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5월을 수식하는 말은 참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유난히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또 푸른 생명이 싹트고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아, ‘계절의 여왕’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모두 긍정적 이미지다. 그런데 5월엔 이런 이미지처럼 마냥 밝을 수만은 없는 날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5월 18일이다. 35년 전 광주에서 5월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참혹한 시기였다. 연이은 군부세력의 집권, 비상계엄, 언론통제, 민주헌정의 정지. 이어진 시민들의 반발, 계엄군의 무차별 집단 발포, 그리고 죽음. 35년 전 광주의 5월은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달이자, 민주주의가 죽은 달이었다.

민주주의를 외쳤다는 이유로 희생당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우리 세대는, 35년 전 5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하고 있을까. ‘민주주의’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생각해본다. 직접 선거, 삼권 분립, 헌법, 암기식으로 익힌 민주주의 ‘제도’들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나라가 모두 갖추고 있는 제도들이다. 형식적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는 이미 정착됐다. 그러나 제도를 벗어나 사회를 바라보면,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5.18 기념식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이 일었다. 광주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논쟁이 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금지곡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논쟁의 의미가 묘하게 다가온다. 광주뿐만 아니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교사들이 교내에서 ‘노란 리본’을 달지 못하도록 했다. ‘정치적 중립’과 ‘편향된 시각’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 모호한 말이다. 국가적 참사에 대한 추모의 표현이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해치며, 무엇이 편향되었다는 것일까.

타당한 근거 없이 금지하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위축시키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표현도 있다. ‘종북 낙인찍기’나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이유 없는 ‘혐오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근거 없이 특정한 표현을 ‘막는 것’과 근거 없는 혐오 발언을 ‘막지 않는 것’. 언뜻 보면 상충되는 것 같지만, 다양한 사상과 표현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에 반하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35년 후의 5월은 35년 전의 5월보다 나아야 한다. 제도적 민주주의를 공고하는 것과 함께,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예지(법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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