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진화 기자 smpojh85@sm.ac.kr>

‘스토리텔링’이 뭔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고 있어요. 보통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스토리’는 단순히 이야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이야기 외의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져 스토리가 완성되고 이렇게 창작된 스토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에요.

영화 <겨울왕국>을 예로 들어보죠. 신비로운 힘을 가진 엘사가 왕국을 떠나게 되고 그런 언니를 동생 안나가 찾아간다는 것이 겨울왕국의 줄거리예요. 그런데 이건 겨울왕국의 스토리가 아니에요. 단순한 줄거리일 뿐이죠. 줄거리에 영상과 음악 등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는 다양한 요소가 더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스토리가 탄생해요.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완성된 스토리를 읽는 거죠. 영화의 줄거리와 각종 영상과 음악, 그리고 관객이 이를 받아들이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에요.

요즘 들어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이야기에 사람들이 부쩍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은 갑자기 등장한게 아니에요. 인간은 태초부터 스토리텔러였어요. 원시인의 경우만 봐도 그래요. ‘오늘 멧돼지 어떻게 잡았다’라고 스토리로 그 날 있었던 사건을 전달하듯 스토리텔링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의사 소통 수단으로 계속 사용돼 왔어요. 스토리텔링이 인간의 삶의 일부라고 봐도 될 정도죠. 그런데 이 스토리텔링이 문화 산업의 중요한 도구로써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 거예요.

왜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유행한다고 보시나요?
인간의 욕망과 감정에 충격을 주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도록 해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죠. 예를 들어, <겨울왕국>은 관객들에게 소외된 자의 고뇌에 대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엘사는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죠. 스크린 속 엘사를 들여다보면서 관객들은 충격을 받아요. 자기 자신도 알고 보면 엘사처럼 겁 많고 상처 입은 소외된 자들이기 때문이죠.‘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친구들은 왜 나를 따돌리는 것일까’ 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겨울왕국>이 손이 닿으면 얼음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라고요? 그것은 겉 이야기에 불과해요. 겨울왕국 속 진정한 리얼리티의 핵심은 엘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소외된 자’라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관객들은 ‘맞아, 나도 그런 사람이야’ ‘내가 이래서 그랬던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죠.

그럼 스토리텔링 연계전공을 하면 뭘 배우나요?
대다수 학생들이 스토리텔링 전공이라고 하면 스토리텔러(storyteller), 즉 작가 지망생을 위한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문학뿐만 아니라 마케팅, 교육,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요. 이번 학기에 강의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이해’에서는 영문, 미디어, 법 심지어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죠. 스토리텔링 전공에서는 스토리텔링의 개념과 의의를 배우고 학생들이 직접 간단한 스토리를 완성하는 활동을 해요. 기초적인 스토리텔링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스토리텔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해요. 다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종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이야기로 이뤄진 것을 많이 읽고 보고 경험하는 것이 모두 다독에 해당하죠. 예를 들면, 만화, 영화, 연극을 자주 보는 것도 다독의 일부분이에요.

다작 역시 중요해요. 영어 문법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영어 회화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에요. 인풋을 잘한다고 해서 아웃풋 역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왜냐하면 지식을 터득하는 것과 직접 스토리를 창작해 내는 것은 분명히 다른 영역에 속하거든요. 

스토리텔링이 잘 된 책이나 영화를 추천한다면?
그렇게 묻지 말고 대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을 물어봐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모르는 훌륭한 작품은 헤아릴 수 없이 많잖아요.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본다면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꼽고 싶어요. 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주인공 이름이 길버트 그레이프예요. 주인공 어머니가 집에서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뚱뚱한데 어느 날, 집에서 죽게 돼요. 주인공은 어머니를 놀림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집을 불태워 장사를 지내죠. 그 장면이 생각나네요.

또, 네덜란드 감독(빌 오거스트)의 영화 <정복자 펠레>도 좋아해요. 한국 영화 중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요. 허진호 감독의 영화죠. (좋아하는 이유는?) 그건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잖아요. 학생들이 작품을 직접 찾아본 후, 느껴보는 것도 스토리텔링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죠. 영화를 본 뒤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작품이 걸작인지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면 나를 찾아오세요.(웃음)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스토리텔링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면 우선,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같은 기초과목을 선택해 들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강의를 수강하지 않고 혼자 공부한다면 이야기에 관한 책들을 읽고 많이 써보는 경험이 중요하죠.

그런데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문학적으로 이야기를 창작하고 제작하려고 한다면 전문가한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사람들의 정서와 감정에 충격을 가하는가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텔링 능력은 단순한 지식만으로는 습득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교수든 유명한 작가든 전문가한테 배우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스토리텔링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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