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기행]

헤밍웨이 작가가 낚시를 즐겼던 쿠바의 코히마르 해변에서

헤밍웨이는 노벨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명작 『노인과 바다』를 쿠바에서 집필했다. 이 소설은 왜 노벨문학상을 탔을까? 우선 그의 작품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다. 보상이 없이도 노력할 수 있다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느껴진다. 두 번째는 치열한 삶을 보여주면서도 객관적인 자세에서 서술하고 있는 문체 때문이다. 기자 출신의 작가여서 문체가 간결하다. 수식어는 적게 쓰지만 그 사이사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이른바 하드보일드 문체를 형성한다.

헤밍웨이는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에 살면서 코발트 빛 바다 건너 3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쿠바의 아바나(Habana)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자주 방문했다. 헤밍웨이의 키웨스트 집은 박물관으로 개조돼 헤밍웨이가 쓰던 물건이나 사진, 영화화된 그의 작품 포스터 등이 방마다 전시돼 있다. 뒷마당에는 그가 아끼던 고양이들의 무덤도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헤밍웨이가 사용하던 침대 위에는 후손처럼 보이는 검은 고양이가 자신의 침대인 듯 편안하게 잠자고 있었다.

그토록 아바나를 사랑했던 그는 아바나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서 『무기여 잘있거라』를 집필했다. 그가 집필했던 호텔의 511호에는 그의 타자기와 연필 등 물건들이 전시돼 있으며, 엘리베이터 뒤편이나 층마다 헤밍웨이 사진이나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쿠바 관광은 주로 헤밍웨이와 체게바라에 집중돼 있다. 아바나에는 ‘라 플로리디따’라는 헤밍웨이가 다이끼리를 즐겨 마시던 술집도 있다. 그는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에서는 그 유명한 모히토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실내에는 헤밍웨이 동상이나 사진들이 즐비하다.

『노인과 바다』는 아바나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조그만 어촌마을 코히마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인세와 영화 원작료 등으로 돈을 모았던 그는, 물가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싼 코히마르 근교에 저택을 마련했다. 그 집은 현재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그의 물건들이 그대로 소장돼 있다. 직접 들어갈 수는 없고 창밖에서 사진 찍는 것만 허락된다. 헤밍웨이 박물관에는 엽총으로 사냥을 즐기던 그가 잡은 ‘박제된 동물의 머리’가 방 여러 곳의 벽에 붙어 있어서 마치 아프리카를 방문한 듯하다. 역시 고양이의 무덤이 뒷마당에 있으며, 그가 낚시를 즐기던 보트도 전시돼 있다.

『노인과 바다』의 산실인 코히마르 마을에는 곳곳에서 헤밍웨이 흔적이 가득하다. 길거리에는 헤밍웨이가 큰 청새치를 잡은 모습을 담은 그림이 있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헤밍웨이의 딸이라도 된 듯하다. ‘라 테라사’는 헤밍웨이가 자주 가서 모히토를 마시던 술집 겸 음식점으로 그의 사진이 벽에 빼곡하다. 그는 동네 어부들과 함께 바다낚시를 즐겼으며, 낚시 후 어부들을 초대해서 한 턱을 내곤 했다고 한다. 『노인과 바다』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영화화 된 바 있으며, 58년도와 90년도 두 번에 걸쳐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열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존 스터시스 감독이 <노인과 바다>를 찍을 때, 헤밍웨이는 반드시 코히마르에서 찍어야 된다고 하여 이 영화는 그곳 풍광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곳 해변에서 뼈만 남은 거대한 청새치의 모습을 그려보면, 헤밍웨이의 깊은 통찰력을 한 수 배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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