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12 발간 1196호

한국이 서구인의 인식지평에 떠오르게 되었던 시기는 19세기말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제국주의 침탈이 시작되면서이다. 미지의 동아시아 지역의 작은 나라 한국의 이미지는 서양과의 접촉이 없어 때묻지 않은 동양 유물이 감추어져 있는 은자의 나라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후 서구에서 한국은 냉전의 요새로 재발명 되었고 오랜기간 동안 서구인이 한국을 인식하고 규정하는 가장 강렬하고 지배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1960년 이후 빠른 경제성장으로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현재에는 오랜 역사와 냉전의 보루라는 복합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보여지는 것처럼 한국인이나 한국어간판은 이제 서구 어디서나 찾을 수 있을만큼 많아졌다. 이미 헐리우드 영화속에서 전쟁을 치른 가난한 나라라는 한국의 이미지는 이미 극복되었으며 오히려 전쟁을 극복하고 세계 속에서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국가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수준의 경제규모를 지닌 국가,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IT산업의 발전, 그리고 한류 등에 대한 우리들의 자부심과는 달리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인지도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수십년간 변화된 한국사회의 이미지가 반영되지 않고 한국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정보들이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하고 이전의 인식틀 속에서 해석되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련되고 수준 높은 문화적 전통을 지닌 국민이었기 때문에, 즉 한국의 문화적 잠재력이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에 빠른 정치 경제적 성장을 해왔다는 것을 표현해내는 문화적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새로운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한국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문화의 대표성을 지니면서도 그에 내재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을 부각, 다른 문화에서도 받아들여지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이미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19세기말 이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숙명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면 창조적 문화이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면서 한국문화이미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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