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는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조각인 다비드(다윗)상이 있다. 평범한 목동이었던 다윗은 기골이 장대한 장수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물리치고, 일약 민족의 희망으로 떠오른다. 그 조각상에서 유난히 눈길이 닿았던 부분은 작은 돌을 움켜쥔 다윗의 오른손이다. 힘줄이 고스란히 드러난 다윗의 거칠고 큰 손은, 그가 소년이라는 사실을 무색케 한다. 미켈란젤로는 다윗을 그저 미소년이나 어린 양치기로 표현하지 않았다. 노동에 단련된 소년 다윗의 손은 그가 골리앗을 물리친 것이 결코 우연이나 기적, 특별한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양떼를 돌보기 위해 매일 수없이 돌을 던져야 했던 고단한 일상의 일환임을 말해준다.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은 그렇게 다윗의 이미지와 실제 삶 사이의 통합을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역에 새로 붙은 우리 학교의 홍보물을 기대 반 걱정 반 보고 있다. 홍보물을 제작하느라 수고한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도 크고, 학교 홍보물에 대한 의견들도 다양하겠지만, 종종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우리 학교는 90년대부터 학생 모델을 선발하여 학교 홍보를 진행해왔다. “암탉아 울어라”부터 진취적인 가치들을 전달해왔지만, 선발된 학생 모델의 이미지는 세월이 무색하게 대동소이해 보인다. 올 봄에 교문을 장식한 이미지 역시 그렇다. 도전과 소통, 혁신을 핵심가치로 강조했지만, 홍보물이 어떻게 해당 가치를 대변하는지 찾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어떤 면에서 각각의 가치를 표현하려 했는지 추측할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이미지와 의미 사이에 결여된 통합성이 아쉬웠다.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학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간호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이 모델이었다.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그 학생은 응급처치를 통해 그 사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지만, 이 광고에서는 그 학생이 배우는 지식과 그 지식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타인에 대한 봉사’라는 그 대학의 교육 가치를 이어주는 통합성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각자, 혹은 함께 도전하고 소통하며 혁신을 이루어가는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홍보물이 학교의 교육 가치를 반영하는 학생들의 일상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나누는 그야말로 소통의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홍보물을 제작하느라 수고한 학생들과 관계자분들에게 다시금 감사를 표하며, 이제는 우리대학 학생모델 홍보의 틀부터 혁신하는데 도전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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