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인들의 축제, 청파제를 맞아 본지는 숙명여대만의 ‘비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가나 대학교 재학 시절,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빠진 린다 닫지(홍보광고 14) 학우와 중국에서 가수 빅뱅을 보며 K-POP에 빠져 있던 서월(한국어문 11) 학우, 한국정부초청 외국인 대학생 장학금으로 싱가포르와 동티모르에서 온 추아이사벨(경영 12), 데비아 버리질리아(문화관광 13) 학우가 회담의 주인공이다. 지금부터, 그들이 들려주는 각 국가별 대학 축제 문화와 그들이 바라보는 본교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교 축제에 참여해 본 적 있나요

▲ 린다 닫지(홍보광고 14) 학우

린다 닫지 학우(이하 린다): 작년 9월, 매주 발표와 과제로 시달리고 있던 와중에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정말 기뻤죠. 축제 기간에 신입생 환영회도 진행됐었는데요. 작년 2학기가 본교 대학원에서 보낸 첫 학기여서 당시 주점에 앉아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에게 인사드리는 자리를 가졌어요. 과제 이야기나 학과 공부 이야기에서 벗어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교수님들과 한창 얘기하는 도중 갑자기 무대 쪽을 향해서 학우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산이’라는 유명한 가수가 왔는데 모두들 그의 노래 <한 여름 밤의 꿀>을 함께 부르고 있는 거였죠. 그래서 작년 축제가 기억에 남아요.

서월 학우(이하 서월): 작년 축제에서 가수 산이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중국에 있을 때 한국 대학교 축제엔 유명 연예인들이 와서 공연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부러워했거든요. 중국에서
는 한 번도 연예인을 본 적이 없었는데 한국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중국인 친구와 함께 주점에서 김치전을 먹으면서 사진도 찍었어요. 물론 초대 가수 공연도 빼놓지 않고 즐겼죠.

축제에 어울리기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린다: 알고 지내는 친구가 주점에 없으면 들어가기 힘든 것 같아요. 만약 친분이 있는 교수님이나 친구가 없었다면 축제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 했을 것 같아요.

▲ 데비아 버리질리아(문화광고 13) 학우

데비아 버리질리아 학우(이하 데비아): 의사소통이 쉽자 않아 당황스러웠어요. 한국에 온 지 벌써 3년째이지만 한국어가 아직 서툴거든요. 그래서 영어로 학우들에게 무언가 물어보려고 하면 한국 학우들은 ‘영어 못해요’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주점을 들어가기 꺼려졌죠. 언어의 장벽 때문에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서월: 다른 분들과는 달리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한국 학우들이 축제에서 무엇을 하는지 구경하니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추아이사벨 학우(이하 이사벨): 저도 그다지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하지만 가수들 공연만 봐서 조금 아쉬웠어요. 올해 축제는 제대로 즐겨보고 싶어요. 이번 축제에서는 학우들이 준비한 공연을 관람하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려고요.

각 나라별 대학교 축제에 대해 알려주세요

린다: 가나 대학교에서는 1년에 4번 축제가 열려요. 이 축제를 ‘기숙사 주(週) 축제(Hall week festival)’라고 불러요. 가나 대학교 캠퍼스에는 ‘맨사 사르바 기숙사’ ‘영연방 기숙사’ ‘레곤 기숙사’그리고 ‘아쿠아토 기숙사’, 이렇게 4개의 기숙사가 있어요. 매년 각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주재로 한 주 동안 축제가 열려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학술대회가 진행돼요. 유명한 학자들이 정치, 경제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하고 학과별로 팀을 이뤄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해요. 그리고 토요일이 되면 다채로운 공연들로 하루 종일 캠퍼스가 시끄럽죠. 또, 가나에서 인기가 많은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져요. 신나는 음악 소리가 캠퍼스에 끊이지 않죠.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토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려요. 일요일은 축제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신에게 감사 기도를 하는 날이에요. 바닷가로 가서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노을을 보며 기도를 드려요.

서월: 중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한국어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한국의 날’ 행사가 있었어요. 한국 전통 춤을 추고, 김밥도 만들었어요.중국에도 대학별 축제가 있지만 한국처럼 모든 학생들이 하나가 돼 같이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교수님들의 엄격한 지시와 감시에 모든 활동이 진행되기 때문에 축제라고 하기도 어려워요. 그리고 중국에서는 대학교에 연예인이 오는 경우가 정말 드물어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한국 친구들은 중국 대학 축제도 화려할 줄 아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아요. 중국인 대학생들은 잘 놀 줄 모르는 것 같아요(웃음).

고향과 본교 축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서월: 중국 축제는 한국처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과 교수들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프로그램이 완성돼요. 그래서 확실히 지루하죠. 그리고 학과별로 축제 기간이 다른 것도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죠.

▲ 추아이사벨(경영 12) 학우

이사벨: 초대 가수가 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그리고 본교 축제라고 하면 주점이 절대 빠지지 않지만 싱가포르에선 술을 팔지 않고 음식만 팔아요. 또, 싱가포르 축제에서는 음식을 앉아서 먹을 만한 장소가 마련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고향에서 축제 갔을 때는 음식을 사면 걸어 다니면서 먹어야 해요.

린다: 가나 대학의 축제는 온전히 학생들의 날이에요. 그래서 학생들은 하루 종일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만 교수님들 은 전혀 참여하지 않아요. 교수님들은 학생들과 공부 외에 다른 얘기는 안하시거든요(웃음). 하지만 본교 교수님과 함께하는 축제라 좋아요. 숙명여대 교수님들은 언제나 학생들과 얘기할 준비가 돼 있으시거든요. 교수님들은 항상 학생들을 반기고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려고 노력하세요. 또 다른 차이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가나 대학 축제에는 주점이 없어요. 가나에서 여학생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요. 가끔 몇몇 남학생들은 술을 마시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주점을 본 적은 없어요.

데비아: 동티모르 대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축제에서 여학생들은 술을 마시지 않죠.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대학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합석 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서월: 합석 문화가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여의도에 가면 남녀 구별 없이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봐요. 처음 보는 사람과 이런 저런 얘기할 수 있어서 합석 문화가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술을 마셔야하는 자리는 사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술을 마시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는 합석 문화도 있어 사람을 사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사벨: 사실 합석 문화에 대해 오늘 처음 들어봤어요.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가 된다는 전제로 합석을 한다면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
해요.

린다: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합석을 통해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데비아: 저는 오히려 반대예요. 이상한 문화인 것 같아요. 누굴 만날 지도 모르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술을 마시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본교 축제에는 의상 규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  서월(한국어문 11) 학우

서월: 있는 줄 몰랐어요. 어떤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대학생이라면 본인이 어떤 의상을 입을 지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축제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날이잖아요. 대학생이면 자기가 알아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왜 굳이 규정을 만들어 의상을 규제하는 지 그 필요성을 잘 모르겠어요.

이사벨: 저는 다른 의견이에요. 어느 정도 규정은 필요한 것 같아요. 예상하지 못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게 규정을 만든 목적이잖아요. 규정을 정해 학우들이 그걸 준수해서 안전하다면 없는 것보단 낫죠.

본교 축제가 오후 10시 30분에 끝나 아쉬워하는 학우들이 많아요

서월: 밤 10시 30분이 일찍 끝나는 건가요? 늦게 끝나는 편인 줄 알았어요. 10시 30분이면 축제를 즐기고 놀기에 충분하지 않나요?(웃음)

데비아: 아니에요. 오후 10시 30분은 너무 이른 것 같아요.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축제, 하루 종일 즐겨도 문제 없다고 생각해요. 과제나 공부, 그리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축제에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도 전에 축제가 끝나버리면 늦게 축제에 참여한 학우들이 너무 아쉬워할 것 같아요.

린다: 데비아와 같은 의견이에요. 1년에 한 번 밖에 즐기지 못하는데 왜 자정인 12시까지 축제를 진행하면 안 되는 거죠? 가나 대학교에서는 축제는 밤새 노는 날로 통해요. 그리고 축제가 끝나면 다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가죠.

이번 주 열리는 본교 축제에 가실 예정인가요

서월: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해 청파제가 마지막이 될 거예요. 그래서 친구랑 사진도 많이 찍고 마지막을 후회없이 즐기려고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은 대학교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축제인 만큼 술도 마시려고요. 또, 제가 한국의 대학원으로 진학할 예정이지만 제 친구는 이번 학기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거든요. 송별회 겸 그 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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