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제가 끝난 지 열흘도 채 안됐다. 아직까지 축제의 여흥이 가시지 않는다면 대학로를 찾아가라. 숙대입구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 정도 가 면 혜화역에 도착한다. 혜화역 2번 출 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대학로예술 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이 있다. 그곳 에서는 2014 가을 예술축제 중 하나, SPAF(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진행 중이 다. 축제 기간 동안 대학로에서 다양한 공연 예술을 볼 수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 색다른 경험을 즐기며 문화예술 감수성에 살을 찌워보자.

◆ 한국의 아비뇽 축제, SPAF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이 는 아비뇽 축제는 프랑스 아비뇽 지방 을 예술의 도시로 변하게 한다. 올 가을, SPAF가 서울 대학로를 공연 예술장으로 바꾼다. 제14회 SPAF는 아르코예술극 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이번 달 19일 (일)까지, 총 25일간 다양한 장르의 연극 과 무용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는 영국, 독일, 벨기에 등 7개국 이 참여한다. 관객들은 해외초청작 10편 과 국내초청작 11편, SPAF가 제작한 솔로이스트 4편, 총 25편을 즐길 수 있다. 21개의 공연들은 짧게는 이틀, 길 게는 나흘 동안 SPAF의 일정 순서대로 진행된다. 올해 SPAF는 공연 예술을 크게 연극과 무용이라는 카테고리로 구분 했다. SPAF는 고전적인 공연 방식 따르기를 지양한다. “Sense the Essence of Performing Arts”, 2014 SPAF의 부제처럼, 모든 공연들은 각각 무대 위에서 새로운 공연의 세계를 연다. SPAF는 관객 들이 공연을 오감으로 느끼고 색다른 경 험을 하는 특별한 공연을 지향한다.

공연 예술이 낯설고 어떤 공연이 재밌을지 모르겠다면 SPAF에서 제공하는 손 바닥 크기의 리플릿을 참고하자. 리플릿을 보면 올해 어떤 연극과 무용이 준비 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올해는 특별히 공연 예술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을 위 해 SPAF는 각 페이지 상단에 말(Text), 안무(Movement), 소리(Sound), 이미지 (Image)의 정도를 최대 4점으로 표시했다. 공연 예술을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관 객들이 참고하면 공연의 특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외 초청 작품들 과 국내 초청 작품들의 다양한 스틸 컷 과 간략한 소개 글이 실려 있다. 또 공 연 소개 글 상단을 보면 어느 나라 작품 인지 알 수 있다. 리플릿을 참고한다면 SPAF 첫 경험자들은 공연 선택이 수월 해질 것이다.

▲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로예술극장

◆ 그녀의 방 시즌3 ‘노크하지 않는 집’

리플릿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하얀 페 이지 중간에 속옷만 입고 뒤돌아 앉은 여섯 여자의 등이 찍힌 사진을 발견한 다. 국내 초청작품 중 하나인 ‘그녀의 방 시즌 3 <노크하지 않는 집>’ 연극의 포스터다. 그 옆에 굵은 글씨체로 ‘떼아뜨르 노리’ ‘드라마 전시’라는 생소한 단어들이 적혀있다. 드라마 전시와 떼아뜨르노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 은 없었다. 과연 드라마 전시는 어떤 장르일까? 그 뜻과 속옷만 입고 등을 돌린 채 앉아있는 여섯 여자들의 사연도 궁금 해진다. 리플릿의 짧은 소개 글을 읽어 보면 어떤 공연인지 바로 이해되지 않 아 당황스러울 수 있다. 책자에서는 ‘직 업도, 생활도 모든 것이 너무 다른 다섯 여자가 한 건물, 한 층의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김애란의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을 모티브로 한 원 소스(One Source) 멀티 스타일(Multi Style)의 관객 참여형 공연!’이라 소개한다. 이 문장을 읽고 바로 어떤 장르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연극을 보고 나면 이해 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난 후 드라마 전 시에 대해 물어보자 최현지(21·학생) 씨 는 “어느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구성이었어요. 주인공이 많아야 두 명인데 여기는 다섯 명이 모두 주인공이잖아요. 다섯 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공연을 그래서 드라마 전시라 하는 거 아닐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노크하지 않는 집’ 티켓에는 자리번호 대신 비지정석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자리는 관객이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다. 그래서 저녁 8시에 시작되는 공연을 위해 관객들은 30분 전부터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실내에 조명이 넓게 펼쳐진 인조 잔디밭을 비추고 있었다. 푸른 잔디밭 한 가운데에는 하얀 마룻바닥과 그 주위를 둘러싼 의자들이 있었다. 잔디의 한 구석에서는 공연 관계 자들이 ‘그 놈의 솜사탕’이라는 간판을 걸고 솜사탕을 판매했다.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관객들은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았다.

▲ 그녀의 방 시즌3 ‘노크하지 않는 집’ 무대 -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 무대를 감상하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관객들에게 “직접 (무대로)오셔서 무대를 감상하세요. 사진 도 찍으실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 예술의 파트 1이었다. 파트 1에 서는 관객들이 직접 무대 소품들을 감 상하고 무대 위에 올라갈 수 있다. 관계 자를 따라 관객들은 잔디밭에서 흰 마룻바닥으로 들어섰다. 관객석과 높이 차 이가 전혀 없는 무대 바닥 위에는 벽이나 줄도 없었지만 책상, 화장대 등 물건 들로 5개 방들의 경계가 한 눈에 구분됐다. 샤워기,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구석 이 화장실이라는 것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관객들은 의자에 앉아있거나 무대를 구경했다. 한 관객은 미니 선풍기도 켜보고 책상 위에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같이 연극을 보러 온 친구들과 단체사진도 찍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파트 2가 시작하기 전부터 관객들은 색다른 공연 예술 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공연 관계자가 관객 몇 명을 무대 위 낮은 빨간 방석에 앉히기 시작하자 잔디 의 한 구석에 위치한 나무 아래서 기타 리스트가 연주를 했다. 기타 연주를 감 상하면서 떠드는 관객들 사이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복장을 한 여자가 여러 개 의 낡은 박스를 들고 등장했다. 관객들 은 무대 위 소품들과 장치를 감상하느라 배우의 등장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 녀가 열쇠를 방 앞에서 요란하게 흔들고 방에 들어가 옷을 벗기 시작하자 그제야 관객들은 조용해졌다. 그녀는 무대 위에 앉아있는 관객들을 보지 못하는 듯했다. 바로 옆에 있던 관객의 얼굴에 양말을 벗어 던지고 발 냄새를 맡다가 화장실로 가서 샤워기를 틀고 발을 헹구기 시작 했다. 배우들은 관객 바로 앞에서 토하고 옷을 벗고 샤워도 한다. 때론 속옷만 입고 편안하게 자신의 방을 돌아다닌다. 이렇게 무대 위에선 그녀들의 평범한 일 상이 펼쳐진다. 생활 속에서 5명의 여자 들은 서로 소통을 하지 않으려 한다. 심 지어 마주쳐도 인사도 하지 않는다.

5명의 여자들은 각자의 방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이야기들이다. 공연을 보고 느낀 점을 물어보자 박신애(38·강 사) 씨는 “색다른 공연이었어요. 사전에 읽은 공연 설명에 낯선 단어가 많아 공 감하기 힘든 공연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데 직접 와서 공연을 보니 물론 어려웠지만 정말 인상 깊은 공연이었어요”라고 답했다. 배우들의 스토리가 궁금한 관객 들은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빠짐없이 알아내려 노력한다. 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 여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 흐름을 한 순간에 놓칠 수 있다. 공연을 보다 보면 한 배우에 빠져 갑자기 무대의 반대 쪽에서 비명 소 리나 웃음소리가 나면 놀라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공연 중간 중간 5명의 배우 들이 한 무대를 꾸며나가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무대 조명이 바뀌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배우들이 잠시 자 신의 생활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기타의 선율에 따라 귀여운 안무나 슬프고 느린 안무를 추기도 한다. 박 씨는 “다섯 명 의 여자들의 이야기가 같은 시간에 진행되다 보니 정신이 없었지만 같이 춤을 출 때 그 행동을 하나하나가 마음으로 이해됐어요. 결국 그들의 얘기가 제 얘기 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들 이 왜 그런 춤을 추고 그런 노래를 하는 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다른 공연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느꼈죠. 친구들 과 함께 봐서 서로 어떤 걸 느꼈는지 얘기하다 보니 더 즐거웠어요”라고 말했다.

공연 내, 몇 차례 무대 조명이 어두워 지면서 각 방의 각자 다른 채널을 방송 중이던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갑자기 5명 중 한 여자의 추억이 TV에서 흑백화면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 장면을 보면 서 몇몇 여자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 공연과 혜택에 모두 주목

SPAF에서는 더 많은 공연들이 예정돼 있지만 벌써부터 매진 임박인 경우도 있 다. 8일(수) 저녁 8시, 9일(목) 저녁 7시 에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영국에서 초청된 해외초청작품 ‘SUN’이 공연된 다. 밀레니엄 이후 가장 주목 받는 안무 가 호페쉬 쉑터의 최신작이다. ‘통제불능의 카오스 속, 태양이 떠오른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전의 움직임은 잊으라고 한다. ‘SUN'에서는 아프리카 댄스, 이스라엘 민속무용, 라틴 댄스 등 다양한 안 무를 볼 수 있다.

11일(토)부터 14일(화)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국내초청작품인 ‘파우스트 I+II’가 공연된다. 괴테의 불멸의 원작을 소재로 괴테의 삶과 세계관을 역동적인 무대에 반영해 ‘파우스트 I+II’공연으로 재창조했다. ‘종이 위 문 학, 무대 위 창조적 무대 언어로 완성’ 된다고 SPAF는 소개한다.

학우들은 학생 3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즐길 수 있다. 26세 이하 또는 대 학생은 할인이 적용된다. 또 20인 이상 이면 30% 단체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학생단체는 20인 이상이면 특별 할인이 제공된다.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할 때, SPAF, KoreaPAC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어떤 작품이라도 20% 할인되며 좋은 좌 석을 선점할 수 있다.

SPAF, 그 인기는 벌써부터 엄청나 다. 이미 대학로예술극장 앞에 전시 된 공연 일정표에 매진된 공연들마다 SOLD OUT이라는 스티커들이 여기 저기 붙어있다. 작년 2013 SPAF는 객석 점유율 99.7%를 기록했다. 올해도 SPAF는 사전에 티켓을 예매하거나 예약을 하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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