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 수업 강의실은 학우들의 기합소리로 울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수업이 이뤄지는 대강당 108호는 잠잠했다. 교양 호신술 수업은 20여 명의 학우들이 요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 동작을 하는 것으로 그렇게 조용히 시작됐다.

그러나 조용한 운동이 쉬운 운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팔굽혀펴기 60번, 윗몸 일으키기 50번, 공중 회전돌기 30번 등 만만치 않은 스트레칭 동작이 이어진다. 김석일(체육교육 전공) 강사는 강의실을 돌며 학우들의 동작을 교정해준다. “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했죠? 태도와 열의죠!” 김 강사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학우들이 잠시만 동작을 게을리하면 사정없이 ‘사랑의 손바닥’을 날린다. 한참 동안의 스트레칭이 끝난 후에는 권투 기본 동작이 이어졌다. “피하고! 맞고! 라이트! 잽!” 김 강사의 구령에 맞춰 학우들이 주먹을 지르고 발차기를 하는 동안, 김 강사는 스트레칭 시간과 마찬가지로 강당을 돌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작을 체크했다.

김 강사가 “전 시간에 어디까지 했지?”라고 물은 것은 이미 수업 시작 한 시간을 넘긴 후였다. 이처럼 몸풀기 동작을 열심히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충분한 워밍업 없이 갑자기 몸을 움직이게 되면 신체적인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는 보통 3~4가지 동작을 익힌다. 이날은 치한이 뒤에서 안았을 때, 손을 잡았을 때 대처하는 기술을 배웠다. 학점교류를 통해 우리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남학우가 도우미로 나서 김 강사의 시범을 돕는다. “이렇게 상대방의 팔을 잡고 빨래를 짜듯이 양옆으로 꺾으면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놓을 수 밖에 없겠죠.” 김 강사의 시범을 본 학우들은 둘씩 짝을 지어 동작을 연습했다. 이렇게 익힌 기술은 실제 상황에서도 요긴하게 쓰이지만, 김 강사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수업의 목표는 기능의 숙련보다는 자신감을 키우는 데에 있습니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발견함으로써 자신감과 자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신체적 자아 발견 시간’이라고 할 수 있죠.”

옆에서 학우들 역시 너도나도 ‘유연성이 늘어났다’ ‘자신감이 생겼다’며 추천의 말을 건넸다. 자신을 더 잘 알고 싶거나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싶은 학우라면 다음 학기 2학점은 교양 호신술에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까.

* ‘교양 호신술’은 일반교양 영역에 속해있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상해 위험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킨다는 생각을 갖고 호신술의 목적과 필요성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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