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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신보  |  shinbosa@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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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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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백로

경계를 넘어서
부제 : 그 매력있는 세계로의 이끌림
정혜원 (진명여자고등학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푹 빠져 버린 국악방송. 처음에는 국악을 듣는 것이 잠이 들만큼 조용하고 지루해서, 자기 전에나 듣고는 했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진심으로 국악을 듣게 되었고 국악애호가가 되었다. 어느날 아침,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친가지로 국악방송을 듣고 있었는데, 그동안 들어오던 것과 사뭇 다른 음악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분명 해금, 가야금, 피리 소리는 들리는데 그 사이에 들리는 피아노와 드럼 소리라니! 약간 빠른 리듬을 타고 오는 흥겨움과 이국적임은 내 귀와 마음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윽고 곡이 끝나고 DJ의 곡 소개에 귀를 기울였는데……. ‘제주의 왕자’라는 곡은 재일동포 3세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양방언씨의 곡이었다. 양방언 씨의 많은 음악들이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넘어, 조화된 선율을 뽐내는 음악들이었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경계를 넘어서 이끌리게 되는 새 세계로의 첫걸음이 아니었나 싶다.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보면 제한, 금지, 막음과 같은 이미지가 떠올려진다. 넘어서는 안되는 선, 섞이면 안되는 둘 사이의 무언가와 같은 것.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마치 세상을 향한 반항과 저항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접한 국악이라는 세계도 수천년 역사를 안고온, 그리고 고스란히 유지되어야 할 경계를 가지고 있었다. 경계를 넘어서면 국악의 미래는 어두운 길로 빠져들어가 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국악은 경계를 넘어섰다. 어두운 길이 아닌 밝은 빛이 비쳐오는 길이었다. 지난 겨울 김덕수 패 사물놀이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김덕수 씨가 우리의 사물놀이를 바이올린, 드럼과 함께 연주하게 한 첫 주자였다. 국악계에서는 우리 고유의 것이 위협받고 퇴색 될 수 있으며, 약악에 곁들여지게 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릴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그 둘의 경계를 넘어섬으로써 보여진 새 세계가 무척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특히 요즘들어 크로스오버, 퓨전과 같은 말이 우리의 삶에서 많이 거론되고 또 쓰인다. 팝페라라는 영역도 팝과 오페라가 섞임으로써 생기게 된 영역이고, R&B(알앤비)도 락과 발라드가 섞인 새로운 영역이다. 팝이면 팝, 오페라면 오페라. 이 둘이 함께가 아닌 독자적으로 자기들만의 것을 뽐낼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크로스오버나 퓨전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왜일까? 내가 직접, 그리고 자주 그거들을 접하다보니, 그것들이 본래의 영역에서 보다 쉽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렵기보다는 쉽게 다가오고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둘이 함께 보이는 그 신선함과 아름다움이 우리가 자꾸만 새 세계로 이끌리게 되는 이유이다. 음악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음식, 옷, 건축 등 우리 삶에서는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와 발전이 계속 되고 있다. 콩나물 스파게티, 김치 우동, 캘리포니아 스시 등 국적이 뒤섞인 음식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한복의 개량화도 결국 경계를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도한 서양의 기술과 한옥의 우아함을 살린 집이나 건물도 인기인 것을 보니 이제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해진 것 같다. 경계를 넘어서 둘이 섞이는 것만 아니라 그 자신만의 경계를 넘어서 자신 안의 또다른 자신을 창조해내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난타’공연을 보고 부엌의 여러 주방기구가 본래의 쓰임새가 아닌 악기로 재탄생 된 것에 놀랐고 즐거워했다. 주방기구가 악기로도 정말 손색이 없을만큼 강한 리듬과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경계를 넘어선 그것의 용기와 이끌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단지 기존의 것에 벗어나거나 멀어져간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에서 신선한 아름다움을 맛보고 그 매력에 점점 이끌리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아직 어려서 기존의 것에 자꾸 물리고, 그리하여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인 경계를 자꾸 넘어서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지금은 경계를 넘어서 그 자유와 신선한 아름다움을 맘껏 누리고 싶다. 언젠가 경계를 넘어서는데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모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느낌이 무뎌질 때가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경계를 넘어선 그 매력있는 세계로의 이끌림에 난 또다시 ‘제주의 왕자’가 들려오는 이어폰을 귀에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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