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친(親)서민’이라는 말들이 들려온다. 마치 정치권의 정략적인 구호로 들려오는 여ㆍ야의 친서민 행보에서 ‘포퓰리즘(Populism)’이 연상된다.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비합리적이거나 책임성이 결여된 정치행태.’ 포퓰리즘의 정의이다. 선거를 통해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현재의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의 정치행위는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ㆍ야는 친서민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민을 위한 정책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듯 여야는 서민예산 확대를 위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무상보육 확대, 전문계고 무상교육, 다문화가족 지원 등을 정책으로 내놓고 ‘서민희망 3대 핵심과제’에 3조7209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관련 예산보다 1조 원정도가 늘어난 금액이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도 서민예산의 대폭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등록금 문제와 서민 의료비 부담을 2대 핵심 과제로 설정했으며 무상교육 확충, 저소득층 성적우수 장학금 1000억 원 즉각 집행, 취업후학자금상환(ICL) 이자율 대폭 인하 등도 추진 중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일방에 치우칠 경우,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한 정책의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이 의심된다. 이러한 인기 위주의 정책은 민중의 지지가 바탕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 권력을 공고히 하는 정치형태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론 정권’이 노동자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이 만들어 준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얻은 그들은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 그들은 노동자의 복지 향상과 임금 인상 등을 주요 정책으로 하고 실행했다. 결국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아르헨티나는 고임금과 복지비 부담으로 인해 엄청난 부채를 짋어져 경제 파탄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채 인기 위주의 정책을 내세운 것이 화근이었다.
포퓰리즘을 이끌어가는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과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겉모양만 보기 좋은 개혁을 내세운다. 포퓰리즘으로 이뤄진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무리한 정책이지만 당장 국민들에게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대중을 위한 정책을 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식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쉽고 빠르게 민심을 사는 방법은 다양하고 많다. 그러나 그런 수단들은 대부분 포퓰리즘적 성격을 띤다. 포퓰리즘에 의존할 경우 사회는 발전적 동력을 점차 잃게 된다. 쉽고 빠른 길보다는 어렵고 더디지만 바른 길로 가고자 하는 의지. 이는 정책입안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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