 불법강간약물(Illegal Rape Drug) OUT의 약자다. D-OUT엔 주최 측 추산 약 2,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뜻을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시위에서 불법 강간 약물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 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피해자의 피해 사실 만을 부각해 2차 가해를 동조한 언론을 규탄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클럽의 폐쇄 ▶마약 유통 금지 법안 제정 ▶남성약물카르텔에서의 검경유착 해체 ▶약물강간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많은 남성은 데이트 강간 약으로 남용되는 약물을 유통 사이트를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시위에선 이를 비판하기 위해 약 5분 정도의 짧은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라면이 익는 짧은 시간 동안 GHB를 구매하는 남성의 모습을 연기했다. 주최 측은 “불법강간약물을 손쉽게 살 수 있는 현실을 담았다”며 퍼포먼스의 의도를 설명했다.

 

클럽 카르텔 논란에도 끊이지 않는 발길

지난 8일(금) 새벽, 본지 기자단은 버닝썬 사건 이후 변화된 클럽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특별시 서초구에 위치한 클럽 두 곳을 방문했다. 사건의 여파로 인해 클럽을 찾는 사람이 줄었을 것이라는 본지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클럽 입구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약 20분을 기다려 입장한 클럽의 모습은 사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지는 테이블 위로 여성의 손목을 낚아채 테이블 위로 올리는 인형뽑기와 술에 취해 쓰러진 여성을 등에 업어 가는 남성의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VIP룸에 있던 남성들에게 끌려가다가 지나가던 클럽 엠디(MD·Merchandiser)에 의해 구출됐다”며 “남성들은 술에 취한 것과는 달리 눈의 초점이 없어 마치 약에 취한 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둡고 시끄러운 클럽의 특성상 남성들이 건네는 잔 안에 무엇을 넣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거절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클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클럽의 현 상황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클럽 내 약물 성범죄에 대해 안일한 반응이었다. 본지 기자단이 클럽의 남성들이 건넨 술에 거절 의사를 표명하자 해당 남성들은 “버닝썬 때문에 그러시는구나”라며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클럽의 여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지 기자는 클럽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최근 발생한 클럽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생각을 물어봤다. 그들은 모두 “우리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성은 “아직 클럽에서 약물 성범죄와 같은 일을 겪은 피해자를 직접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주변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클럽 엠디들 또한 최근 사건에 타격을 전혀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강남 모 클럽의 엠디는 “버닝썬 폐쇄 이후 다른 클럽에 오히려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논란이 되는 클럽이 폐쇄돼도 곧 새로운 클럽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이러한 논란이 클럽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클럽을 찾는 학우들도 존재한다. 익명의 한 학우는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만 봐도 아직도 클럽을 방문하는 학우가 많다”며 “학우뿐만 아니라 여전히 클럽을 찾는 여성들로 인해 클럽의 폐쇄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작 변해야 할 공간인 클럽은 변하지 않았다. 클럽의 폐쇄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사건 이후에도 클럽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김 활동가는 “지금까지 많은 여성이 사회에 분노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버닝썬 사건을 통해 여성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간극들을 계속 좁혀 나가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고 말했다. 당장 클럽문화를 바꾸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럽 카르텔을 부수려는 우리의 노력들이 모인다면 언젠간 여성들이 안심하고 갈 수 있는 클럽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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