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현대인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무서운 병이 있다면 바로 정신병이다. 일반적으로 어감의 문제로 인해 ‘정신병’이라는 호칭보다 ‘정신질환’으로 불리고 있다.


정신기능에 장애가 온 상태를 총칭한 것인데, 그 범위에는 넓은 뜻과 좁은 뜻의 정신질환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에서는 정신병, 신경병 및 그 밖의 인격장애로 크게 분류하고 정신병은 기질정신병과 그 밖의 정신병은 기능성정신병으로 나눠진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발병의 원인은 갈수록 모호해지고 다양해졌다. 큰 범주로 분류해 보자면 내인(內因), 외인(外因), 심인(心因)으로 나눠진다. 내인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질을 원인으로 해 성별이나 연령, 민족의 차이 등이 포함하고 있다. 외인은 후천적인 신체적 원인을 말하는데 주로 뇌에 가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인은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원인을 뜻한다. 하지만 이 중 한 가지를 이유로 질환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복합적으로 섞여 병적상태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데 있어서는 대화를 통한 상담과 설문이 우선시되고, 이를 통해 상태를 판단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척도는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다.


이 편람은 미국 정신의학 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가 출판하는 것으로, 정신질환의 진단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과거엔 증상에 대해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으로만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DSM이 항목별로 몇 개 이상 해당되면 그 장애로 진단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 줌으로써 효율적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DSM은 진단법의 차원에 따라 총 5개의 축(진단방법 분류)으로 구성돼있고, 5개의 축의 하위로 각종 정신병리 유형이 들어가 있다.


각 증상의 진단 기준은 단계별로 알파벳으로 표시가 된다. 일반적으로 A와 B 기준에는 구체적인 증상이 기재되어 있고 C부터는 진단을 위해 필요한 세부적 조건들이 있다. 보통 A,B,C,D 기준에 부합한 경우에 해당 증상이 보인다고 진단을 내릴 수 있으나 다른 경험적, 객관적 지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정신질환의 종류는 세분화됐다. 예를 들어, 흔히 알고 있는 정신분열증은 편집형, 해체형, 긴장형 등의 유형으로 나눠진다. 또한 여러 증상이 하나로 연결되지만 그 까닭을 밝히지 못하거나 단일이 아닐 때를 이르는 정신질환 증후군을 포함하면 질환의 종류는 수 백 가지에 이른다.


사회생활과 관련한 질환으로는 직장이나 업무상의 생활에 지나치게 몰두해 개인 생활을 희생하는 과잉적응증후군, 친밀한 대인관계를 원하면서도 상대에게 거부당하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을 피하는 회피성 인격장애, 밑에서는 부하 직원이 위에서는 경영층이 압박을 가함으로써 겪는 중간 관리층의 심적불안을 가리키는 샌드위치증후군, 연예인 김종국과 같이 운동하는 중에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를 말하는 세컨드윈드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아무 이상 없이 일상생활을 하던 도중 발작적으로 수면상태에 빠지는 나르콜렙시병, 질문에 대해서 옳은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거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을 하는 당의즉답증, 오랜 시간 불규칙적으로 깜박거리는 빛에 자극받거나 자극성이 강한 TV·컴퓨터 등 전자오락에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생기는 과민성 발작현상인 닌텐도증후군,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자신이 돌보는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신체적 상태를 과장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는 문하우젠증후군, 자신이 타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월하다는 느낌 때문에 일상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자기애 인격장애 등은 평상시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정신질환은 대체로 약물치료나 지속적인 상담치료로 회복기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개개인의 증상을 만들어낸 요인이 하나일 수 없고 삶의 전반적인 면을 통합해 분석해야 하므로 치료가 쉽지 않다. ‘혹시 내 행동이?’라는 남모를 걱정이 있다면 인터넷 자가진단사이트(http://www.psychonews.co.kr/test/self.php3)를 이용하자.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서도 안되지만 당당히 ‘신경정신과’를 찾아가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세계적으로 4명 중 1명꼴로 다양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시대. 링컨, 베토벤, 미켈란젤로, 톨스토이, 헤밍웨이도 정신질환자 였다고 한다. 위기를 통해 정신을 더 성숙해지도록 당당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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