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우리나라에서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29일(월)부터다. 미투 운동이 지난해 10월부터 이슈화된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늦게 시작된 편이다.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것은 성범죄로 고소를 했을 때 자신이 받을 2차 가해와 사회적인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사회적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심어줬고, 많은 사람들의 피해 사실 고발로 이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미투 운동에 대한 열기는 서 검사의 폭로가 있었던 날로부터 30여 일이 지난 오늘날에도 뜨겁다.

필자 역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사람들로 꽉 찬 엘리베이터에서 원치 않았던 추행. 수치스럽고 ‘피해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필자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필자의 뒤에 남자가 서면 소스라치게 놀라 조용히 도망가는 것뿐이었다. 필자는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트라우마로 혼자 힘들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 검사의 폭로와 많은 사람들의 지지는 혼자만의 기억 속에 가뒀던 불편한 사실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고, 용기를 내 친한 친구에게 과거의 아픔을 털어놓도록 도왔다. 친구는 “너의 잘못이 아니잖아”라며 필자를 위로했다. 이어 자신이 겪었던 피해 상황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가진 것은 단연 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기까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오래 그리고 자세히 기억하는 사회는 미투 운동이 활성화된 오늘날에도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가해자와 달리 왜 피해자만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야만 하는가. 이제는 당당하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과거 속에 묻어뒀던 자신을 직면할 때다.

그리고 용기를 낸 이들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을 건네자. 이는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필자가 글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운 친구의 한 마디 위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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