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올해 5주년을 맞이한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이 개막 하루 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공연장 대관 측인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 때문이었다. 통보가 이뤄진 당일 오전, 새누리당 백성운 고양시장 예비후보는 ‘세월호 통곡 속 풍악놀이 웬말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은 맥주를 마시며 온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페스티벌과 관련해 100만 고양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고양문화재단은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어떤 형태로든 ‘뷰민라’의 정상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을 이유로 공연 주관사인 민트페이퍼 측에 일방적 취소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양문화재단의 취소 결정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취소 통보가 전달되기 사흘 전인 4월 22일, 민트 페이퍼 측은 “온 국민이 걱정과 슬픔에 빠진 가운데 행사를 연기하는 것도 고려했었지만 너무 임박한 일정이라 고심 끝에 행사를 축소해서 진행키로 했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이렇게 고심 끝에 결정된 ‘뷰민라’는 대중음악과 공연에 대한 편견에 의해 개최되지 못했다. 음악 페스티벌을 ‘희생사와 실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즐기기에 바쁜 ‘풍악놀이’로 바라본 편견이 그것이다. 대중음악 페스티벌인 뷰민라는 취소됐지만 클래식이나 뮤지컬, 연극은 취소되지 않았다. 많은 드라
마와 영화 역시 같은 기간 방영되고 상영됐다.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래할 예정이었던 출연 아티스트들과 나름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려한 관객들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노란 리본도, 치유와 위로의 음악도, 관객도 없이 텅 빈 공연장이 이보다 초라할 수 없다. 한 정치가에게 뷰민라는 한낮 ‘풍악놀이’였을지 모르나 수많은 공연관계자, 아티스트, 관객들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유명 연예인의 억대 기부금과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분향소 조문 행렬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부금과 분향소 조문, 헌화, 자원봉사만이 가장 진솔한 애도의 방법일까.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어야한다. 아픔에 공감하고, 슬픔을 전하고, 그리움을 말하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분명 음악이 가진 큰 힘이다. 뷰민라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이런 아름다운 힘을 가진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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