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들어서면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표기를 볼 수 있다. ‘무상으로 봉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는 주의문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카페에서 이런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길거리에 가득한 테이크 아웃(Take-out)잔과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볼 수 있다.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는 환경오염을 악화시켰고 이로 인해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인 안티 플라스틱(Anti-plastic)의 등장과 정책 도입이 이뤄졌다. 현재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단 한번의 사용, 늘어가는 환경 부담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법이 개정되고 있다. 올해 세계환경의 날 주제로 ‘유엔(UN, United Nations)’에서는 플라스틱 공해퇴치를 선언했고 보츠와나와 칠레, 페루는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이에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이고자 우리나라도 동참했다.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자원 재활용 법」에 따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사용억제, 무상제공 금지 용품에는 일회용 컵, 나무젓가락, 비닐봉지 등이 해당한다. 지난달 1일(수)부터는 카페 등 일회용품 다량 사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단속에 나섰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기존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던 가게들의 모습이 변했다.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고객은 다회용 유리잔에 음료를 제공받는다. 또한 편의점과 가게에서 비닐봉지와 종이가방을 무료로 제공했던 이전과 달리, 정책 도입 후에는 환경부담금을 지급해야 비닐봉지, 종이가방을 받을 수 있다. 김세린(한국어문 17) 학우는 “‘스타벅스처럼 규모가 큰 매장이 모든 사람에게 머그잔을 제공할까’라는 의문이 생겨 확인차 매장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매장에 들어서니 모두 머그잔으로 음료를 마시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김 학우는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구매하는 것에 대해 “아르바이트를 할 때 20원짜리 봉투를 구매하지 않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며 “환경부담금 덕분에 비닐봉지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는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정책이 도입되기 전 무분별한 플라스틱 소비에 관해 언급했다. 박샘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운동가는 “플라스틱이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총량은 무려 83억 톤이며, 이 중 폐기된 플라스틱은 63억 톤에 이른다”며 “폐기된 플라스틱 중 79%가 매립되거나 산, 바다 등의 자연환경으로 유입, 방치 또는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지구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박 환경운동가는 “무려 700종의 해양 생물이 해양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았다”며 “최근 스페인 남부에 서식하는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무려 29㎏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은 재사용을 하지 않은 채 버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조은지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환경활동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플라스틱은 영원히 썩지 않는 물질이 많다”며 “플라스틱이 남용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플라스틱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 속 환경 살리기 운동

심각해지고 있는 플라스틱 공해로 인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안티 플라스틱’이 등장했다. 최근 그린피스에서 진행한 캠페인에서 9월 7일(금)을 기준으로 53,639명의 사람들이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겠다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이는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곳곳에서 안티 플라스틱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본지 기자는 여성환경연대의 ‘안티 플라스틱 운동’을 직접 보기 위해 지난 4일(화) 영등포 구청 근처에 위치한 여성환경연대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본지 기자는 2층 회의실로 올라가는 길에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실 안에도 단체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행사 사진이 나열돼 있었다. 조 환경 활동가는 “2012년부터 ‘위드어컵(With a cup)’이라는 자신의 컵을 사용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2015년부터는 그린피스와 함께 미세플라스틱과 관련한 약사법과 화장품법의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플라스틱이 없는 카페인 ‘플라스틱없다방’을 운영 중이다”며 “카페에서 무분별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가 이뤄진다고 생각해 카페를 기획했다”며 카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카페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며 “행사로 텀블러를 가지고 방문한 고객에게 다회용 빨대를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1층으로 내려가 본 카페의 모습은 가게 이름처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 사용됐고 플라스틱 빨대의 자리를 다회용 빨대가 채우고 있었다. 카페의 한쪽에는 안티 플라스틱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대나무나 유리,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다회용 빨대를 비치해 둬 손님들이 이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삼베 천으로 이루어진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등 플라스틱 대체 생활용품들을 볼 수 있었다. 조 환경활동가는 “우리 주변의 생활용품들이 대부분 플라스틱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생활용품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내에서도 안티 플라스틱 운동이 진행됐다.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 (Everytime)’에서 ‘반년간 일회용 컵 안 쓰기 프로젝트 결과’라는 글을 게시했던 권진영(일본 14) 학우는 “텀블러 사용을 통해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고자 안티 플라스틱 운동을 시작했다”며 “6개월 동안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횟수를 5번으로 정하며 스스로 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텀블러를 가지고 가면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는 가게도 많다”면서도 “포장용 일회용 용기의 정량만큼 채워주지 않는 곳도 있다”는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교내에서 안티 플라스틱 운동을 알리고자 행사를 진행한 경우도 있다. 신생환경리더쉽그룹 GPS의 창설부원 권예중(경제 17) 학우는 “지난 학기에 순헌관에서 정원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다”며 “학우들이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 컵을 모아 흙을 채우고 꽃을 심어 화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텀블러 사용을 확산시키기 위해 텀블러 닦아주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텀블러가 세척이 힘들다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학우는 “우리가 생각 없이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행동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옴을 인식해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플라스틱없다방'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유리, 대나무, 스테인리스로 만든 다회용빨대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착한 소비가 만드는 녹색환경
 안티 플라스틱을 촉구하는 정책들이 등장하면서 플라스틱 공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안티 플라스틱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을 위한 소비를 일컫는 ‘그린슈머(Greensumer)’가 주목받고 있다.

한편 ‘환경을 위한 소비’ 또한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환경활동가는 “플라스틱 소재를 종이, 대나무와 같은 소재로 대체해 소비하는 것은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도 “텀블러와 같이 일회용은 아니지만,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상품의 소비가 늘어나면 플라스틱 사용률이 증가해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올바른 안티 플라스틱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선 개인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조 환경활동가는 “법 개정으로 인해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개인의 인식 변화는 플라스틱 대체 물질의 도입에 영향을 줘 사회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해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재질의 빨대를 기획한 조 환경활동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 중 가장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운영하는 카페에서 대나무, 유리, 다회용 빨대를 만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테이크 아웃을 할 경우 무료로 제공하는 것엔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면 해당 제품을 제작하려는 회사가 늘어 단가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이 도입된 이후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안티플라스틱 운동에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 환경운동가는 “플라스틱 비닐제품의 구매를 피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컵,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대신 머그잔, 텀블러, 에코백으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며 “모두 환경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방식을 조금씩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그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각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한다면 점차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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