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여성 흡연 ② 여대생들은 어디서 담배를 피우는가

2001년 한국담배소비자연맹이 여성흡연자 4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266명이 주로 화장실에서 흡연한다고 답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외부시선에서 자유로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여성흡연율은 증가하는 추세이고 특히 20대 여성흡연율은 성인여성의 약 2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여대생들은 어디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지난 11월 27일(수), 한양여대와 서울여대를 찾아 여대생들이 어디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한양여대 캠퍼스 전체 금연구역 지정
본지 조사결과, 현재 서울 소재의 여대 7곳(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한양여대) 가운데 2곳(덕성여대, 한양여대)은 캠퍼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그 중 한 곳인 한양여대는 성동구와 함께 2011년부터 ‘금연사랑, 깨끗한 캠퍼스’ 사업을 실시하며 캠퍼스 전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캠페인은 금연교육, 이동금연 클리닉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한양여대 학생복지처 관계자는 “늘어나는 학생들의 흡연을 줄이고자 학교 차원에서 금연구역을 지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7일에 한양여대에서 직접 만난 몇몇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금연구역을 지정한 것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보문헌관 입구에서 만난 A씨는 “물론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여대의 특성상 다수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다수를 위해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밝힌 송주리(22·여)씨 역시 “금연구역이 없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학생들이 간접흡연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캠퍼스 내에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양여대 캠퍼스를 둘러본 결과, 실제로 금연구역임을 나타내는 스티커와 안내문을 캠퍼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실습실과 강의실이 위치한 본관 입구와 본관 앞에도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었다. 본관 앞, 탁자와 의자가 마련된 휴게실도 마찬가지였다. 휴게실 한쪽 벽에도 역시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게재돼 있었다. 정보문헌관 입구에는 ‘캠퍼스 내, 모든 구역은 금연’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져 있기도 했다.

캠퍼스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흡연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흡연공간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정문 옆에 위치한 벤치 주위에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진 담배꽁초와 공공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학생은 “캠퍼스 전체가 금연구역이기 때문에 구석진 곳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게 된다”고 말했다.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또
다른 학생 역시 “학교 내에 비흡연자뿐만 아니라 흡연자 역시 존재하는데 학교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흡역구역 지정위해 노력 중인 서울여대
같은 날 찾은 서울여대 곳곳에는 금연을 권장하는 표지판만이 있을 뿐 뚜렷한 흡연구역이 없었다. 그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 뒤쪽, 벤치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벤치 아래에는 담배꽁초들이 수북했고 바로 뒤 화단에는 담배갑이 버려져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서울여대 재학생은 “사실 인문사회관, 과학관 앞은 많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공간인데 건물 앞 벤치에서 일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곤 한다”며 “그 곳을 지나가면서 눈살 찌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인문 사회관 건물 안에서 만난 또 한 학생은“흡연자들이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울 경우 간접흡연이 우려된다”며 “흡연자뿐만 아니라 비흡연자를 위해서라도 흡연 구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다정(25·여)씨는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학교 측 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배려해 흡연구역을 공식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말했다.

캠퍼스 내 흡연구역이 생겼으면 하는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서울여대 총학생회 ‘골든타임’은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의 권리를 위해 흡연구역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 학생복지위원장 나은비씨는 “캠퍼스 내 흡연구역이 없어 흡연자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비흡연자, 흡연자의 권리를 모두 존중하기 위해 흡연구역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타 학교의 사례조사 및 교내 흡연구역 상황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최근 학교 측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 총학생회 임기 내에는 이뤄지기 어렵지만 차기 총학생회 ‘님과함께’도 ‘흡연 zone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흡연구역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 원형극장 공원에 비치된 쓰레기통(위)과 공원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점선 안).사진 오진화 기자

 

▲ 본교 명신관 앞 원형극장 공원의 모습. 학우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본교 흡연구역 없어 불편 잇따라
현재 본교는 공식적인 흡연구역을 지정하지 않고 있지 않다. 다만 학우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일어나는 작은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지원팀은 교내 곳곳(도서관 5층 휴게실 베란다, 과학관 옥상, 젬마홀 앞 등)에 재떨이를 비치해 두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곳은 원형극장 옆 벤치다. 원형극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학우는 “후문 쪽에 놓여있는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지만 주로 원형극장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편이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원형극장은 공식적인 흡연구역이 아니다. 따라서 비흡연자 학우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채혜빈(교육 12) 학우는 “명신관 강의실이나 PC실 안으로 담배 연기가 들어올 때가 있어 당황스러웠다”며 “담배 냄새 때문에 따로 환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학우 역시 “원형극장에서 캠퍼스 경치를 즐기며 쉬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경우도 있지만 담배를 피우
는 흡연자 학우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뜬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흡연구역이 없어 흡연자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평소 원형극장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본교 학우 B씨는 “가끔 유치원생들이 학교를 구경하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몸을 움츠리게 된다”며 “학교에서 당당하게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주(인문 09) 학우 역시 “비흡연자 친구들이 담배 냄새 때문에 원형극장 옆을 지나다니는 것을 꺼려하는 것을 보며 흡연자 입장에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며 “공식적으로 흡연구역을 지정해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에게 끼치는 피해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본교는 흡연구역 설치를 위한 계획이 없다. 시설관리팀  김지태 부장은 “기본적으로 국민건강증진법 (150㎡ 이상의 학교에서 전면 금연)에 의하면 교내 전 구역은 금연구역이다. 하지만 원형극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있어 재떨이 용도의 쓰레기통을 비치했다”면서도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달리 학교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예산도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흡연부스나 흡연자를 위한 건물을 따로 설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 탓에 건물 밖에 나와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지만, 원형극장만은 예외다. 추운 날씨에도 원형극장을 떠날 수 없는 그녀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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