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은 서울 구경 한번 해 봅시다.”라는 말로 수업을 시작한 박종진 교수의 손에는 보드마카 대신 레이저가 들려 있다. 또한 박 교수와 학우들의 눈이 향하는 곳은 화이트보드가 아닌 스크린이다. ‘사진으로 보는 한국사 여행’이라는 수업명에서 느낄 수 있듯 사진으로 배우는 역사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스크린을 비추는 첫 번째 사진은 중ㆍ고등학교 시절 역사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대동여지도로, 고려시대 수도인 개성과 조선시대 수도인 한양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레이저로 개성과 한양을 번갈아 가리키던 박 교수는 “조선 건국 후, 수도를 바꾸고자 했던 이성계는 개성 못지않게 풍수지리가 좋은 한양을 수도로 정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양이 개성과 거리도 가까워 수도 변경 시 이동하기 편했을 것 같네요.”라며 웃음을 덧붙였다. 실제로 한양과 개성의 거리는 더 멀었겠지만 스크린에 보이는 대동여지도상의 개성과 한양의 거리는 불과 한 뼘이었다.


곧이어 나라의 보안을 위해 지어졌던 옛 성곽의 모습이 나타났다. 태조, 세종, 숙종 시대를 거치면서 성곽의 모습이 더욱 세련되고 견고해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도시 계획으로 인해 옛 성곽은 무너지고 현재는 약간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박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60년대부터 틈틈이 복원된 성곽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나 조금 남아있던 옛날의 성곽과 일부 복원된 성곽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대동여지도와 같은 옛날 사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진들은 박 교수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특히 남산 사진이 많았다. 그 사진들은 작년 박 교수가 건강이 좋지 않아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비록 몸은 아팠지만 기력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사진을 찍었던 박 교수. 그는 “답사를 자주 다니지 못하는 요즘 학생들에게 좀더 많은 역사현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때문에 박 교수의 카메라 렌즈는 늘 옛 수도 등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고 한다.


다음 수업시간에는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본 남산을 직접 답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크린에 답사할 곳의 약도를 띄어놓고 다가올 날의 일정을 정리하는 박 교수와 학우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저 듣고 외우는 역사가 아닌 보고 느끼는 역사가 여기 있구나 싶었다.

'사진으로 떠나는 한국사 여행'은 일반교양 영역에 속해있다. 디지털 사진을 통해 한국사의 주요 현장을 찾아가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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