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서운함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고민입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을 잘 참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견디기 힘들어졌습니다. 말솜씨가 좋은 편도 아니라 진지하게 말해보려 해도 결국 농담처럼 이야기하게 됩니다. 아무 일 아닌 듯 웃어넘기는 친구의 말이 저를 더 서운하게 합니다. 정말 오래된 친한 친구와도 불편한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질문자의 말대로, 학점이나 스펙관리는 오늘날 대학생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더해, 돈 역시 틀림없는 관리의 대상일 테고, 가끔씩 물 쓰듯 낭비하는 시간 또한 예외 일 수 없겠죠. 어떤 대상을 관리한다는 것은 적어도 그로부터 불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고, 현재 점점 더 악화되어가는 질문자 친구와의 우정 역시 안타깝지만 관리의 부재가 야기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요컨대 질문자는 우정의 지속을 위해 별반 신경을 안 써왔던 셈이죠. 물론 질문자는 지금 ‘오히려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어요!’라며 항변하고 싶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신경 썼던 부분은 대인관계의 지속이나 개선에 직접 수렴하지 않는 불필요한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질문자는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탓하는데 그치거나, 혹은 차후 자신의 행동 여부에 따라 상대의 눈에 비춰질 본인의 이미지에 더 신경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또 다시 소심해지는 과정이 반복될지 모르죠.

대인관계는 상호성을 전제로 시작되고 유지되는 것이기에, 상대가 내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는 것은 사실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대인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태도 중 하나가 바로 ‘마스크 쓰기’인 이유이며, 그것은 다름 아닌 서로의 공감을 위해서입니다. 요컨대 가면 쓰기는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은 물론 그것의 원만한 유지를 위해 서로의 다름을 잠시 유보해두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태도입니다.

상호성을 전제로 시작되는 대인관계
타인의 시선으로 두꺼워지는 가면
가면을 내려놓는 것이 더욱 효과적

질문자는 친구에게 ‘너의 그 행동은 싫어!’라고 말해야 합니다. 남에게 안 좋은 말을 하려면 심지어 가슴부터 쿵쾅거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공감을 위해 가면을 내려놓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반대로 가면의 두께가 점점 더 두꺼워지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는 대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일관되게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자신의 성향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종의 역설이지만, 이런 성향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타인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뿌리를 두기도 합니다. 즉, 타인 앞에서 불안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을 특별하고 대단하다고 여기는 성향이 더욱 강해서 일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일단의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에 대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특별하거나, 혹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가 다 평범하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특별한 전자의 경우, 내가 나를 어필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대인관계에서 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 다른 한편, 모두가 평범한 후자의 경우, 내 실수는 얼마든지 상대에게 용인될 수 있으므로 더욱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만 집중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컨대 질문자의 오랜 친한 친구가 변신한 호랑이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아 보세요. 친구가 잡아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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