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공연 홍보, 보행자 위협하는 좁은 골목길 등 주변 환경 개선 필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혜화역 인근은 ‘대학로’라는 이름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게 대학로는 ‘젊음의 거리’ 혹은 ‘소극장의 메카’ 등의 단어로 대변되곤 한다. 얼핏보면 젊은이의 꿈이 살아 숨쉬고, 무대 예술이 태동하는 문화의 천국쯤으로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대학로의 전부일까. 지금부터 대학로의 뒷모습을 들여다 보자.

▲ 소극장이 밀집된 대학로의 한 골목. 각자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들이 어지럽게 부착돼 있다.

 

 

#공연 포스터 부착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는 약 130개의 소극장이 있다. 그리고 매일 30개 이상의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많은 공연이 열리고 있는지는 길가에 붙은 벽보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소극장이 밀집해 있는 골목 주변에서는 공연 홍보물들이 벽 전체를 도배하고 있다. 벽에는 이전 포스터를 뜯어낸 듯 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벽마다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 자국은 전체적인 대학로 거리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벽보의 대부분이 불법으로 부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혜화역 일대를 관할하고 있는 종로구청 도시디자인과의 조완묵 과장은 “지금도 매일 구청 직원들이 직접 순찰을 돌며 불법 게시물 관리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연장이 밀집돼 있는 이 지역 특성상 현재의 한정된 인원으로 공연 포스터를 일일이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공연 주최 측에서 자체적으로 구청에서 승인을 받은 게시물만을 부착하거나 시민게시판 혹은 연극협회의 게시판을 이용하도록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대안이다”라고 전했다.

 

 

▲ 혜화역 출구에서 공연 홍보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여 호객 활동을 하고 있다.

 

#공연 홍보 아르바이트
  포스터뿐만이 아니다. 혜화역 각 출구에서는 공연 팸플릿을 들고 서성이는 20대 초ㆍ중반의 남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공연 기획사에서 고용한 이른바 ‘티켓팅 아르바이트생’들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행인을 붙잡고 열띤 홍보를 펼친다. 심지어 몇몇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공연 소개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거부 의사를 밝힌 뒤에도 끈질기게 따라오는 그들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이날 혜화역을 찾은 권미혜(26ㆍ여) 씨는 “대학로를 올 때마다 꼭 한 번은 홍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붙잡히는 것 같다”며 “친구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 받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은 지나치게 무례한 태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반말로 일관하며 티켓 구매를 종용한다. 주 타깃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젊은 여성들이다. 비교적 상대가 쉬운 사람들을 골라 접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설화(여ㆍ19) 학생은 “한 아르바이트생에게 공연을 볼 생각이 없다고 말했더니, 놀림조로 돈이 없냐고 하더라”며 “이후 10분 가까이 공연 할인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마로니에 공원 한 쪽에 마련된 청소년 보호의 집의 모습이다.

 

#마로니에 공원 환경
  1975년부터 혜화동에 마련된 마로니에 공원은 단연 대학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공원 곳곳에는 관리되지 않은 시설들이 방치돼 있어 본래의 휴식 공간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 대신 비둘기가 자리를 차지한 겨울의 공원 풍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 중 공원 한 쪽에 위치한 ‘청소년 보호 센터’ 컨테이너 박스는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녹이 슬어 있었다. 탁하게 먼지가 낀 창문과 굳게 잠긴 철문은 이 시설이 과연 이용된 적은 있는지 의심케 했다. ‘청소년의 밝은 미래를 위해’라는 문구가 무색할 정도다. 문 한가운데에 붙은 안내문을 살펴보니 컨테이너 박스는 이미 지난 10월 종로구청으로부터 철거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중앙무대 오른편에 자리 잡은 ‘제1호 청소년 보호 쉼터’ 또한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놀이터와 각종 동상 또한 낙서로 뒤덮여 있거나 훼손된 곳이 많았다.

 

 

▲ 아이들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차가 지나다니는 골목 진입로를 지나가고 있다.

 

#골목길 보행자 안전
  대학로 일대는 복잡하게 얽힌 골목으로 이뤄져 있다. 골목에서는 차와 사람이 별도의 경계 없이 함께 길을 지나고 있었다. 좁은 길에서는 행인들이 주차 중인 차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차가 인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은 차가 지날 때마다 불안한 듯 아이의 손을 더욱 여며 쥐었다.

  가장 위험성이 높아 보이는 지점은 대로에서 골목으로 진입하는 모퉁이다.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골목길로 진입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지점은 지하철역 출구와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에 깜짝 놀라거나 통행에 불편함을 겪는 시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대학로의 현주소
  오랫동안 연극의 본고장으로 손꼽혀 온 대학로. 그러나 아직도 과제는 남아있다. 물론 2007년부터 서울시에서 ‘서울연극센터’를 건립해 각종 대학로 공연정보를 제공하고, 한국소극장협회에서 ‘ D.FESTA’ 연극 축제를 여는 등 다각도에서 시민들과 소극장 공연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계속 노력해오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객 스스로 공연의 가치를 느끼고 이끌리도록 만드는 매력이다. 이러한 매력은 공연을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주변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달려있다. 이 매력을 통해 대학로가 진정한 ‘소극장의 천국’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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