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뭣하면 직접 소화기 개수 세고 와” 부편집장의 한 마디가 나를 의자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기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지난 6월 3일(수) 오후 3시경, 본교 수련교수회관 옥상에서 일어난 작은 화재였다.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압됐지만, 이미 검은 연기가 순헌관까지 채운 뒤였다. 자주 발생하지 않는 화재에 놀란 교내 구성원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기사를 기획할 때는 단순히 소방훈련이 잘 되고 있는지, 화재 발생 시 구성원들이 따라야 할 매뉴얼은 준비돼 있는지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소방훈련은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잘 이행되고 있었고, 비상시에 따를 행동 매뉴얼은 완성돼 가는 중이었다. 원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부편집장은 내게 “소화기, 소화전, 비상구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오라”고 말했다. 이틀에 걸쳐 교내 14개 건물의 소방시설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14개 건물에 20개의 소화기가 없었고, 11개의 소화전과 6군데의 비상구는 화물들에 가려져 있었다. 결국 ‘완벽한’ 건물은 드물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1300호가 발간된 31일(월) 아침, 시설관리팀 박종익 팀장에게서 메일이 왔다. “기사에 쓰인 모든 구역을 다시 돌아봤으며, 시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경각심과 개선의지를 알게 돼 다행이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새삼 내 열 손가락의 무게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기자의 볼펜이 나비효과와 같은 파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직접 실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평소 별 볼일 없는 필력이라 생각했던 내 기사에 ‘팩트’라 할 수 있는 취재가 가미되니 상상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왔다. 이제껏 별 볼일 없었던 건 내 필력이 아니라, 충분치 않은 내 취재 실력이었다.
명심보감에는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라는 뜻의 ‘지과필개(知過必改)’라는 말이 있다. 지금도 조금 아린 내 발목은 얕았던 이전의 취재를 지적하며, 앞으로도 파급력을 가진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라는 지과필개(知過必改)의 뜻이 아닐까.

안세희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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