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는 19세기 말 영국 작가 토마스 하디의 대표작이다. 작품의 주인공 테스는 가난한 농가의 장녀로 허영심 많고 무능력한 부모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한다. 그러던 중 벼락부자인 알렉 더버빌에게 농락당해 사내아이를 출산하지만 아이는 며칠 만에 죽고 만다. 절망과 수치심으로 마을을 떠난 테스는 아무 연고도 없는, 그렇지만 아름다운 목장인 탈보세이즈에 정착해 소젖을 짜는 일을 하며 생활한다. 그곳에서 목사의 아들인 에인절을 만나고 그의 구애 끝에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첫날 밤, 알렉과 관련된 테스의 과거를 알게 된 에인절은 테스를 떠나고, 테스는 방황하며 떠돌다 알렉을 다시 만나 함께 생활한다. 이 때 다시 돌아온 에인절을 보고 테스는 모든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알렉을 죽이고 그 자신도 교수형 당한다.


이 작품에는 ‘순결한 여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테스의 연인인 에인절은 결혼 첫날 밤 그녀의 과거를 알고 그녀를 떠난다. 에인절은 테스가 알렉과의 관계에서 이미 여성의 순결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에인절은 “옛날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다른 사람이오”라고 말하며 자신이 창조해 놓은 환상이 깨진 순간 그녀를 부정한다. 이상주의자인 에인절은 테스를 ‘데메테르’와 같은 여신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때 묻지 않은 완벽함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환상과 현실의 괴리에 적응하지 못해 테스의 실제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에인절은 실체보다는 사회의 이념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지식인을 상징한다.


작가 하디는 탈보세이즈 목장에 낙원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곳에서 어두운 과거와 단절된 테스는 자연 속에서 풍부한 감정으로 실존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테스의 삶이 바로 작가가 강조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떠나 ‘기억’과 ‘이성’으로 돌아오면 테스는 자신의 사회 이념에 얽매여 에인절의 구혼을 받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에인절이 떠나고 절망에 빠진 그녀는 여행을 통해 자연은 인간에게 냉담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자연의 법은 사실 인간의 법과 동떨어져 있으며 그 동안의 모든 죄책감은 ‘사회의 법에서만 느끼는 유죄판결’임을 깨닫는다. 여행은 테스가 자연과 다시 접촉함으로써 인간의 상실된 권위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는 교수형으로 죽는 테스를 통해 사회라는 제도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을 죽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 사회에서 이성은 유용하다. 하지만 규칙과 제도가 세상을 재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면 이는 오히려 인간의 실존을 위협한다. 작가는 테스의 희생을 통해 이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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