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플레이> 남다정 감독 인터뷰

▲ 음악영화 <플레이>를 제작한 남다정 감독

-영화 <플레이>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 
  예전부터 장편 데뷔작에서는 내 또래의 고민을 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한 소규모 영화 제작사 측에서 함께 음악영화를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내가 느낀 청춘의 고민을 음악과 접합해 표현한다면 그 감성이 훨씬 잘 표현될 거라 생각해 함께하게 됐다.

-음악영화로서는 최다 관객 수를 동원했다. 흥행의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메이트의 외모 때문이 아닐까?(웃음) 아무래도 영화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청춘의 가운데 서있는 주인공들이 사랑하고, 아파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관객들의 공감을 사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들을 보며 누군가는 앞으로 겪게 될 미래를 꿈꾸고, 또 누군가는 현재의 자신을 위로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음악이다. <플레이>를 보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공연장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메이트가 들려주는 그대로의 음악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녹음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다. 스펙터클한 볼거리나 예기치 못한 극적 반전이 아닌, 메이트의 진심 어린 음악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다 현실에 가까운 ‘메이트’를 영화에 담으려면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시나리오에 1년을 투자했다. 실제 메이트가 극 중 ‘메이트’를 연기해야 했는데, 시나리오 속 자신들이 100%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어야 그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메이트 멤버들과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레 나누는 작업을 진행했다. 멤버들이 만든 옛날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실 전혀 몰랐던 서로에게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영화 속 메이트의 모습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영화 속 메이트는 하루하루 더디게 작은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꿈꿔왔던 일에 가까워진 그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 또한 영화를 만들면서 그랬다. 나와 메이트가 그랬다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별반 다를 것 없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관객들 자신을 봤으면 했다. 그 모습에서 어떤 답을 찾을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극중  메이트가 데모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준일’이 미완성곡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당시 그 곡은 가사도 없는 상태였다. 촬영 도중 ‘준일’의 피아노 반주에 즉흥적으로 ‘헌일’이 기타를 입혔고 ‘현재’의 드럼이 들어왔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 바로 전 날, 그 곡의 가사와 편곡이 나왔다. 우리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 곡이 만들어지고, 비로소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곡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 곡이 영화 주제곡인 ‘Play’다.    

-감독 본인도 졸업 후 3~4년의 무명시절을 거쳤더라. <플레이>가 청춘의 고민을 다룬다는 점에서 제작하는 동안 공감 했을 것 같다
  <플레이>를 제작하는 중에도 내 고민과 감정은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래서 영화에 나 자신의 감정을 많이 투영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은 해결되기도 했다. 내가 <플레이>를 제작하는 과정이 영화상에서 메이트가 밴드를 결성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플레이>는 인디밴드를 다룬 독립영화다.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배고픔이다. 경제적인 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영화와 인디밴드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과의 소통에 대한 배고픔을 느낀다. 이렇듯 화려함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기보다, 진솔한 대화를 시도하려한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인디’의 매력은?
  요즘 사람들을 보면 유행에 따라 겉모습이 비슷해지다가 사고방식마저 비슷해지지 않나. 이와 달리 인디문화는 각자 고유의 냄새를 갖고 있다. 어느 브랜드의 향수 냄새가 아닌 그 사람 고유의 ‘꼬랑내’ 말이다. 이 투박하지만 솔직한 냄새가 ‘인디’의 엄청난 매력 아닐까. 

-인디열풍 때문에 본연의 인디 정신이 변질됐다는 우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영화계에도 상업영화로 가기 위해 경험삼아 독립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잘못 됐다기보다는, 그들이 자신의 태도에 대해 솔직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나는 독립, 너는 상업’ 이렇게 형식 자체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소통을 해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상업영화를 만들고,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으면 독립영화를 만들면 된다.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자신에게 맞는 형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이런 ‘인디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나
  그렇다.  인디문화는 요즘 젊은 세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의 가사를 듣고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바삐 사는 청춘도 있지만, 세상 일에 무관심한 채로 ‘별일 없이’ 사는 청춘들의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에는 사회운동이 젊은이들을 연대하게 했다면, 지금은 인디문화가 그들을 표현하고 공감 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플레이>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지금 생각 중인 시나리오는 파격적인 멜로다. 이런 멜로 말고도, 항상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장르는 바뀌어도 나만의 ‘꼬랑내’, 아니 냄새가 풍기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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