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극장가의 모습은 한 마디로 ‘우후죽순’이다. 비가 온 다음날이면 여기저기 솟는 죽순처럼,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유사한 성격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한다. 영화 <친구>의 흥행 이후에는 소위 ‘조폭 영화’가 붐을 일으키더니 요즘은 영화 <추격자>가 일으킨 ‘스릴러’ 열풍이 한창이다.
  영화 제작자들이 이미 성공한 영화의 장르를 따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상업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취향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그러다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장르나 소재에 도전하는 데에는 두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영화 장르에 대한 대중성이 입증되면 그만큼 흥행 실패 부담이 줄어들어, 영화 제작자들은 그 장르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영화관은 서로를 따라한 듯한 영화들로 넘쳐나게 된다.
  그러나 그 수 십 개의 비슷한 영화들 중,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저 유행을 따라서 깊은 고민 없이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완성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관객들의 눈은 그런 ‘2% 부족한 영화’들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그렇게 되면 그 영화는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영화 <추격자> 이후 스릴러 장르가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흥행한 영화는 극히 적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관객들의 머리에 오래 남는 영화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결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 나물에 그 밥’ 식의 비슷비슷한 영화가 아닌 내실 있는 영화다. 감독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영화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는 세계에서도 인정할 만큼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한국 영화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관객들을 진심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신선한 영화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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