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의 발명

‘물리학’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어려운 학문? 천재들만이 하는 학문?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20세기 최고의 천재 중의 한 명,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E=mc² (에너지(E)는 질량(m) 곱하기 빛의 속도(c)의 제곱과 같다)를 칠판에 쓰고 있는 모습을 한 번쯤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이미지가 물리학을 비범한 사람들만이 하는 학문으로 은연중에 여기도록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또 하나, 물리학이라고 하면 많이들 생각하는 것이 너무 기초학문이기에 그것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리(物理)라는 한자의 의미가 ‘만물의 이치’이듯 물리학의 세부 분야는 굉장히 넓습니다. 원자보다 더 작은 소립자를 연구하는 입자물리학부터 우주의 행성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까지. 또한 고체물리학, 광학, 통계물리학, 핵물리학, 생물물리학 등 많은 세부 분야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제가 연구하고 있는 고체물리학은 기초학문으로서 재료공학이나 인접 학문의 이론적 토대가 됨은 물론, 직접적으로 산업에 응용될 수도 있는 분야로 오늘날 물리학의 주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본 작은 강의에서는 ‘물리학의 응용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예로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발명’과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스마트폰을 실수로 집에 두고 학교에 왔다고 생각해봅시다. 아마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날 하루를 정상적으로 보내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그 이유가 정서적 불안감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기에 생기는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제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스마트폰을 분해해보면 무수히 많은 칩(chip)들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칩의 대부분은 트랜지스터(신호의 증폭 기능 또는 스위치 역할을 함)라는 전자 소자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트랜지스터는 과연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요?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00년대 초로 돌아가 봅시다. 당시 원거리 전자 통신이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장거리 전화선을 통해 신호를 손실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신호를 증폭하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했고, 그 역할을 당시에는 진공관(vacuum tube)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공관은 부피가 크고, 발열이 심하며, 쉽게 깨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진공관을 대체할 새로운 증폭기 소자를 발명하는 것이 당시 큰 과제였습니다. 새로운 증폭기로 쓰일 수 있는 후보 물질로 지금은 전자산업에서 널리 쓰이지만 그때만 해도 신소재였던 반도체(semiconductor: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의 전기 전도도를 가지는 물질, 실리콘, 게르마늄 등이 해당함)가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론적 예측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실험적으로 반도체를 이용한 증폭기를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1940년대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가능했습니다.

새로운 증폭기 소자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주역은 미국 벨 연구소의 세 명의 고체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그리고 윌터 브래튼입니다. 1947년 11월 어느 날, 브래튼은 새롭게 고안한 실리콘 반도체 증폭기를 우연히 물통 속에 넣고 실험을 하니 증폭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유는 반도체 결정 표면에 전자의 흐름을 막는 장벽이 형성돼 있었는데, 브래튼이 물속에 증폭기를 넣자 그 장벽이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바딘은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증폭기를 제안했고, 1947년 12월 이들은 세계 최초로 게르마늄 평판에 금 박편을 접촉시킨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로부터 9년 후 1956년, 위 세 사람은 트랜지스터 개발과 반도체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물론 지금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와 최초의 트랜지스터는 구조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하지만 최초의 트랜지스터 발명이 없었다면 이후 반도체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없었을 것이고 오늘날의 현대사회도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회, 노트북이나 컴퓨터가 없는 사회, TV가 없는 사회,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물리학은 충분히 응용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난 5월 시간이 있다면, 어렵지 않은 물리학 교양서적 한 권 읽어보길 권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양상모 ICT 융합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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