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태가 심각하다. 입학처의 작년 입시 합격자 성적 공개를 두고 시작된 불만의 목소리가 일반 대학원 남학생 입학 허용 문제로 옮겨지면서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문회까지 나서  시위와 성명서 등을 통해 학교 행정 당국을 격렬히 비판하는 상황이 초래되었고 결국 관련 부서 책임자들은 물론 총장까지 현 상황에 대해 책임과 사과를 표명해야 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추석명절을 지내면서 어느 정도 진정 되는 것처럼 보였던 학내 분위기는 다시 수능최저 등급 하향 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지러워지고 있다.

민주적 공동체에서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 없고, 그래서 반대와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동문이 총장실 앞에서 연좌시위하고 자필 사과문을 요구하는 작금의 사태는 최소 지난 십 수 년 동안에는 숙명공동체에서 없던 일이다. 총장과 교수, 직원들에 대해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이런 공격과 분노는 일찍이 본적이 없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매우 특별한 위기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학교 당국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언사들에 대해서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결국 궁극적 책임은 학교 당국이 질 수밖에 없다.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이런  특별한 상황을 수습해야할 책무가 온전히 학교 당국에 있음을 의미한다. 수습에는 문제의 인정과 사과, 그리고 잘못된 정책을 폐기 혹은 보완 하는 단기적 대응도 포함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함으로써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비판과 반대 후폭풍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면, 또  여전히 크게 잘못한 것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학교 주요 정책 결정자들 사이의 내부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 한다. 스스로의 정당성을 과장되게 인식하고 내외부의 경고와 반대 의견을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판단을 과신하는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문제점을 보려 하지도 않고 보면서도 무책임하게 방관하였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비판과 분노가 무관심이나 무기력 보다는 낫다. 분노는 열정과 참여의 표시다. 이번 사태가 소모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더욱 발전시키는 생산적인 힘이 되도록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시점이다. 그렇게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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