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을, 흥미진진하게 진행된 삼성과 SK의 프로야구 결승전은 만석을 채우며 성황리에 끝났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올림픽, 월드컵과 같이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큰 행사부터 교내 체육대회나 가을운동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스포츠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단순히 승부를 결정짓는 게임의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현상과 그에 대한 포괄적인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는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스포츠에 매료되는 이유는

스포츠는 우리가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상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스포츠 활동 참가는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스포츠 경기에서의 승리는 일상에서의 자신감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스포츠는 일상과 동떨어진 활동보다는 또 다른 일상으로 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와의 우열을 다투는 경쟁적인 행위는 일반적인 놀이나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포츠만의 특성이다. 만약 스포츠에서 경쟁성이 사라진다면 이는 매우 지루한 신체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

 매번 경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스포츠가 지닌 또 하나의 강력한 매력이다. 항상 승률이 높은 팀이 승리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으며 승률이 낮은 팀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다. 이는 대중이 매 경기에 호기심을 지니고 관람하게 되는 이유다. 아무리 중요한 경기라 할지라도 경기결과를 알고 난 뒤에 보는 녹화방송의 경우 흥미가 감소되는데, 이는 불확실성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스포츠

이처럼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경쟁과 우월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표출되는 주제들은 쉽게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결합되고, 스포츠가 지닌 대중성을 통해 급격히 사회로 전파된다. 예를 들어 배타적 민족주의는 국가 간 경쟁과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경기를 통해 민족적 우수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또 스포츠는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주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에 좋은 선전의 장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올림픽 및 국제대회와 같은 사례다. 이 경기들은 대부분 국가단위로 참가하기 때문에 선수의 승리는 개인의 성취보다 그가 속한 국가, 민족, 지역의 영광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스포츠경기는 국가 간의 경쟁으로 비쳐 경기의 승패여부가 국민의 자존심, 국가에 대한 충성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한일전 축구경기,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피겨스케이팅 대결을 앞두고 보도되는 한일관계에 대한 수위 높은 발언, 독도문제나 과거사와 관련된 일본 우익의 망언 등은 그 비합리성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승부의 속성을 지닌 스포츠와 결합해 한일 양국의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정치세력은 이러한 여론을 통치에 용이한 방향으로 조장하거나 직접 조작에 관여함으로써 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스포츠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는 계층

계층이란 사회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편적 현상으로서 스포츠에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인기종목이라 할 수 있는 축구, 농구, 야구, 배구와 같은 스포츠는 프로리그 역시 먼저 도입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수수급 구조와 고용환경을 갖고 있는 반면, 육상, 체조, 럭비, 하키와 같은 비인기종목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팀 스포츠의 경우에는 특정 포지션이 다른 포지션보다 기능적으로 중시되기 때문에 인기도 높고 보수도 많다. 야구에서의 지명타자, 축구에서의 공격수, 미식축구에서는 쿼터백이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스포츠 종목에도 계층화 현상이 나타나지만, 사회구성원들 역시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에 따라서 스포츠에 참가하는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 레인보우 출판사에서 발간한 <스포츠사회학>에 따르면, 스포츠를 관람하는 비율은 상류층이 69%, 하류층이 80%로 나타났다. 한편, 직접 스포츠에 참여하는 비중은 상류층이 31%로 하류층의 19%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교적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되는 상류층이 직접 스포츠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상류층이 주로 즐기는 종목은 골프와 테니스, 하류층은 복싱 등으로 즐겨 하는 종목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신분상승, 스포츠로 가능한가

이번 런던 올림픽 체조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양학선 선수는 비닐하우스와 라면으로 표현되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세계 1위 성적을 달성함으로써 그는 명예와 함께 금메달 포상금과 연금을 포함한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이처럼 스포츠 선수가 경기우승에 대한 포상으로 수익이 높아지는 것이 사회계층의 상승이동을 촉진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그에 동의하는 학자들은 스포츠는 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운동을 계속하는 것만으로 최소한의 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조직적인 스포츠 참가는 다양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또, 스포츠 참여는 일반 직업 영역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태도 및 행동양식을 학습시켜 상승이동을 촉진한다고 한다. 리더십, 대인관계, 팀워크, 극기심, 경쟁심과 같은 가치들을 함양시켜주기 때문에 선수들은 은퇴 후에도 다른 분야에서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스포츠로는 사회신분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지배집단이 이 주장 자체를 불평등한 사회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고액의 소득을 올리는 스타플레이어의 성공스토리나, 특정대회에서의 우승으로 단번에 스타가 된 사례의 강조는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성공 이데올로기’를 대중에 확신시킨다는 것이다. 스타플레이어는 일부에 불과하고 스포츠계의 다수를 이루는 이들은 많지 않은 연봉을 받는 평범한 선수들이다. 결국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가리고, 지배집단은 노력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을 전시함으로써 그러한 원칙이 잘 이뤄지고 있음을 선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입장이다.

 

 

 

*경쟁적 보상구조와 승리에 대한 강박

현대사회의 스포츠는 상업화가 진전되면서 점점 더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처절한 약육강식의 경쟁 상황을 만들고, 극적인 방식을 통해 상품가치 높은 스타선수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한 몇몇 스타선수들 뒤에는 여전히 생계조차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평범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승자독식의 사회질서에 순응한 선수들은 승리지상주의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방식은 학원스포츠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계속적으로 반복된다.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는 특기생의 자격을 얻어 대학에 입학하고 국가대표가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금메달을 따야 대중에게 기억된다. 프로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기는 자만이 더 많은 대중의 관심과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강하게 내면화된 승리에 대한 강박은 운동선수가 지키고 누려야할 다양한 것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훈련시스템을 수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 과정에서 종종 폭력과 같은 인권침해를 당하기도 한다.

 2011년 K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부 선수들이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선수 4명이 구속됐고, 11명이 영구제명 당했으며, 연관된 선수 1명이 자살했다. 이 사건은 국내스포츠계에 만연한 승리지상주의를 보여준다. 이처럼 승리에 대한 강박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면 부정선수를 동원하거나 금지된 약물에 손을 대기도, 심판을 매수하기도 한다.

 

 

 

*스포츠와 성적불평등 이데올로기

19세기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스포츠와 같은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에까지 여성들이 진출하게 되면서 사회에는 여성의 전통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요구와 우려가 있었다. 이미 남성의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구축된 스포츠 환경과 남성의 압도적 참여가 여성의 스포츠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했다. 그러나 여성의 운동수행 능력이나 스포츠에 대한 흥미는 결코 남성에 비해 낮지 않다. 아동기 남녀의 신체활동을 비교한 연구들은 여아 역시 운동기능의 학습을 통해 성취감, 자아정체감을 경험한다고 보고한다. 이는 여성들이 스포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흥미를 억제시키는 사회기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스포츠에서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이다. 남성들은 우월한 신체적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여성과 다른 남성다움을 재확인하고 여성을 주변화 시킨다. 특히 대중스포츠가 행해지는 경기장은 남성의 지배와 여성의 주변화가 가장 잘 표출되는 장소이다. 양복을 입은 남성 행정가와 경기장의 남성선수, 그리고 열광하는 소녀팬과 치어리더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이다. 반대로 여성선수의 경기는 남성의 욕구대로 조직된다. 실력이 좋은 선수보다 미모의 선수에 주목하는 미디어의 행태는 사실 남성의 요구와 시선에 좌우된 것이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와 ‘체조 요정’ 손연재 선수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기사도 외모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분야에서 성적불평등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참고문헌 : <스포츠사회학> 한태룡 외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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