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한국어문학부 교수), 정병헌(한국어문학부 교수)

제21회 숙명 여고문학상 수필 부문에는 총 31명이 참여했다. 예년에 비해 참가작의 숫자가 적어 문학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세태를 절감하였다. 올해 수필 부문은 ‘깃발’ ‘부끄러움’의 두 가지 글제로 진행됐는데, 두 명의 심사위원은 오랜 숙고 끝에 백로상과 청송상만을 선정하고, 매화상은 선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장려상을 여섯 편 선정하였다.

본상 세 편을 모두 추리지 못한 것은 올해 백일장에 참가한 작품들이 모두 비슷한 발상, 비슷한 전개, 비슷한 결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참가작들 중에는 가슴 아픈 가족사를 이야기 구조로 써 나간 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글을 쓰고 구성하는 솜씨는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하여 얻은 글쓴이만의 생각과 발견은 좀체 드러나지 않았다.

여고생들의 경험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글이란 꼭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주변을 관찰한 후 이를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글은 나온다. 또 작은 일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멈춰 사색하는 것에서 글은 나온다. 참가작들이 모두 비슷한 발상, 비슷한 표현, 비슷한 전개와 결론을 보여주고 있음은 오늘날의 교육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조력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가를 말하고 있는 듯하여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다.

그런 중 가능성 있는 좋은 글을 발견하여 격려할 수 있게 된 것에 심사위원들은 큰 보람을 느낀다. 백로상으로 뽑힌 글은 ‘깃발’이라는 글제를 통해 초등학교 시절 만년 꼴찌로 들어왔던 달리기의 경험을 기억해 낸다. 발이 유독 작아 잘 달리지 못했던 자신과 그런 자신을 기다려주었던 깃발을 떠올린 후, 다시 이로부터 갓 태어난 아이의 발도장과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알릴 때 꽂게 되는 깃발을 연상한다. 발상의 참신성과 끝없이 묻고 답하는 자세가 글쓴이의 장점으로 여겨져 이 작품을 백로상으로 선정했다. 청송상으로 뽑힌 글은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잊었던 꿈을 뒤늦게 찾아가는 엄마를 이해하게 된 일을 적고 있다. 체험과 깨달음을 차분하게 말하면서 글의 짜임을 갖춰 나간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필을 쓰는 일은 매일의 독서, 일상의 소소한 경험과 관찰, 그리고 사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습관을 들이고 제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성찰한다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지원자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건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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